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빌리 쇼콜라티에, 디어 초콜릿 벨기에 공장서 생산, 본고장 공략

페레로 로쉐, 고디바, 길리안, 린트 등…면세점 등에서도 많이 접할 수 있는 세계적으로 이름난 초콜릿 명품 브랜드들이다. 하지만 한국 브랜드 초콜릿은 아직 없다.

그런데 최근 예외가 하나 생겼다. 바로 쥬빌리 쇼콜라띠에와 디어 초콜릿. 한국에서 태어난 이들 프리미엄 초콜릿이 명품 초콜릿의 본고장 유럽에 입성한다. 벨기에에 세워진 공장에서 비로소 5월부터 한국의 초콜릿을 만들기 시작하는 것. 당연히 초콜릿 생산지는 'Made in Belgium'으로 찍힌다.

명품 초콜릿의 본고장이라고도 할 수 있는 유럽 시장에 진출한 회사는 초콜릿 제조 전문 업체인 JF&B(대표 김영환)다. JF&B는 일반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이름이지만 사실 알고 보면 국내 초콜릿 시장의 절대강자다.

특급호텔이나 유명 베이커리, 커피 체인 등의 케이크에 들어가는 초콜릿이나 수제 초콜릿을 만드는데 국내에서 이 시장의 80~90%를 차지한다. 초콜릿 관계자들이라면 이미 친숙한 브랜드로 '그럴 만 하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한국에서 '출발한' 초콜릿 공장은 벨기에 브뤼셀 남쪽 브라방 왈롱(Walloon Brabant)주 수도인 리벨에 들어선다. JF&B가 기본적으로 투자하지만 현지 정부와 투자청에서 3년간 240만유로(약 50억원)를 지원한다. 투자를 도와 주는 이유는 공장설립으로 현지인의 일자리 창출을 가장 커다란 장점으로 보고 있어서다. 현지 법인명은 'Dear Food Europe sprl'.

벨기에에 진출한 JF&B의 현지 공장에서 생산되는 초콜릿은 1차적으로 정통 수제 초콜릿과 초콜릿 데코레이션 제품들이다. 이들 초콜릿은 대부분 유럽의 베이커리나 카페, 호텔 등에 B2B로 납품될 예정.

여기서 먼저 기술력과 브랜드를 인정받은 후에는 비로소 자체 브랜드로 일반 시장 시판에 나설 계획이다. 한국의 기술력으로 'made in Belgium"의 생산지 표시를 단 초콜릿들은 유럽, 미국, 일본, 홍콩 등으로 뻗어나가게 된다.

한국의 초콜릿 브랜드와 공장이 벨기에까지 진출하는 데는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웬 동양 사람이 초콜릿의 원산지인 벨기에에 역으로 초콜릿을 가지고 공장을 세운다고 하니 처음에는 반신반의한 것도 당연지사.

하지만 벨기에 정부와 투자청에서 한국을 다녀 보고선 생각이 확 바뀌었다는 후문이다. 일단 먹어 보고서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만큼 맛이 좋았다는 것'이 이유. 초콜릿을 만드는 이정도 기술력이면 충분히 세계적 경쟁력이 있다는 확신을 심어줬다.

더불어 현지 점검차 방한한 이들은 수년 전 오픈한 정통 초콜릿 까페 쥬빌리 쇼콜라띠에와'디어초콜릿' 파주해이리의쥬빌리 초콜릿박물관과 국내 생산공장 등을 둘러본 후 최종 결심을 내렸다. 결국 벨기에 최초로 한국 회사의 벨기에 투자를 유치하는 데 최종 도장을 찍은 것. "본국 못지 않게 높은 퀄리티를 소유하고 있는 한국의 초콜릿 기술에 놀라움과 함께 만족스럽다"며 이들은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김영환 JF&B 대표이사
일단 유럽에 공장부터 먼저 상륙하지만 JF&B의 차기 목표는 2011년 정통 초콜릿 카페 쥬빌리 쇼콜라띠에와 상위 브랜드인 디어 초콜릿의 유럽 매장 오픈을 노리고 있다.

"한국 초콜릿 유럽 브랜드 달고 세계시장 안착"

"우리 기술로 직접 만든 초콜릿을 맛 보곤 '정말 맛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메이드 인 코리아'라고 적힌 라벨로 명품 가격을 매기고 (비싸게) 제값을 받고 팔기는 불가능하다'고 들었습니다."

