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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함정에 빠진 <민들레 가족>

정신과 의사가 쓰는 '사랑과 전쟁'
변함없는 것을 염원하는 사람들의 기대와 다르게 세상의 모든 것들에는 양면성이 존재한다.

영원을 맹세한 남녀의 사랑은 물론 심지어 자식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아까워하지 않는 부모의 사랑에도 양면성이 있다.

그리고 이것은 그 사랑이 식었을 때가 아니라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 차 있을 때 오히려 더 위험할 수도 있다.

현재 방영 중인 MBC 주말연속극 <민들레가족>을 보면 남편과 자식을 위해 일평생 살아온 부인이 등장한다. 이 부인은 남편의 승진을 위해서는 남편 상사의 집안 일을 떠맡기도 하고 자신이 끔찍이 아끼는 보석까지도 선물한다.

그러나 막상 남편이 승진에서 밀려나자 자신의 그 모든 수고가 헛것이었음을 깨닫고 원통해한다. 또 이 부인은 자신의 딸들이 좋은 곳에 시집가서 호강하며 사는 것을 보는 것이 평생의 꿈이다.

그래서 예쁘고 공부도 잘하다가 부잣집으로 시집간 큰 딸이 자랑스럽다. 하지만 둘째 딸은 어려서부터 문제만 일삼더니 처녀 임신하여 변변찮은 데 시집가서 가난하게 사는 것이 몹시 분하고 부끄럽기까지 하다.

이제 이 부인은 막내딸을 잘 시집 보내는 것을 자신의 마지막 과제로 삼고 있다. 막내딸이 잘 살 수만 있다면 자신이 돈만 아는 '속물'이 되는 것도 마다하지 않을 참이다. 드라마는 이 부인의 모습을 통하여 남편과 자식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고 그것이 가족을 사랑하는 주부의 당연한 의무로 알고 있는 이 시대의 보통 엄마들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사랑의 원형에 가장 가까운 것이 어머니의 사랑이다 하지만 심층심리학적으로 보았을 때 모성의 본질은 출산과 양육이지만, 그 이면에는 죽음과 억압의 본성이 숨어 있다. 그래서 그 사랑이 지나치면 긍정적인 효과보다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마치 태양 에너지가 지구상의 모든 생명의 근원이지만, 그것이 지나치면 모든 것을 메말라 죽게 하는 것과 같다. 이런 점에서 보면 드라마의 부인도 그 사랑의 함정에서 빠져 있다. 남편의 출세를 위해서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그 남편은 부인의 치맛바람 덕에 그 정도나마 승진할 수 있었던 인물로 평가절하당하고 만다.

딸들을 위해서 온갖 정성을 다하는 엄마지만 정작 그 딸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는 한번도 궁금해하지 않는다. 딸들에 대한 자신의 사랑에 자신이 있기 때문에 딸이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더 잘 안다고 믿고 있다. 때문에 자신의 계획과 다른 선택을 하는 둘째 딸은 도저히 용납하지 못할 뿐 아니라, 때로는 사랑과 정반대의 독설까지도 내뱉고 만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는 딸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온 것으로 미화한다.

어머니의 사랑이 이처럼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아버지의 특성에 의한 안내가 동반되어야 한다. 어머니의 부족한 점을 채울 수 있는 아버지의 특성은 '보편성'과 '객관성'이다. 이는 물론 현실의 아버지가 아닌 심리학적인 설명이지만, 실제로 혼자서 자녀를 키우는 어머니들이 자주 한계에 부딪히는 점이기도 하다.

많은 어머니들이 '내 속에서 나온 자식이 이처럼 내 속을 태울 줄 몰랐다'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자신이 낳아서 키웠다고 하더라도 자식은 엄연히 자신과 다른 존재라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자신이 사랑한다는 이유로 남편이나 자식이 자신의 뜻대로 살아줄 것을 기대하는 자체가 이미 심각한 잘못인 것이다.

이런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상대를 자신의 분신이 아닌 객관적인 인격체로 존중할 때, 또 자신 역시 상대에게는 일부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음을 받아들인 후에 진정한 사랑이 다시 시작될 수 있다.

모처럼 '막장 스토리'를 벗어난 이 가족 드라마가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이 가는데, 아마도 이 부인의 인식이 어떻게 변화되는지가 그 중심에 있게 될 것이다. 어쨌건 대부분의 가정의 실질적인 중심 인물은 아버지가 아닌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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