달콤 쌉사름한 유혹 건강에 약일까 독일까

'초콜릿을 많이 먹으면 충치가 생긴다. 살이 찐다.', '초콜릿이 심혈관 질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 우울증 개선이나 감기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대표적인 기호식품 중 하나인 초콜릿. 여느 해처럼 발렌타인 데이를 맞아 그 소비가 최고점에 달할 전망이다. 그러나 초콜릿의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달콤쌉싸름한 맛으로 혀를 유혹하는 초콜릿, 건강에는 독이 될까, 그렇지 않을까?

가톨릭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김혜경 교수의 도움말로 초콜릿과 건강에 대해 알아본다.

초콜릿은 무엇으로 만들어질까?

초콜릿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초콜릿의 주요 성분을 알아야 한다. 초콜릿의 주요 원료는 열대지방의 나무열매인 코코아 콩을 발효하고 볶은 후 갈아 만든 코코아 매스(고체 덩어리) 또는 리커(액체)다.

여기에 설탕, 코코아버터, 탈지분유 혹은 전지분유 등의 우유 고형물 등을 적당 비율로 섞어 만들며, 소량의 바닐라 향료와 유화제가 첨가된다.

코코아 매스가 매우 쓴 맛을 갖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약간의 설탕과 코코아 버터를 넣어 만든 것이 다크 초콜릿이고, 설탕을 더 많이 넣어 만든 것이 스위트 초콜릿이다.

흔히 먹는 밀크 초콜릿은 여기에 분유를 섞어 만든다. 화이트 초콜릿은 코코아버터, 설탕, 분유가 주성분이고, 코코아 매스나 코코아 분말 같은 코코아 고형물이 들어가지 않는다.

김 교수는 "초콜릿의 맛뿐 아니라 영양도 어떤 원료를 배합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지므로 일률적으로 열량과 영양정보를 제시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초콜릿 제조업체 허쉬의 제품종류에 따른 영양정보를 예로 들었다. 코코아 성분이 35% 들어간 40g짜리 밀크 초콜릿의 경우, 지방이 15g, 탄수화물 21g, 식이섬유 1g, 당분 20g, 단백질 3g 들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코아 성분이 45% 함유된 스페셜 다크 초콜릿 40g의 경우는 지방 12g, 탄수화물 25g, 식이섬유 3g, 당분 20g, 단백질 2g으로 나타났다.

코코아 성분이 50% 함유된 다크 밀크초콜릿 40g은 지방 17g, 탄수화물 18g, 식이섬유 2g, 당분 15g, 단백질 4g으로 나타났다.

초콜릿 종류는 크게 다크 초콜릿, 스위트 초콜릿, 밀크 초콜릿으로 나뉘지만 견과류를 통째로 넣거나 갈아서 만든 프라린 등이 있고, 제조공정에서 기포를 넣어 만든 에어초콜릿 등도 출시되고 있다.

초콜릿, 심혈관계 질환 예방, 우울증도 개선

초콜릿을 적당히 먹으면 건강에 이롭다는 말은 코코아 때문이다. 초콜릿의 주성분인 코코아에는 플라보이드, 카테킨, 에피카테킨 등 통상 폴리페놀이라 부르는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폴리페놀은 동맥경화나 당뇨병, 암 등을 일으키는 활성산소를 제거해주며, 동맥경화나 협심증 같은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노화예방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폴리페놀 성분에 포함돼 있는 플라보노이드는 면역을 향상시키는 기능이 있어 감기예방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울할 때 초콜릿을 먹으면 기분전환이 된다는 얘기를 하는 이들이 많다. 코코아 속에는 테오브로민과 페닐에틸아민 같은 알칼로이드 성분이 미량 들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 성분은 뇌에서 세로토닌 분비량을 증가시킨다.

우울증이나 월경전증후군을 앓는 여성들은 흔히 세로토닌 수준이 낮아지기 때문에 초콜릿이 기분이 전환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달콤하다는 이유로 초콜릿은 연인을 위한 선물로도 애용되고 있다. 초콜릿이 사랑의 감정을 고취시키는 기능도 있을까?

김 교수는 "초콜릿이 처음 유럽에 들어왔을 때 상류층에서 최음제로 여겼다는 기록이 있다"며 "코코아의 성분 가운데 페닐에틸아민 등이 아드레날린처럼 약간의 흥분 및 항우울 효과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랑의 감정을 고취시킬 가능성도 있지만 좀더 과학적인 검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초콜릿에 대한 오해들

초콜릿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들도 있다. 대표적인 게 달기 때문에 충치를 많이 유발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실제 충치 유발은 당의 함량도 중요하지만 치아에 달라붙는 점착도가 큰 영향을 준다"며 "초콜릿은 지방이 많아 입에서 부드럽게 녹기 때문에 생각하는 것만큼 충치유발지수가 높지 않다"고 말했다.

밀크 초콜릿의 충치 유발지수는 11~15정도로 귤과 비슷한 수준이며, 비스킷(26~30), 딸기잼(31~36). 젤리(36이상)보다 충치를 유발할 확률이 낮다.

초콜릿에 지방이 많이 들어 있어 심혈관계 질환에 나쁜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하지만 코코아의 지방을 이루는 지방산은 스테아르산으로 다른 포화지방산과 달리 혈중 콜레스테롤을 높이지 않는다.

달기 때문에 당뇨병 환자가 먹으면 병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러나 당뇨에 있어 중요한 것은 혈당을 얼마나 빨리 올리는가를 나타내는 혈당지수다. 코코아 자체는 혈당지수가 높지 않아 당뇨 예방에 오히려 좋다는 평가가 있다.

과유불급… 많이 먹으면 오히려 독

그러나 많은 이들이 염려하는 것처럼 초콜릿은 지방과 당의 함량이 높기 때문에 많이 먹으면 비만을 일으킨다. 건강에 좋은 다크 초콜릿이라도 지방과 당이 많이 들어있어 섭취열량을 과도하지 않게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게 식품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김 교수는 "이탈리아에서 진행된 연구결과에 의하면,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정도의 양은 3일마다 다크 초콜릿 20g 정도를 섭취하는 것이 적당하고, 그 이상 먹어도 더 많은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코코아의 고형물이 많은 다크 초콜릿에서만 건강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분유를 넣은 밀크 초콜릿이나 코코아 고형물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화이트 초콜릿, 코코아 버터대신 값싼 가공유지를 넣은 저급한 초콜릿에서는 초콜릿 건강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도움말=가톨릭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김혜경 교수



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