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공포 줄이고 면역력 높여 생명 연장에 도움

얼마 전 발렌타인데이를 맞아 평소 좋아하던 대학 선배로부터 사랑을 고백받은 A(27·여) 씨. 그는 요즘 더 없이 행복하면서도 고통스러운 감정을 느끼고 있다.

살면서 누구나 만나고 헤어지고, 사랑 때문에 행복해하고 불행해한다. 사랑만큼 감정과 신체, 라이프 스타일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사건도 드물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랑은 생명의 연장이나 단축에도 중요한 영향을 준다고 한다. 사랑과 건강, 어떤 관계가 있을까?

사랑하면 도파민 증가하고, 코르티졸 감소

사랑을 하면 호르몬 분비와 뇌신경계에 변화가 온다는 건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사랑에 빠지면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하는 호르몬인 도파민(dopamine)의 분비가 증가한다. 이 때문에 사랑을 하면 행복감을 느끼는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졸(cortisol) 생성을 감소시켜 스트레스에 보다 잘 견딜 수 있게 된다.

키스를 하면 남녀 모두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
)이 많이 분비돼 성적 흥분감이 고조된다. 따라서 오랜 기간 키스를 하는 것은 자연적인 정력제를 복용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그러나 사랑에 빠진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로운 커플보다 오랫동안 안정된 관계를 유지해 온 커플이 건강에 있어서는 더 유리한 것으로 연구결과 밝혀졌다.

뉴욕주립대학 연구팀이 뇌의 활성을 관찰할 수 있는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을 통해 사랑에 빠진 커플들을 관찰했다. 그 결과, 새로운 커플이나 오래된 커플 모두 도파민과 관련된 뇌의 부위가 활성화돼 있었다. 하지만 오래된 커플이 유대와 관련된 뇌의 부위가 활성화돼 있는 반면, 새로 사귄 커플은 그렇지 못했다. 또, 오래된 커플만이 불안감과 관련된 뇌 부위가 덜 활성화돼 있었다.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사람들은 행복감과 불안감을 동시에 느끼고, 감정의 기복이 심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반면, 결혼 등 오랫동안 만족스러운 관계를 유지해 온 사람들은 정서적 안정감과 더불어 유대감, 자아 존중감 등이 커지면서 여러 가지 건강적 측면에서 혜택을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복한 커플이 더 오래살아

사랑으로 인한 심리적 변화, 즉 긍정적인 사고는 건강에도 다양한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미국의 한 심리학회지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높지도 낮지도 않은 최상의 혈압수치를 보였다. 그 뒤를 이은 것이 독신그룹.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혈압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국 질병통제센터(CDC)가 성인남녀 12만 7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결혼한 사람들이 두통과 요통에 덜 시달린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결혼생활을 포함해 오랫동안 사랑관계를 유지해 온 이들은 통증을 억제하는 뇌의 부위가 활성화돼 있기 때문이다.

미국 버지니아 대학의 뉴로사이언스 연구진은 주부 16명에게 아픈 전기충격 실험을 한다고 말한 후 이들의 뇌를 기능성 자기공명영상으로 관찰했다. 이들 피실험자가 공포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사전 설문조사에서 행복한 결혼생활을 한다고 응답한 주부들은 실험기간 동안 남편의 손을 잡고 뇌를 촬영했다. 그 결과, 이들의 뇌는 스트레스에 크게 반응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결혼생활에 덜 만족한다고 답한 주부들 및 낯선 남자의 손을 잡게 한 주부들은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이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진행한 코안 교수는 "사랑이 스트레스 및 공포 관리에 비치는 영향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컸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긍정적인 관계는 상처회복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 의학센터 연구팀이 결혼한 커플들을 대상으로 살점에 상처를 내고 회복하는 속도를 관찰했다. 그런데 사전설문조사에서 결혼생활에 만족하다고 답했던 커플과 그렇지 않은 커플들은 상처회복 속도에 있어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행복한 커플은 그렇지 않은 커플보다 상처회복 속도가 2배 가까이 빠른 것으로 임상실험결과 나타났다.

사랑하면 감기에 걸릴 확률도 낮아질까? 미국 카네기 멜론 대학에서 실험한 결과, 긍정적인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 감기나 독감에 걸릴 확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안정적으로 사랑하는 관계는 스트레스와 불안감, 우울증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면역력을 높인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국 보건복지부는 결혼과 건강에 관한 수많은 연구자료를 검토한 결과, 결혼한 사람들이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보다 병원을 찾는 횟수가 적으며, 평균 입원기간도 짧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결혼을 하면 몸의 청결에 더 신경 쓰게 되고, 담배나 술을 덜 먹게 될 확률이 높고, 배우자 간에 서로의 건강을 챙겨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물론 결혼이 건강에 좋은 영향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비만이다. 한 연구결과, 결혼한 남성들이 미혼 남성들보다 20%가량 과체중이나 비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사랑은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궁극적으로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한 이들이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더 오래 산다는 것이다. 2007년 영국의 한 연구결과, 배우자와 사별한 이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어떤 이유에서건 사망할 위험이 매우 높았다. 미국에서 8년간 사망률을 추적해 작성한 한 보고서(2006년 발간)에 따르면, 한번도 결혼한 적이 없는 사람들은 결혼한 사람들보다 사망률이 58%나 높았다.



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