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철 교수의 성의학 강의'용불용설', 나이와 성, 성관계 횟수 등 민감한 질문 쏟아져

그는 학식 높고 젊잖은 의사다. 요즘 TV에도 자주 모습을 비치는 유명인사이기도 하다.

하지만 TV 카메라 앞에서조차 '성'에 관한 얘기는 거침없이 쏟아낸다. "성(性)은 몸의 건강 상태를 나타내주는 척도입니다. (특히) 남성의 성기는 제2의 심장이죠. 스몰 하트(Small Heart)입니다."

대한민국 남성 의학의 개척자이자 권위자로 불리는 김세철 교수(중앙대병원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가 최근 '테이블 강의'를 가졌다. 주제는 '(남성의) 성의학'. LG상사 트윈와인(대표 김수한)이 허영만 화백과 함께 마련한 '전문의와 함께 하는 밥상머리 토크" 자리에서다.

"사람들이 '성'은 '성'일 뿐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은 '건강=성'입니다. 특히 남성의 경우 심장에 해로운 것은 성기에도 해롭고 성기에 이로운 것은 심장에도 이롭습니다."

도대체 심장과 성기가 무슨 관계가 있다는 것일까? "심장의 혈관 굵기는 3~4mm입니다. 반면 남성 성기의 혈관은 1~2mm로 절반에 불과하죠. 만약 혈관에 이상이 온다면 작은 혈관부터 막히고 다음에 굵은 혈관이 막히게 됩니다."

김세철 교수 와인
쉽게 말해 남성의 성기능에 혈관장애로 이상이 생긴다면 이는 곧 나아가 심장 기능에 이상이 올 수 있다는 적신호를 의미한다. 때문에 혈관의 이상으로 남성 기능에 장애가 생긴다면 관상동맥질환이나 심근경색이 올 수 있다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 그가 제시하는 해결책은 단순하게도 '음식에 유념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성'이 화두인 만큼 김 교수는 발언의 '수위 조절'에 선을 그었다. "워낙 터부시되는 내용인지라…일단 교과서에 나오는 과학적 기제와 용어 수준으로 한정하겠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내가 한 말 중에서 유독 자극적인 단어와 내용들만 뽑아 쓰는 것 같아요."

하지만 흔히 안 쓰면 퇴화한다는 '용불용설', 나이와 성, 성관계의 횟수 등 민감한 질문들이 초반부터 쏟아져 나왔다.

"성도 밥 먹는 것과 똑같습니다. 평생 정해진 '분량'이 있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물론 무리하게 사용하면 탈이 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성자극을 받지 못하면 성 물질을 생산케 하는 남성호르몬의 분비가 위축돼 기능이 떨어지게 됩니다."

일례로 육사 생도와 중앙대 남학생들을 대상으로 남성 호르몬 분비도를 조사했는데 결과는 전혀 예상 밖. 중앙대생들이 더욱 남성적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여학생들과 접촉하면서 자극을 받는 중앙대생들이 남자 생도들하고만 생활하는 경우보다 더 성적 자극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나이와 관련해서 김 교수는 일률적인 계산 방식을 부정한다. 일례로 20대는 '2X9=18(1주에 8회), 30대는 3X9=27' 같은 시중의 속설(?)들. "옛날 많은 사람들이 똑같이 일어나 농사짓고 생활할 때 얘기죠. 지금은 다들 생활 패턴과 활동량이 다르잖아요."

물론 남자와 여자의 성은 다르다. 남자는 100세라도 사정만 가능하면 수태 능력을 보유한다. 보통 임신에 필요한 최소량은 2000만 개의 정자. 평균 젊은이 1억2000만 개보다 모자라도 가능하다고 한단. 하지만 남자 나이 80을 넘어서면 정자의 숫자도 급격히 줄기 시작한다. "60대의 남자와 20대의 여자 사이가 20대 남성과 30대 여성보다 더 임신 확률이 높다니 신기하죠."

흔히 술을 마시면 정력이 세지는지, 약해지는지에 대해서도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한다. "적당량의 술을 마시면 성욕과 정력이 증가한다는 얘기가 있죠. 그렇지 않습니다."

술을 마시면 뇌에서 체면이나 자존심을 억제시키는 작용을 한다. 때문에 적당한 술을 분위기를 살려주고 '사랑한다'는 소리도 쉽게 하게 된다. 흥분도 억제시키니 남자들이 '더 정력이 세졌다'=고 생각하기도 쉽다. 그래서 김교수 왈 "여자분들, 술 마시고 남자로부터 들은 '사랑한다'는 말 절대 믿지 마세요."

술에 관한 한 김 교수는 무척 관대하다. "술을 많이 마시면 남성 성장애를 일으킨다는 논문이 많죠. 알코올 중독이나 과도할 경우 물론 그렇습니다. 몇몇 논문은 오히려 술이 성기능 장애를 예방해 준다는 조사 결과도 있어요."

