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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茶)와 전통, 문학의 향기 가득

슬로시티 하동
우리나라 차 시배지와 <토지> 한옥마을, 화개장터의 매력
  • 하동 벚꽃
파릇파릇한 풀과 화사한 꽃 위로 포근한 햇살이 내려 앉은 봄날. 바쁜 삶을 잠시 내려놓고 봄의 운치와 여유를 즐기고 싶어진다. 차(茶)와 전통, 문학의 향기가 가득한 슬로시티 하동으로 떠나볼까.

세계 최초 슬로시티로 지정 받은 야생차 재배지

하동은 자연을 머금은 야생차의 향기가 가득한 곳이다. 화개장터 입구에서부터 쌍계사를 지나 신흥까지, 장장 12km의 이 마을 지리산 자락에는 야생차밭이 펼쳐져 있다.

봄기운이 찾아 들자, 신선한 바람과 햇빛, 이슬을 마음껏 누리고 자란 야생의 차 잎이 곳곳에서 풋풋한 자태를 드러낸다. 매화꽃과 벚꽃까지 흐드러지게 핀 차밭의 경치가 여간 아름답지 않다. 차 밭을 배경으로 걷고 또 걷다 보면 마음까지 청아하게 물든다.

세계슬로시티연맹은 지난해 야생차 재배지인 하동을 슬로시티로 지정했다. 차 재배지 가운데 슬로시티 인증을 받은 곳은 하동이 세계에서 유일하다.

  • 평사리들판
슬로시티(slow city)란 '느리게 먹기'와 '느리게 살기' 운동의 철학을 담고 있는 지역으로, 전통과 생태가 잘 보전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하동 지리산 기슭의 야생 차밭을 보고 있노라면 이곳이 왜 슬로시티 인증을 받았는지,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예쁘게 보이기 위해 일부러 단장하지도, 인공비료를 주지도 않은 이곳 녹차는 자연의 선물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하동의 차밭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삼국사기의 기록에 의하면, 신라 흥덕왕(3년) 때 사신 김대렴이 당나라로부터 차 씨앗을 들여와 처음 재배를 시작한 곳이 바로 하동이라 전해진다.

쌍계사 주변이 우리나라 최초의 차 시배지로 시정됐다. 차 시배지와 더불어 하동차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는 것이 정금리 도심마을에 위치한 도심다원이 보유하고 있는 '최고(最古) 차나무'다. 이 차나무는 한국에 있는 차나무 중 제일 크고, 수령이 천년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통의 숨결 느껴지는 <토지> 한옥마을과 화개장터

슬로시티 하동은 야상차밭 외에 전통과 아날로그라는 또 다른 매력을 품고 있다.

  • 토지 한옥마을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주요 무대인 드넓은 평사리 들판과 굽이치는 섬진강 물길이 한눈에 들어오는 3천여 평에 한옥 14동이 지어져 있다. 하동군은 <토지>의 작품성을 높이 사 소설 속 가상의 공간인 최참판댁과 등장인물들이 살던 다양한 초가를 그대로 재현해냈다.

윤씨 부인과 서희가 기거했던 안채, 서희의 아버지인 최치수가 살았던 누각 딸린 사랑채, 별당 아씨가 머물던 연못 딸린 별당, 길상이 거주하던 행랑채 등 최참판댁은 조선시대 양반 가옥의 전형을 보여준다.

조선시대 민초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초가집들도 최참판댁과 함께 한옥마을을 이루고 있다. 초가집에는 실제 마을 사람들이 살면서 텃밭도 가꾸고 소와 돼지, 개, 토끼 등 가축도 키우고 있다. 천천히 둘러보면 1시간 정도 소요되며, 은은한 전통과 문학의 향기에 기분 좋게 취한다.

이번엔 넓은 평사리 들판을 지나 인근 화개장터에 들러본다. 지금은 초라한 시골 장터에 불과한 화개장터는 해방 전 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5대 시장 중 하나였다. 지리산 화전민들이 고사리, 더덕, 감자 등을 가져와 팔았고, 전남 구례, 경남 함양 등 내륙지방 사람들은 쌀보리를 내다 팔았다. 전국을 떠돌던 보부상들도 생활용품을 가지고 모여들었으며, 여수, 광양, 남해 등지의 사람들은 뱃길을 이용해 미역·청각·고등어 등 수산물을 가득 싣고 와 팔았다.