벨기에에 초콜릿 공장을 세우며 유럽 명품 초콜릿 시장에 도전하는 김영환 JF&B 대표이사는 수년 전 일본 백화점 바이어와 나눈 대화를 결코 잊지 못한다. 아무리 맛있어도 국가 브랜드 파워나 꼬일대로 꼬인 한일 관계 등으로 프리미엄 초콜릿 수출이 항상 원활하지는 않겠다는 교훈에서다.

그래서 고심 끝에 그가 찾은 해법은 명품 수제 초콜릿의 본고장인 유럽 진출. 유럽의 이미지를 담고 초콜릿 종주국의 브랜드를 내세우면 세계 시장에 무사히 안착할 것이라는 확신에서다. 물론 한국의 기술과 자본력 그대로다.

굳이 일본 바이어만 탓할 일이 아니라 실제 프리미엄급으로 일컬어지는 명품 수제 초콜릿에 대한 인식은 우리 한국인들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백화점에서 우리가 만든 고급 초콜릿 시식회를 했는데 모두 맛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곤 한국산이라고 했더니 10명 중 2명은 고개를 끄덕였죠. 하지만 나머지 10명에 8명은 (무시하거나 실망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선) 초콜릿을 그 자리에 놓곤 떠나버리기 일쑤였습니다." 비록 초콜릿의 본고장 벨기에 사람들이 정작 한국의 수제 초콜릿 기술과 맛을 확인하고선 놀라는 데 반해 우리는 오히려 정반대의 인식을 가진 셈.

국내 명품 초콜릿 시장과 메이저 델리 브랜드 등에 납품하는 초콜릿 데코레이션 부문에서 절대지존 자리를 굳히고 있는 김영환 JF&B 대표이사의 나이는 만으로 불과 39세. 재벌가 2세나 부잣집 아들 아닌가 싶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정반대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들 생각하거나 알고 계세요. 사업가 치고 나이가 어리니 당연히 이해가 갑니다."

상고를 졸업한 후 회사에 입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그는 외국계 회사의 사환 출신이다. 한국 듀퐁에서 고교시절 심부름을 하는 사환으로 근무하다 직원으로 채용된 케이스. 그리고는 몇 년여를 직장인으로 생활했다. 물론 그 자신의 표현대로 집안은 '무척 가난했다'.

"회사에서 많은 외국인들과 접하면서 영어를 공부하고 외국 문화를 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곤 호주 유학을 결심했죠." 호주 유학 생활 또한 주경야독의 생활 그 자체였다. 밤이면 퇴근한 사무실을 찾아 가 청소를 하고 방학 때는 풀타임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했다.

안 해 본 일이 없을 정도인데 다만 식당 서빙만은 못해 봤다고. 힘들어서가 아니라 노동 강도가 약하니 급여가 적은 탓이었다. 그리곤 5년여 만에 공부를 마치고 돌아온 후 새삼 결심하게 된 것은 '이왕 노력할 바에야 내 사업을 해 보자'는 것.

처음 베이커리 관련 제품들을 가지고 해외 시장을 다니던 그는 10여년 전 유럽산 명품 수제 초콜릿 수입을 처음 해보게 된다. 하지만 길다란 운송 시간과 과정을 거치면서 제품에 하자가 발생하기 일쑤. 그럴 바에야 아예 한국에서 만들어 보기로 시작한 것이 어느새 주업이 됐다. 지난 해 연매출 200억원 가까이 되지만 올 해는 250억원을 내다보는 수준. 혼자 시작한 회사의 직원도 150여명으로 늘어났다.

"벨기에 사람들의 1인당 연간 초콜릿 소비량이 12kg이나 됩니다. 일본도 우리 10배 시장규모인데 한국은 턱없이 못미치죠. 지금은 성장이 더딘 편이지만 그 만큼 시장 가능성이 풍부합니다." 고부가가치 산업인 프리미엄 초콜릿 시장의 계속된 성장을 그는 확신한다. 초콜릿은 단순한 식품에 그치지 않고 하나의 문화이고 트렌드이기 때문.

ˆ"저 같은 중소기업인을 보고 젊은 사람들이 글로벌하게 도전하고 쟁취하려는 진취적 의식을 가졌으면 합니다. 이 사람도 하는데 나라고 못할소냐라고 생각해 보는 정신이죠."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지나온 것은 이미 끝난 것이라 다시 생각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일어날, 새로운 일들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힘줘 말했다.



글·사진 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