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즈모라이트(Cosmolite)신소재 사용 찌그러져도 원상회복… 신개념 여행가방 등장

쌤소나이트 코즈모라이트(쌤소나이트 코리아제공)
여행을 떠날 때면 항상 가방을 고르면서 하게 되는 고민들…

'아무래도 스타일이 중요하지. 여행도 패션인데 멋이 최고지!' '무슨 소리? 여행 가방은 들고 다니기에 편하고 가벼운 것이 제일이지' '여행 1년에 몇 번 간다고 오래 쓰고 튼튼하면 그만이지'

모두 다 한두 번쯤 들어 본, 일리 있는 얘기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선택은 하나뿐.

여행 가방에 새로운 트렌드가 생겨났다. 하드 케이스도 아니면서 또 소프트 케이스도 아닌, 딱딱하면서도 동시에 부드러운, 신개념의 이른바 '하드 & 소프트(Hard & Soft)' 케이스다. 물론 지금까지 듣도 보도 못한, 전에는 전혀 없던 종류의 여행가방이다.

세계적인 여행가방 브랜드 '쌤소나이트'가 최근 선보인 '코즈모라이트(Cosmolite). 외관부터 반짝반짝 빛나는 모양새가 어김없는 하드 케이스 여행가방이다. 그런데 눌러 보면 이상하다. 눌러도 눌러도 찌그러질 뿐 깨지거나 부서지지는 않는다.

서부석 대표이사
그리고 다시 펴면 제 자리, 좀 전까지 구겨졌었다는 표시나 주름살 하나 없다. 여행가방의 '하드 & 소프트 컨버전스'로 불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겉 모양으로는 영락없는 하드 케이스이지만 성질은 마치 천조각으로 만든 것처럼 소프트 케이스 같은 여행가방은 'CURV®'라는 혁신적 신소재 덕분에 탄생했다. CURV® 소재는 폴리프로필렌으로 된 얇은 프로펙스 시트를 여러 겹으로 직조해 만든 것으로 여행가방용으로 사용된 것은 세계 최초이다.

신개념의 하드 & 소프트 컨버전스형 여행가방의 등장은 여행가방에 대한 사람들의 고정관념, 인식과도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해외여행 자유화와 함께 한국인들이 처음 선호했던 여행 가방은 하드 케이스. 일단 내용물을 잘 보관해야 된다는 생각이 강했던데다 속칭 '폼'을 중시하는 사회적 성향에서 하드케이스가 고급스럽고 '뭔가 있어 보인다'는 이미지도 작용했다.

하지만 초창기 하드 케이스 여행가방의 문제점은 무게. 대형 사이즈는 가방 자체 중량만으로도 7~8kg은 거뜬히 나갈 정도였다. 여기에다 짐을 넣으면 20~30kg은 훌쩍 넘긴다. 드는 것은 물론 여성이나 노약자는 밀기에도 힘든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가방을 눌러 찌그러뜨린 후에도 그대로 복워된 모습 (순서대로)
덕분에 득을 보게 된 것이 소프트 케이스 여행가방. 신축성이 강해 조금 부풀게 넣더라도 많은 짐을 소화할 수 있어 편리한데다 많은 기업체에서 판매용 사은품으로 나눠주면서 많이 보급됐다. 특히 천이나 합성수지로 주로 제작된 소프트 케이스는 항공사들이 수하물 무게에 제한을 두고 일정 중량 이상인 경우 추가 요금을 받기 시작하면서 더욱 날개를 달게 됐다.

이 와중에 하드 케이스 여행 가방 또한 진화해 가벼운 종류의 상품들이 많이 선보였다. 하지만 여전한 문제는 파손을 견딜 수 있는 강도. 공항 수하물 트랙을 거쳐 나온 하드케이스 여행가방이 부서져 있다거나 심한 스크래치가 나 있는 경우를 찾아 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물론 가방 무게를 줄였다고 하지만 소프트 케이스에 비해 더 무겁다는 사실은 여전한 고민거리.

