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리콜 사태 이후日 스바루 국내 진출, 현대 쏘나타 F 24, 기아 스포티지R로 맞불

YF쏘나타
토요타 리콜 사태 이후 국내 자동차 시장에 새로운 국면이 형성되고 있다.

토요타 등 기존의 일본산 브랜드들이 주춤한 사이 현대기아차 르노삼성 등 국산차들이 상대적으로 약진하고 있어서다.

더욱이 혼다나 닛산 이외 또 하나의 일본산 자동차 브랜드(스바루)가 국내 시장을 노크, 자동차 시장에 새판짜기가 활발하게 벌어지는 양상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거진 토요타 리콜 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국내 자동차 시장은 한 마디로 일본차의 거센 '침공 모드'였다.

당시 기폭제가 된 것은 렉서스에 이은 토요타의 한국 시장 진출 선언. 이후 토요타는 1000억원을 들여 서울 논현동에 토요타 전시장을 여는 등 공격적 행보를 넓혀왔다.

YF쏘나타 후면
토요타 효과는 자동차 내수시장 판매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주력인 캠리가 지난해 출시 세 달 만에 2000대를 판매해 매달 500대 판매라는 당시 토요타측의 목표를 넘어섰다. 당시 계약하더라도 하반기에나 차를 받을 수 있다고 했을 정도로 인기도 높았다.

이런 일단의 상황을 예감해서인지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도 연초 일본차 경계령을 내리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정 부회장은 연초 신형 쏘나타에 2.4리터급 GDi 엔진을 탑재한 쏘나타 F24 GDi 모델을 선보이는 자리에서 "올해는 토요타 등 일본 메이커들을 견제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한 바 있다.

한 일 자동차 메이커들 간에 직접적인 한 판 대결이 벌어지려던 찰나, 사실 시장을 가르는 큰 변수는 정작 엉뚱한데서 터져나왔다. 바로 미국 시장 등에서 토요타 리콜 사태가 크게 심화된 것.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도 토요타 리콜 사태의 후폭풍을 그리 간단치만은 않아 보인다. 중고차 시장에서 토요타 차량의 가격이 급락하는 등 여진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국토요타자동차는 "국내에서는 토요타 리콜 파문에 대한 악영향이 거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 판매에서도 별다른 감소세나 부정적인 영향이 별로 없다는 것.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통계에서도 대표모델 캠리를 앞세운 토요타는 지난 2월 586대가 신규로 등록됐다. 이는 1월(441대)보다 32.9% 신장된 수치.

오는 4월말 한국 시장에 출시 예정인 SUV 포레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마사츠구 나가토 스바루 본사 수석부사장(좌)과 스바루 코리아 최승달 대표(우)
하지만 토요타 리콜 사태는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는 결코 예전같지 않다. 토요타의 고급브랜드인 렉서스 중고차 값이 한때 최대 300만 원 이상 하락하는 등 사실상 판매 자체도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정도이기 때문.

당시 독일차나 같은 일본산인 혼다 등 대부분의 수입차들이 중고차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조금씩이라도 오르고 있었던 상황을 감안하면 토요타의 부진은 그리 간단히 보아 넘길 수 있는 사안만은 아니다.

특히 중고차 시장과 실제 자동차 등록 시장에서의 통계가 엇갈리는 것에서도 우려는 계속된다. 신규 자동차 등록은 일부 밀어내기식 판매 등 본사나 딜러 차원에서 어느 정도 액션이 가능한 부분이지만 중고차 시장 만큼은 실제 소비자들의 니즈가 그대로 반영되는 반사판 역할을 한다는 점 때문이다. 현장 소비자들의 의사가 그대로 투영되는 중고차 시장에서의 매기가 실제 시장과 소비자들의 본심에 더 가까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어쨌든 토요타 리콜 사태 때문만은 아니더라도 현대기아차는 토요타 등 일본산 수입차들을 견제하기 위한 노력에 가속도를 더하고 있다. 이를 위해 얼마 전 출시한 배기량 2400cc급 쏘나타인 '쏘나타 F24 GDi'는 일본차들을 겨냥한 주력 모델로 꼽힌다.

