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우의 "건강은 선택이다"

여러분들도 잘 알다시피 저는 의과대학에서 정통적인 서양의학을 전공한 소위 양의사입니다.

지금부터 30년 전인 1980년에 의과대학을 졸업하여 처음 22년 동안 제가 가졌던 믿음은 질병은 완치할 수가 없고 평생 약으로 조절해야 한다는 것이었지요.

예로, 고혈압을 진단하면 그 분에게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약을 주면서 거의 평생 복용할 것을 늘 강조하고 했었습니다. 여러분들도 그렇게 믿고 있지요.

이런 믿음의 뿌리로 항상 등장하는 것이 약물에 대한 소위 과학적 증거입니다. 약물의 과학적 증거가 과연 어떤 의미인지를 살펴볼까요? 우선 대상 질병을 가지고 있는 200명의 사람을 모읍니다. 그 다음 이 200명을 무작위로, 즉 본인의 선택 없이 100명씩 두 군으로 나누어 한 쪽에는 진짜 약을, 다른 쪽에는 가짜 약을 주는데, 당사자들은 어떤 약을 복용하는 줄을 모르게 하지요.

더불어서 처방하는 의사들도 어떤 약인 줄을 모르게 하기 때문에, 이를 이중맹검법이라고 하고 약물연구의 금과옥조가 됩니다. 약물이 처방된 이후에는 당사자들이 결과에 영향을 줄 어떤 행동이나 선택도 하지 않도록 주의를 합니다. 이렇게 일정기간 약물을 복용한 후 두 군의 평균적 차이를 보는 것이 바로 과학적 증거이지요.

일견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것 같지만, 이 과학적 증거에는 아주 중요한 결함들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첫째, 본인의 선택이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스스로 병을 고치려는 노력이나 약물 사용의 선택 자체를 처음부터 봉쇄한 것이지요. 원래는 연구의 목적인 약물의 효과만을 보기 위해 만든 방법인데, 이것을 확대해석하여 나중에 가서는 '질병은 스스로 고칠 수 없다'는 잘못된 믿음을 심어주게 됩니다. 여기에는 약물을 제조하는 제약회사의 이익이 깊숙이 작용을 하지요.

둘째, 약물은 알고 보면 질병의 결과에만 효과가 있습니다. 만약에 질병의 원인을 치료하는 것이라면 일정기간 복용하면 그 병이 없어져야 하지 않을까요? 어떤 병을 만성질환 또는 난치병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사실은 결과만을 치료하기 때문입니다. 일단 만성질환이나 난치병으로 인식을 시키면, 그에 대한 약을 평생 복용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어요?

예를 들어볼까요? 소위, 고칠 수 없다고 믿게 만든 대표적 질환 중의 하나가 본태성 고혈압입니다. 본태성이라고 명명한 것은 직접적 원인이 있는 2차성 고혈압과 구분하기 위한 것이지, 원인이 없는 것이 아닌데도 많은 사람들을 그런 뜻으로 믿게 만들었지요.

본태성 고혈압의 원인은 다섯 가지, 즉 비만, 몸의 민감함, 운동 또는 활동부족, 짜게 먹기, 음주 등입니다. 다 자신이 스스로 만든 것이고 고칠 수가 있는데도, 그 사실은 감쪽같이 감추고 유전 때문에 그렇다라고 넘어갑니다. 유전은 바꿀 수 없으니 당연히 못 고치는 병이 되고, 그러면 평생 약을 복용해야 하는 병이 되는 것이지요.

치료약이라고 오인되어 요즈음 사용이 많이 늘어난 약물 중에는 향정신약물이 있습니다. 항우울제, 항불안제, 조울병약, 과잉행동억제약 등이지요. 어느 약물도 각각의 증세, 즉, 우울, 불안, 조울 및 과잉행동 개선에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처음 처방을 받을 때는 6개월에서 1년 반 정도 복용하면 병을 고칠 수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더 오래 복용하는 경우가 허다하지요. 제가 만난 사람 중에는 조울증 약을 20년 이상 복용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러면, 점점 이런 병들은 못 고친다는 인식 또는 유전이다라는 인식을 갖게 되고, 그러면 약을 장기복용하는 것이 합리화되기 시작하는 것이지요. 사실은 약물이 병을 장기화하는 것인데도 말입니다.

약물은 복용을 시작하면 계속 의존하게 만드는 마약과 같은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과를 고치는 약은 먹기가 쉽고, 원인을 고치는 몸 바꾸기는 상대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일단 쉬운 약을 선택하면 어려운 몸 바꾸기는 점점 더 하기가 어려워지는 것이지요. 어떤 증세이든 우리 몸에 나타나는 증세는 사실은 다 목적이 있습니다.

증세 자체가 병이라기보다 증세를 일으킴으로써, 자신의 몸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 우리에게 보내는 일종의 경고신호라는 것이지요. 원래는 원인을 고치라는 신호인데, 그 신호를 약으로 없앤다면 오히려 원인은 더 악화하게 됩니다.

그래도 약으로 치료하고 싶으세요? 약으로는 치료는 하지 말고 이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꼭 약을 써야겠다면 3개월을 넘기지 말라는 것이지요. 3개월이라면 원인인 몸 바꾸기를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됩니다. 약은 질병마다 달라 점점 더 많은 약을 먹게 되지만, 한번의 노력으로 건강한 몸을 만들면 대부분의 병이 동시에 치료가 되지요.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겠습니까?



유태우 신건강인 센터 원장 tyoo@unh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