하지만 하드 & 소프트 케이스 여행가방은 이런 딜레마를 상당 부분 해소해 준다. '얇고 가벼우면서도 튼튼해야 한다'는 당대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 때문이다. 코즈모라이트 기내용 사이즈 가방 경우 2.2kg에 불과하다. 이는 일반 노트북보다 가벼운 수준. 71cm짜리 사이즈의 가방도 3.4kg 밖에 안 나간다.

특히 하드 케이스 여행가방의 비교적 덜 알려진 단점 중의 하나는 저온에 취약하다는 점이었다. 영하로 내려갈수록 웬만한 충격에도 파손되기 쉽다. 외부 충격으로 외형이 변화할 경우 원상회복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그런데 신소재의 이 여행 가방은 강도면에서 무척 특이하다. 손으로 누르건, 다른 물건에 짓눌리거나 찍히든 부서지거나 깨지지 않는다. 다만 찌그러질 뿐인데 이 또한 다시 펴면 그대로 원상회복이 된다. 상온에서는 3배, 영하에서는 10배 이상의 탁월한 충격 강도 수치를 보이는 것으로 시험에서도 입증됐다.

한 네티즌은 신소재로 된 이 여행가방을 길거리에 두고 차 바퀴로 밟고 지나가는 장면을 인터넷에 올려 최근 화제가 됐다. 결과는 예상외로 '이상 무'. 한 댄서는 이 여행가방에 한 손을 얹고 그 자리에서 물구나무를 섰다가도 다시 가방이 온전한 것을 증명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첨단 신소재가 일으키는 하드 & 소프트 여행가방의 혁신은 향후 여행가방의 트렌드를 예고하고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1967년 세계 최초로 폴리플고필렌 재질의 여행가방이 처음 출시됐고 이것이 오늘날 하드 케이스 가방의 원조가 된 것 같은 제품 혁명의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 1974년에야 비로소 바퀴가 달린 여행가방이 세계 최초로 등장한 것 또한 같은 혁명의 콘셉트이다.

그래도 단점이라면 '비싸다'는 가격대. 다른 일반 여행가방 제품들에 비해서는 비교적 높은 가격대인 30만원대 이상으로 책정됐다. 하지만 자연을 모티브로 한 조가비 모양의 형태와 외관은 럭셔리한 고급 이미지를 준다.

한국관광협회 임재철 실장은 "두께는 얇고 무게는 가볍지만 뛰어난 내구성, 그리고 패션성을 갖춘 케이스는 여행을 떠나는 모든 여행자들이 가방에 대해서 갖는 로망이자 욕구"라며 "최근 하드 앤 소프트 케이스의 등장에서 비롯된 여행가방에서의 새로운 혁신성과 시도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촌평했다.

"코즈모라이트, 한국인 기호에 딱이죠"
여행가방 혁신 리드… 기존고객과 젊은 층·여성층 동시공략
서부석 쌤소나이트 코리아 대표이사

"격식과 품위를 중시하는 한국인들에게 코즈모라이트 여행가방은 기호에 딱 맞아 떨어지는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고품격한 하드 케이스의 원형을 갖추면서도 소프트한 기능을 발휘하는 새로운 콘셉트의 여행가방이니까요."

눌러도 눌러도 부서지거나 깨지지 않는 '이상한' 여행가방을 국내 시장에 내놓은 쌤소나이트 코리아의 는 요즘 여행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로 꼽힌다. 신개념의 '하드 & 소프트 컨버전스'형 여행가방'을 최초로 선보이며 여행 가방의 새로운 트렌드를 리드하고 있어서다.

"일본인 여행객 중 70%는 하드 케이스를 들고 다닙니다. 반대로 한국은 현재 30% 정도만 하드케이스를 사용하고 있지요. 특히 일본 사람들은 자국내에서 가까운 거리를 여행하거나, 지하철 출퇴근 시에도 조그만 바퀴달린 여행가방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일 정도로 여행가방 사용 빈도가 높습니다."

