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전통주 병·라벨 디자인 변경 등 세계화 위한 변신

신세계 막걸리 누보
한식이 옷을 갈아입느라 분주하다. 세계시장에 나서려면 아무래도 새 옷이 필요하다.

막걸리와 전통주는 와인이나 사케 같은 세계적인 술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병과 라벨 디자인을 바꾸고 있다.

투박했던 떡은 케이크보다 예쁘게 변신을 거듭하고 있고, 한과는 현대적인 포장을 통해 국내외의 젊은 소비자층을 공략하고 나섰다. 세계를 향해 날기에 적합한 옷들일까? 한식의 새 옷을 구경해 본다.

막걸리, 대포집 술은 옛말…우리 고유의 예술미 뽐내는 전통주

쇠퇴일로를 걷다 출세한 막걸리의 스타일 변신은 화젯거리다. 서민적인 대폿집 이미지를 벗고, 핑크, 오렌지 등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칵테일 패션을 선보였다. 주전자 대신 예쁜 유리병에 담아 와인잔에 따라 마신다. 막걸리는 여성은 물론, 외국인과 젊은 층 소비자의 감성적인 기호를 충족시키는 보다 대중적인 주류로 거듭나는 데 성공했다.

캐니벌 부착한 한과 고시볼
싸구려 술의 이미지인 페트병이 아닌 고급 유리병이나 도자기에 담아 판매하는 막걸리 제조사도 늘고 있다. 지난 달 열린 다보스포럼 한국의 날 만찬장에 선보였던 '미몽'이나 '맑은 백세막걸리', '호랑이 막걸리' 등이 그 예다.

또 페트병에 담더라도 천편일률적인 병모양에서 탈피하고, 상표 디자인을 개발해 차별화를 모색하는 제품도 많이 눈에 띈다. 특히 쥬세페 막걸리, 크리스마스 막걸리, 현대백화점 막걸리의 라벨은 서구적인 이미지를 띠는 디자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막걸리와 마찬가지로 와인과 사케의 인기에 밀려 고전하다가 부활하고 있는 전통주도 디자인에 보다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한식세계화를 선도한 광주요 그룹은 고급 증류주로 평가받아 온 '화요'를 최근 새롭게 디자인된 병에 담아 출시했다. 700년 전통의 정통 소주 제조 방식을 그대로 재현해 만든 화요는 '회장들이 맛보는 명품 술'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비즈니스맨들이나 외국인들에게 그 가치를 인정받아왔다. 화요는 제2의 도약을 준비하며 새로운 병에 가치를 담아냈다.

정통 증류주의 역사성과 현대적 디자인 감각을 결합해 고려시대 청자의 절제미를 엿볼 수 있는 힘있는 통형의 블랙보틀과 단아한 청자의 곡선미를 떠올리게 하는 미색보틀을 탄생시켰다. 또, 우리 고유의 가치를 전하기 위해 유명 캘리그래퍼(calligrapher·글씨예술가)인 강병인 씨에게 작업을 의뢰해 한글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병에 새겨 넣었다.

떡을 이용해 만든 작품들
신세대 토종 캐릭터 달고 세계시장으로 뛰어드는 한과

한과와 애니메이션 캐릭터라는 생뚱맞은 결합도 눈길을 모은다. 전통한과 제조업체인 교동씨엠은 얼마 전 코트라에서 신세대 토종 캐릭터인 '캐니멀'이 부착된 상품 출시식을 가졌다. 캐니멀은 캐릭터 '뿌까'로 유명한 ㈜부즈의 자회사인 부즈클럽이 개발한 캐릭터로, 지난해 10월 세계 최대의 어린이 애니메이션 전시회인 'MIPCOM 주니어'에서 바이어 인기순위 2위에 올랐고, 워너브라더스와 라이센싱 계약을 체결하고 중남미 지역 진출을 앞두고 있다.

교동씨엠이 캐니멀 캐릭터를 고시볼에 부착한 것은 한과가 중장년층용 간식거리라는 고착된 이미지를 벗고 국내외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찹쌀 발효과자인 고시볼은 코트라가 개최했던 각종 바이어 참가 행사장에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여러 차례 시식행사를 가졌다.

교동씨엠 심영숙 대표는 "캐니멀과의 협력이 한과의 소비층 확대와 해외진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케이크보다 예쁜 떡 속속 등장

뉴 화요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서양의 케이크나 과자를 보면 맛은 물론이고, 시각적으로 예쁘다. 웰빙 붐을 타고 주목받기 시작한 우리 떡이 눈부신 새 옷으로 갈아입으며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떡 전문점 '굽찐가'는 딸기, 블루베리, 캐러멜, 커피, 초콜릿 떡 등 화려한 퓨전의 옷을 입은 떡들을 선보였다. 떡을 찌지 않고 오븐에서 구워내는 것도 특징이다.

해외시장과 20~30대 젊은 층을 겨냥해 시각과 미각 등 오감을 만족시키며, 동시에 기존 전통 떡에 비해 조리과정이 간단하면서 유통기간이 더 긴 떡을 개발했다는 게 업체 대표의 설명이다.

떡 전문기업 '빚은' 역시 홍시 셔벗을 비롯해 초코, 고구마 등으로 만든 신세대 감각의 퓨전 떡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처럼 예쁜 옷으로 바꿔 입은 떡들은 선물용으로 각광받고 있다. 대입 수능을 앞둔 수험생 선물 조사에서 떡이 초콜릿을 압도하기도 했다.

빵이나 과자, 케이크처럼 대중화하기 위해 무거운 옷 대신 가벼운 옷을 입는 떡도 늘고 있다. 소포장 기술이 발달하면서 휴대하기 편리해지자 편의점은 물론, 스타벅스 매장에서도 떡이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그러자 떡을 즐기는 연령층이 과거 40대 이상 중·장년층에 10대에서 60대까지 확대되고 있다.



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