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또 드 라 리비에르 농기구 수리공 청년의 꿈이 실현된 고급 명품 와인 국내 상륙

왼쪽부터 샤또 드 라 리비에르의 오너 겸 와인메이커인 뮤수 제임스 그레그, 와인컨설턴트 정회영, LG상사 트윈와인 김수한 대표, 영화배우 정준호 씨
1960년대의 한 여름, 와인 산지로 유명한 프랑스 보르도의 프롱싹 지방 농기구 수리공으로 일하던 18세의 어린 청년 뮤수 제임스 그레그는 어느 날 한 와이너리를 방문하게 된다. 아버지의 심부름으로 찾아 간 곳의 이름은 샤또 드 라 리비에르. 그는 이 곳에서 장장 10km가 넘는 엄청난 길이의 지하 천연동굴을 보고 반해버렸다. "아! 이런 와이너리에서 살아 본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은 어른이 된 그 청년이 최근 처음으로 LG상사 트윈와인(대표 김수한)의 초청으로 한국을 찾아 왔다. 농기구 수리공으로서? 아니, 꿈에도 그리던 샤또 드 라 리비에르의 오너 겸 와인메이커로서다. 그의 와인이 한국 시장에서 출시하는 것과 함께 빈티지별로 버티컬 와인 테이스팅을 갖기 위해서다.

청년 시절 처음 샤또 드 라 리비에르을 본 것만으로도 흠뻑 취했던 그는 가난한 농기구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의 일을 도와 보르도 지역의 포도원과 농장에서 사용하는 농기계를 생산하고 수리하는 일을 줄곧 해왔다.

그러면서 그가 고민해 오던 것 중의 하나. '어떻게 하면 포도 수확을 좀 더 과학적이고도 위생적으로 할 수는 없을까?' 결국 그는 신개념의 포도 수확기계를 개발, 판매하면서 큰 돈을 벌게 된다.

원래 프랑스에서도 해마다 포도 수확은 일에 능숙하지 않은 단기 노동자들을 동원해 이뤄지는 것이 일반 와이너리들의 상황이었다. 그랑크뤼 클라세 샤또처럼 재정적 여유가 있는 몇몇 프랑스의 유명 와이너리만이 그마나 숙련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그레그씨가 개발한 기계는 이런 고민을 일거에 해소시켜 줬다. 포도 수확기의 인건비를 줄이면서도 훌륭한 품질의 포도를 수확할 수 있도록 해 주기 때문. 프랑스는 물론, 전 유럽에 기계를 수출하면서 포도 수확에 있어 일대 혁신을 일으키게 된다. 지금은 쌩 떼밀리옹 그랑크뤼 클라세의 많은 샤또들도 이 기계를 애용한다.

급기야 억만장자의 반열에 오른 그는 지난 2003년 매물로 나온 샤또 드 리비에르를 인수, 와이너리 오너의 꿈을 이루게 된다. "앞서 1990년대에도 한 번 와이너리가 시장에 나온 적이 있어요. 하지만 이 때는 돈이 부족해 살 수가 없었어요. 눈 앞에서 꿈이 사라져 가는 기분이었습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와이너리가 다시 새 주인을 찾게 된 상황이 그로서는 행운이다.

그간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았지만 샤또 드 라 리비에르는 보르도 최대 규모로 엄청난 길이의 지하 꺄브로 유명하다. 마치 지하의 거미망처럼 장장 12~13km에 달하는 꺄브에는 무려 100만병 이상의 와인이 보관된다. 지하 동굴 면적만 8헥타르.

그 역사가 759년 샤를마뉴 대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샤또 드 라 리비에르는 또한 와이너리를 감싸고 흐르는 천연 샘물을 자랑한다. 19세기 초에는 샤또의 오너가문 여성 귀족이 담벼락을 높게 치고 이 샘물에서 다른 귀족 여성들과 함께 멱을 감았다고 전해진다. 그 여성 귀족은 철학자 장 자크 루소의 연인으로도 더 유명하다.

수 천 년 전부터 흐르고 있는 이 샘물은 풍부한 천연 미네랄과 석회질을 함유하고, 식수로도 사용된다. 2003년 유럽을 휩쓸었던 폭염에도 마르지 않았다고 한다.

엄청난 길이의 지하 와인 저장고, 시간당 4만 5000리터가 흘러 나오는 천연 샘물 말고도 그의 와인을 돋보이게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와이너리의 자리. 샤또 드 라 리비에르 바로 옆에는 쌩 떼밀리옹과, 세계 최고급 가격과 명성의 샤또 페뜨뤼스와가 인접해 있다. 명품 지역, 명품 와인의 천혜적 조건은 이미 갖춘 셈.

전체 면적 85헥타르에 이르는 그의 와이너리에서는 멜로 품종을 82% 가량 재배한다. 생산하는 와인 중 최고급 브랜드는 '아리아'로 연간 2000명만 한정 생산한다. 샤또 드 라 리비에르는 바로 그 다음 순위의 고급 와인. 4곳의 샤또를 소유하고 있는 그는 두 아들, 가족과 함께 와인을 양조해 지역에서 '패밀리 와인 메이커'로도 이름 높다.

샤또 드 라 리비에르 와인 1999년산부터 2005년까지(2000년산 제외) 6개 빈티지 와인을 비교 평가하는 버티컬 테이스팅에 나선 김준철 한국와인아카데미 원장은 '2005년 산을 탄닌이 강하고 파워풀해 스테이크를 생각나게 하는 최고의 빈티지로 꼽았다. 99년산은 아무래도 세월의 연륜이 배인 듯. 좋은 김치처럼 깊은 맛을 내서 와인만 마셔도 맛을 낸다는 것이 그의 촌평.

샤또 드 라 리비에르에는 배우 정준호씨도 함께 참여해 와인에 대한 일가견을 보여줬다. 프랑스에서 활동 중인 와인 컨설턴트 정회영씨와 함께 한 그는 '와인의 퀄리티가 입 안으로 전해진다'며 와인에 대한 일가견을 보여줬다.



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