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갑 교수 '담배 제조 및 판매 금지' 법률 제정 공개 청원회 열어

2월 22일, 금연운동가로 유명한 서울대 의대 (전 국립암센터 원장)는 담배제조 및 매매금지에 관한 법률제정을 요구하는 공개 청원회를 열었다.

그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담배 제조 및 매매 금지를 위한 공개 청원서'를 이명박 대통령에게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그가 이처럼 대통령을 향해 특단의 대책을 촉구하는 이유는 담배로 인한 폐해가 심각하지만 정부가 당장의 재정수입을 생각해 금연정책에 손을 놓다시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담배는 독극물이자 마약

흡연이 몸에 해롭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문제는 보통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담배 연기 속에는 발암물질만 62가지가 들어있다. 담배를 그저 기호품이라고 치부하기 어려운 이유다. 방사선 물질인 폴로늄 210, 살충제에 사용하는 디디티, 아스팔트에 사용하는 타르, 일산화탄소 등이다. 이중 방부제에 있는 나프틸아민, 휘발유 성분인 벤젠, 사약 성분인 비소, 강력한 발암물질인 벤조피렌 등 15가지는 사람에게 암을 일으키는 것이 입증됐다. 이러한 발암물질이 희석되지도 않은 채 그대로 농축된 채 담배연기를 통해 체내에 들어와 혈액 속으로 흡수돼 전신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담배는 또, 그 피해가 흡연자 개인에 한정되지 않고 사회에도 해를 끼친다. 한 예로, 발암성분의 하나인 방향성 아민은 담배 끝의 연기에 더 많이 있기 때문에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보다 주변의 간접흡연자에게 더 많은 피해를 주게 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담배는 마약과 같은 강한 중독성을 가졌다. 대개의 흡연자들이 본인의 의지만으로 담배를 끊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연구 결과, 담배에 들어 있는 니코틴은 대마초보다 중독성이 강한 것으로 밝혀졌다.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수 교통사고의 8배 이상

이처럼 독극물이자 마약인 담배는 만병의 근원이자, 국민의 수명을 앗아가는 데 가장 큰 영향을미친다는 게 금연운동단체의 주장이다.

박재갑 교수
담배를 한 개비 피울 때마다 수명이 12분씩 단축된다. 일년간 하루에 한 갑의 담배를 피운다면 두 달의 수명이 단축되는 셈이고, 이러한 수치와 평균 흡연기간으로 계산하면 남성은 13.2년, 여성은 14.5년의 수명이 단축된다.

흡연이 인체에 미치는 해악성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만성폐쇄성 폐질환을 비롯한 각종 폐질환과 뇌졸중, 협심증 등 심혈관 질환, 다리가 썩어 들어가는 버거씨병, 발기부전, 불임이나 유산, 기형아 출산, 청력손실 등 수없이 많다. 그 중에서도 국민사망원인 1위인 암의 30%는 흡연에 의한 것이다.

우리나라 암 사망자 1위인 폐암의 90%가 흡연에 의해 발생되며, 구강암과 혀암, 식도암의 경우에도 역시 흡연이 원인의 9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전문가들은 흡연으로 인해 자궁 경부암과 췌장암, 방광암, 신장암, 위암이 발병할 위험은 1.5배~3배 가량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암 외에도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고혈압, 고지혈증, 동맥경화, 뇌졸중, 심근경색에 걸릴 위험이 3~4배 높다.

우리나라의 흡연인구는 약 1300만 명이며, 매년 5만 명이 흡연 때문에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흡연으로 인해 하루에 137명 꼴로 죽어가는 것이다.

이는 2008년 교통사고 사망자(5870명)보다 8배 이상 많은 수치다. 115명의 생명을 앗아간 1987년 KAL기 폭파사고가 매일 일어나는 것과 같은 것이며, 501명의 생명을 앗아간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4일마다 한번씩 반복되는 셈이다.

독극물 팔아 한해 7조원 수입 올리는 정부

이처럼 몸에 해로운 담배를 정부는 합법적으로 만들어 팔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박 교수는 "식품에서 발암물질 1개만 검출돼도 판매 중지를 시키는데 담배에는 62종의 발암물질이 포함된 것은 물론 청산가스와 비소까지 들어 있는데도 버젓이 팔게 놔두는 것은 난센스"라며 거침없는 비난을 쏟아냈다. 그러면 정부는 왜 담배판매를 허용하고, 금연정책 수립에 미온적일까? 담배판매로 한해 7조원의 세금을 거둬들이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그가 주도한 담배 제조 및 매매 등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은 2006년 2월 사회 각계각층 158명의 이름으로 입법 청원됐지만 17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폐기됐으며, 2008년 11월 제18대 국회에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담뱃값은 2005년 500원 인상 이후 제자리 걸음이며, 금연치료는 건강보험에서 제외시키고 있다. 그 결과 800만 명 이상의 국민이 담배중독에 빠져있고, 각종 질병에 시달리며 매일 137명, 일년에 5만 명씩 죽어나간다.



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