적당한 술은 몸 속에서 좋지 않은 콜레스테롤을 씻어내 주기도 한다. 동맥경화를 예방해 주는 효과도 있는 것. 김 교수는 너무 많은 양의 고기나 치즈, 버터 등의 섭취보다는 된장이나 채소류를 더 권한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이 술을 '약주'라고 부른 것에 김 교수는 적잖이 공감한다.

"한국 남성의 전립선암 확률이 3%인데 LA에 가면 12%로 높아집니다. 오사카의 일본인은 5%지만 LA로 가면 역시 15%, 상하이는 2%지만 역시 LA의 중국인은 무려 20%로 높아집니다. 고기를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는 환경적 요인이란 얘기죠."

남성발기부전 치료제로 애용되는 비아그라에 대한 김 교수의 평가도 날카롭다. "비아그라를 동물에게 투여해 본 결과 암수에게 모두 효과가 있었습니다. 인간을 대상으로 실험결과에서는 남성에게만 효과가 나타나고 여자에게는 거의 안 나타나죠." 이는 여자에게 성은 단순한 육체적인 성 이상으로 브레인이나 감성이 크게 추가로 작용한다고 김교수는 설명한다.

한편으로 비아그라 복용 확산의 사회적 파장에 대한 우려도 빼놓을 수 없다. 실제 비아그라 시판 이후 성병의 확산이 늘었다는 통계 조사도 발표돼 있다. 더불어 또 하나, "일례로 나이 90 드신 할아버지가 30대 여성과 애를 만들면 어떡하나요? 애는 누가 키우고 교육시키는지…약 때문인지 드물게라도 그런 일이 실제 생기고 있으니 말입니다."

"비아그라를 갖고 의사들도 모르게 각각 100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습니다. 가짜와 진짜를 환자군을 분류해 나눠줬는데 가짜를 먹고 효험을 보았다는 이들이 무려 17명이 좋았다고 했습니다. 진짜 알약을 먹고 효과가 있었다는 이들은 80명이었는데 특히 5년 만에 아내와 다시 관계를 가졌다며 좋아했던 이는 가짜 비아그라를 먹은 후였습니다."

뱀탕 같은 시중의 정력제가 효험이 있냐는 질문에 김 교수는 "물론 뱀을 먹고 효험이 있다는 이들도 있겠지요. 문제는 30% 기준입니다. 비아그라는 30% 이상 효험을 인정받아 의학적으로 입증이 됐는데 뱀탕은 그렇지는 못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고 말한다. 어쨌든 비아그라가 출현한 이후 시중에 제법 보였던 '정력 식품집'들이 많이 보이지 않는 것 만은 사실이다.

김 교수가 주장하는 '심장과 성'의 긴밀한 관계는 통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심장병으로 쓰러지는 이 2명 중 1명이 자신의 심장에 이상이 있는 줄 모르고 탈이 난다는 것. 어느날 갑자기 쓰러지고서 회복 후 물어 보면 4명 중 3명이 남성 성기능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남성의 성 건강을 지키기 위한 김세철 교수의 처방은 간단하면서도 명쾌하다. 먹는 만큼 움직이라는 것. 특히 식사 후 빠른 걸음으로 30분 이상 걸어주고 저녁 때는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해 주고 잠들면 최고라는 것. 무엇보다 고혈압이나 당뇨는 남성의 성건강에 치명적인데 적절한 운동은 이들 질환을 예방해 주기 때문이다.

"흔히 당뇨나 혈압, 성 건강은 별개라고 생각하는데 천만의 말씀입니다. 모두 유기적으로 맞물려 있는 것이죠. 누구든 탈이 나는 부분에서만 다를 뿐입니다." 그의 말대로 먹는 만큼 활동해 주면 살도 빠지고 혈압이나 혈당도 내려간다.

애주가인 김 교수는 와인에 대해서는 약간 불만이다. 잔을 서로 주거니받거니 하는 것이 한국인의 술맛인데 와인은 자기 잔만 가지고 점잔만 빼는 것 같기 때문이라고.

일반적인 성 얘기와 달리 무척 과학적이고도 의학적이어서 재미와 함께 권위도 느껴지는 그의 남성 건강학 강의에는 철칙(?)이 하나 있다. "우리 집사람 얘기는 하지 마세요…어디 스님이 제머리 깎나요?!(웃음)" 허영만 화백도 맛깔스런 입담을 더했다. "집 사람이 오늘 샤워하고 기다린다고 했어요."

"제가 강의할 때 가장 열기 있을 때가 언제인지 아세요. 여성들만 있을 때입니다. 깔깔대고 질문도 매우 과감해요. 하지만 남자들하고 같이 있을 때는 다들 조신해지네요. 다들 오늘 저녁 집에 가서 성공하시기 바랍니다." 김세철 교수의 강의 결론이다.



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