특히 현대차는 경쟁 차종으로 지목한 토요타 캠리와 쏘나타 F24 GDi의 비교시승까지도 진행하며 '쏘나타 F24 GDi'의 성능과 우수성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는 정 부회장이 내린 일본차 경계령과도 일맥상통하는 사례. 토요타 등 일본차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현대차에게 위협이 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기아차 스포티지R 출시
쏘나타 F24 GDi는 현대차가 독자기술로 개발한 2.4ℓ '세타 직분사'(GDi) 엔진을 얹었으며 엔진효율을 극대화해 최대출력 210마력, 최대토크 25.5㎏·m의 주행성능을 갖췄다. 이는 경쟁 차종인 토요타 캠리(175마력, 23.6kg.m), 혼다 어코드(180마력, 22.6kg.m), 닛산 알티마(170마력,24.2kg.m)보다 뛰어난 수준. 차량 가격도 2000만대 후반으로 수입차들보다 저렴하게 책정했다.

일본차들에 대한 현대차의 강한 맞불작전과 더불어 일본산 수입차 내부에서의 경쟁 또한 격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종전까지 국내 시장에서의 일본차는 혼다와 닛산, 렉서스 & 토요타 등 메이저 3사 경쟁 체제. 하지만 스바루가 최근 포문을 열고 국내 자동차 시장 입성을 선언하며 경쟁 구도에 불을 지피고 있다.

스바루의 국내 시장 진출은 특히 스바루 브랜드 자동차의 기술력과 자본력이 뒷받침된다는 점에서 관심을 높이고 있다. 우선 스바루의 모기업은 후지중공업. 스바루 또한 자동차 부문에서만 5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58년 경차인 스바루360을 출시한 것이 스바루 자동차의 시초이고 당시 모델은 베스트셀러로 팔려나갔다. 이어 1966년 내놓은 스바루 1000은 스바루의 독창적인 기술 중 하나인 수평대향 엔진과 전륜 구동 기술을 적용한 일본 최초의 양산차로 주목을 받았다. 1972년에는 세계최초로 사륜구동(AWD, all wheel drive) 승용차를 출시하며 사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더더욱 스바루가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하나 더 있다. 스바루가 지난 해 어려운 세계 경제 상황 속에서도 큰 성장을 이뤄낸 자동차 메이커란 점 때문이다.

스바루는 지난 해 미국에서 전년대비 15% 증가한 21만여대를 팔아 최고의 매출액과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중국에서 또한 전년 대비 판매율이 86%나 증가하며 10개월 연속 판매 신기록을 세웠고 55개월 연속 판매 증가를 올렸을 정도다. 호주와 캐나다에서 또한 신기록 행진중이다.

스바루가 국내에 선보이는 차량은 중형 세단 '레거시'와 크로스오버차량(CUV)인 '아웃백', SUV모델인 '포레스터' 등 3개모델. 4월 말부터 국내 시장에 본격 판매될 예정이다.

스바루의 대표적인 스포츠 패밀리 세단 레거시는 중형세단의 안락함에 스포티한 주행성능을 자랑한다. 아웃백은 널찍한 실내공간과 편리한 짐칸을, 포레스터는 낮은 무게 중심 위에 대칭형 4륜구동 시스템이 장착돼 있다.

기아차 또한 신개념의 진보적 도시형 CUV 『스포티지R을 선보이며 일본차 경계에 가세하고 있다. 기아차의 스포티지R은 2004년 8월에 출시한 뉴스포티지에 이어 6년 만에 출시하는 후속 모델. 프로젝트명 'SL'로 개발에 착수, 3년 7개월의 연구개발기간 동안 총 2천 4백여 억 원을 투입해 완성됐다.

스포티지R의 콘셉트는 세단의 승차감, SUV의 안전성, 미니밴의 공간 활용성에 개성 있고 세련된 스타일을 결합한 진보적 도시형 CUV(Crossover Utility Vehicle).

차세대 친환경 디젤엔진인 2.0 R엔진은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40kg∙m의 강력한 동력성능과 동급 최고 연비 15.6km/ℓ(2WD, A/T 기준)로 탁월한 경제성을 확보했으며 운전석 통풍시트, 전복 감지 사이트&커튼 에어백 등 첨단 편의∙안전사양을 두루 갖췄다.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