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규 영월군수관광객 늘자 볼멘소리 군민들 따뜻한 시선… 문화 행정 전도사 앞장

"우리 고장이 가진 잠재력에 문화를 접목시키면 한 단계 더 발전할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박물관 사업을 집중 육성하기로 결정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죠."

박선규 영월군수는 영월을 '문화 박물관 특구'로 이끄는 총사령관 역할을 자임한다. 그가 민선 4기 지방자치단체장으로 부임한 것은 2006년. 이후 영월군은 박물관 보유 개수 10개를 넘어서 벌써 20개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방 군 단위로는 전국 최고, 최대 규모의 '박물관 타운'이 형성된 것이다.

"군내에 문을 닫은 학교가 있어 읍면 복지관을 지어 드렸습니다. 그런데 이용도가 낮아 고심 끝에 리모델링해 박물관을 유치해 보니 훨씬 반응이 좋더군요."

영월군에 박물관 콘셉트가 본격 도입된 계기는 2008년 박 군수가 영월군을 박물관 문화특구로 키워보겠다고 정부에 제안하면서부터다. "어차피 박물관들을 유치하고 육성시킬 바에야 공식 특구로 가보자고 착안했습니다." 당시 영월군은 지방자치 시군들 중에 유일하게 문화를 테마로 응모, 특구 지정을 받게 된다.

심사 때는 각 부처 고위 관료와 전문가들로부터 매서운 질문들이 쏟아졌다. 박 군수가 내놓은 답은 단 한 가지. "대규모 박물관도 아니고 지역에서 안 쓰는 시설이나 공간 등을 리모델링해 쓰겠다"고 한 말이 공감을 얻었다. '영월=박물관 고을'이라는 브랜드가 탄생하게 된 첫 출발점이다.

"박물관을 찾는 이들 대부분은 가족 단위입니다. 아이들에게 살아 있는 교육현장이 되기 때문이겠죠. 천문대에서는 신비감도 느끼고 민화 소장품들을 보면서는 충효사상을 일깨워 주며 아프리카 등 해외 예술품들에게서는 글로벌 감각도 키우게 되죠." 박 군수는 "박물관이 선사해 주는 교육적, 문화적 가치는 금액으로 따지면 엄청난 자산"이라고 힘줘 말한다.

그럼에도 영월이 박물관 타운으로 거듭나기 전에는 시련도 적지 않았다. 지역 주민들의 냉소적 반응이 가장 큰 장애였다., '먹고 살기도 힘들어 죽겠는데 무슨 박물관이냐?'는 당연히도 볼멘 소리였다.

하지만 한두 개 박물관들어 늘어나고 더불어 관람객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군민들의 시선도 따스해졌다. 박물관이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또 그것이 유발하는 경제적 효과가 만만치 않기 때문. 지역 농산물 특산품 판매가 활성화되는 것은 물론, 펜션 숙박이나 지역 주민들과 연계한 농촌체험 등 일거리와 수입이 덩달아 늘어났다.

"이제는 군민들도 문화적 감각을 갖게 됐습니다. 관광 마인드는 기본이고요." 박 군수는 "군민들 모두 영월 전체를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 만들어 보자는 데 의기투합하고 있다"고 전한다.

군청이나 지역민들의 문화의식이 달라지는 것은 마을 가꾸기에서부터 드러난다. 전에는 볼품없던 탄광촌이나 교차로를 감각적으로 단장시키거나 깨끗하게 꾸미는 사례들이 늘어나는 것. 동강사진박물관 앞 절개지를 LED조명과 화합의 분수대로 치장하거나 모운동 시골마을을 새단장한 것 등이 대표적 사례. 이처럼 현실에서 문화를 형상화하려는 노력은 대한민국공공디자인상 수상 등 가시적인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단순히 박물관 숫자만 늘리는 것은 결코 아니지요. 더불어 도시 디자인을 바꾸고 문화 콘텐츠를 풍부히 담아내면서 아름다운 고장의 자연적 풍광, 역사적 유물 유적과도 함께 조화를 꾀하는 것이 영월군이 지향하는 문화 관광 테마입니다."

그가 이처럼 평균 이상의 관광 마인드와 안목을 가진 것은 경력 덕분이기도 하다. 군청 공직 생활중 문화관광 부문에서 근무하면서 일찍이 관광과 문화의 중요성을 확인할 기회를 갖게 됐다. 공직 생활 30년 이력의 박선규 군수는 고졸 출신이면서도 대학을 야간으로 독학하는 등 노력으로 자수성가한 대표적 단체장으로 꼽힌다.

"군수라는 역할이 고민을 많이 하게 합니다. 결론은 결국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죠." 그래서 그의 관심과 노력은 문화나 관광에만 그치지도 않는다. 경제 또한 활성화시키는 것이 필수라는 생각에서 태양광전지 클러스터 조성 등 지역내 광물, 자원과 연계한 산업 육성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또한 지역에 사람들이 몰리도록 하기 위해서는 경제 외에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초중고생들이 방과후 자율학습 후 안전귀가할 수 있도록 차량이나 교사 예산지원을 해 주면서 1년에 10여명 이상이 다시 귀농하고 있는 것. 다문화 가정이나 장애우, 어르신들을 돌보는 복지 문제도 그가 중시하고 있는 행정 업무에 속한다.

"아이들과 젊은 사람들이 넘쳐 나야 지역이 젊어집니다. 사람 살기 좋은 고장을 만드는 것이 첫째 목표지요." 그는 "혼자서는 외로이 고심하지만 여기저기 뛰어 다니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희망이 보인다는 느낌을 받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