전통 시골장터의 모습을 보존하기 위해 지금도 상점은 초가지붕으로 덮여있고, 파는 물건들도 전부 지리산 약초와 마, 장아찌, 전통 공예품 등 토속적인 것들이다. 치자로 노랗게 물들인 튀김과 국화빵, 번데기 같은 주전부리도 팔고 있다. 사먹지 않더라도 상인들이 자꾸 먹어보라고 집어준다. 시장 길 건너엔 오래된 이발소와 찻집이 있어 향수를 자극한다.

  • 야생차밭
하동에서 대형마트나 패스트푸드 음식점은 찾아볼 수 없다. 편의점도 눈에 띄지 않는다. 당연히 이곳 사람들이 먹는 음식도 향토적이다. 어디를 가도 재첩국에 산나물, 매실 장아찌 같은 소박한 시골밥상이 나온다.

5월엔 하동 야생차 축제에 가볼까?

하동에선 본격적인 차 수확시기인 5월 초가 되면 차문화 축제가 열린다.

올해로 15회째를 맞는 하동야생차문화축제(5월1일~5일)의 주제는 '왕의 녹차! 느림, 비움, 그리고 채움'이다. 여기엔 차가 가지는 정적인 이미지와 하동이 갖는 여유와 휴식의 이미지가 담겨 있다.

한국의 차 문화와 하동의 아름다운 관광자원을 함께 즐길 수 있어 많은 국내외 관람객들이 찾는다.

  • 섬진강과 벚꽃
축제의 주요 프로그램은 <토지>의 배경인 평사리 최참판댁에서 신비의 야생차와 다도에 대해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체험하는 ▲최참판댁 오색찻자리, 전국 3천 명의 차 인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대한민국 차인 한마당, ▲축제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섬진강 달빛 차회다.

또, 다양한 녹차요리를 구경할 수 있는 ▲대한민국 녹차요리 콘테스트와 세계적인 무용가이자 명상가로 알려진 홍신자 씨가 진행할 홍신자와 함께하는 ▲차 명상 여행도 준비돼 있다.

축제 기간 중 참가자들은 차 잎을 따고, 고르고, 덖고, 말리는 '제다 과정'도 몸소 체험할 수 있다. 주요 행사장은 쌍개사와 화개장터, 평사리 최참판댁이다. 이 길은 4km이상 떨어져 있지만 지금껏 이 동선에 대해 불편을 호소하는 관람객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게 주최측의 설명이다.

하동 야생차 문화축제에서는 이동하는 길 자체가 축제의 주요 프로그램이자 명소다. 하동이 가장 아름다운 시기이기도 한 5월에 녹색 차밭의 비경과 십리 벚꽃길,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이 함께 하는 축제는 차와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의 슬로시티

  • 화개장터
슬로시티 운동은 1999년 이탈리아에서 처음 출발된 느림운동의 일환으로, 자연과 전통문화를 보호하면서 지역의 경제 살리기에 공헌해 진짜 사람이 사는 따뜻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게 목적이다. 자연과 지역의 고유문화가 잘 보전돼 있고, 인간미가 흐르는 슬로시티는 도시인에게 마음의 고향을 제공한다.

2010년 현재 17개국의 126개 도시가 국제슬로시티연맹에 가입돼 있다. 전세계에서 슬로시티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이탈리아(66개)이며, 7~8개의 슬로시티를 가지고 있는 영국이나 독일도 많은 편에 속한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슬로시티를 배출한 나라다. 우리나라에서 슬로시티로 지정된 곳은 경남 하동군 악양, 전남 신안군 증도면, 전남 완도군 청산면, 전남 장흥군 유치면, 전남 담양군 창평면 등 모두 5곳이다.

슬로시티를 제대로 즐기며 여행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의 문화를 배우고, 향토 음식과 물건을 소비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 다소 불편하더라도 환경을 생각하는 책임여행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도움말: 한국 슬로시티 본부


  • 하동야생차축제 외국인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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