여행 가방에 대한 세계적 추세를 예리하고 꿰뚫고 있는 서부석 대표는 "국내에서도 최근들어 하드 케이스 비율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시장을 설명한다.

실제 세계 각 나라마다 여행가방을 선택하는데 차이가 조금씩 있다. 여행 가방을 고르고 사용하는데서도 국민성이 조금씩 드러난다는 것. 한국이나 일본에 비해 실용성을 중시하는 유럽인들은 그래도 소프트케이스가 많은 편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공통점이라면 디자인이나 무게, 튼튼한 강도, 크기, 내구성 등은 여행 가방 선택에 중요한 요소들.

1910년 창립한 쌤소나이트는 100여년의 역사를 가진 가방 전문 회사로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성경에 나오는 '삼손(Samson)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초창기부터 가장 큰 특징인 '견고함'을 브랜드의 이미지로 삼고 있다.

특히 쌤소나이트의 혁신 이미지는 역사가 깊다. 1910년 처음에는 나무로 트렁크를 만들다가 1955년 마그네슘 재질로 된 제품을 출시했다. 67년에는 세계 최초로 폴리프로필렌 재질의 여행가방을 내놓았고 이 것이 오늘날 하드케이스 여행가방의 원조가 되었다. 74년에 바퀴가 달린 여행가방을 선보인 것도 세계 최초다.

"이번 코즈모라이트 여행가방 또한 세계 최초로 신소재를 활용한 신개념의 여행가방이란 점에서 쌤소나이트의 전통깊은 혁신성은 이어지고 있는 셈이죠."

세계적으로 이름 높은 쌤소나이트의 이미지는 30~40대 이상 연령층이 선호하는 브랜드로 남성들이 많이 찾는다는 것이 일반적. 이는 장점이자 단점으로도 지적된다. "2005년 쌤소나이트 코리아 출범 10주년을 맞아 사은행사를 했는데 고객들이 들고 나온 가방들 중에 월남정에 사용했던 것, 심지어는 대를 물려 50~60년 이상 된 가방까지 갖고 오시더라구요." 그만큼 쌤소나이트 가방이 튼튼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들이다.

때문에 쌤소나이트 코리아가 추가로 주력하고 있는 부분은 젊은 계층과 여성층 고객의 흡수. 서부석 대표는 이를 위해 젊은 여성들을 위한 세그먼트인 '레드 라벨'을 새롭게 론칭하고 젊은이들을 위한 서류가방 등 제품군도 넓히고 나섰다. "기존 고객층의 선호도를 유지하면서 신규 고객을 창출하는 것이 절대 중요합니다. 과거와 현재를 망각해서는 안되지요." 서 대표의 다각화 시장 전략이다.

샤넬과 발리, 프라다 등 세계적 명품 회사에서만 비즈니스 경력을 쌓아 온 서 대표는 2005년부터 쌤소나이트 코리아를 이끌며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취임 후 연 200억원대이던 매출도 최근 500억원대로 부쩍 뛰어올랐다. 온라인과 홈쇼핑 등 유통 경로와 영업 마케팅 활로를 다변화하는 것도 그가 새롭게 시도한 것들.

"CEO는 삶의 질로만 보면 결코 좋은 게 아닌 것 같습니다." 매일 아침 6시에 기상, 요즘은 빨라진 퇴근 시간이 9시라는 그는 얼마전까지 11시, 12시 퇴근이 예사였다. "회사 조직을 수직적 상하관계가 아닌 수평적 업무관계로 바꾸는데도 시간이 걸렸습니다. 대신 그만큼 의사소통이 활발한 효율적 조직으로 탈바꿈하게됐죠."

오늘도 서부석 대표는 똑같이 얘기한다. "특히 퇴근이 늦고 일많은 임원들에게는 미안하죠. 하지만 직원들에게는 '눈치 보지 말고 일찍 퇴근하라'고 말합니다." 과연 얼마나 지시(?)가 먹힐지는 미지수이지만…



글·사진=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