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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가족> 막내딸의 결혼생활

정신과 의사가 쓰는 '사랑과 전쟁'
MBC TV 드라마 <민들레 가족>에 나오는 막내딸의 결혼생활은 남들과 다르다.

애초에 결혼해 가정을 이루려는 생각도 없고, '일 중독증' 상태로 살던 두 남녀는 독신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지자 서로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상대를 골라서 정말로 결혼생활을 하는 것처럼 모든 사람을 속이기로 계약을 한다.

서로 사랑하지도 않던 남녀가 가족의 압력과 주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 소위 '위장결혼'을 한 것이다.

결혼을 하지 않고 사는 성인 남녀를 무슨 문제가 있는 듯 바라보는 사회에서 이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거짓 부부 행세를 해낼 수 있을지 지켜보는 시청자의 마음이 더 아슬아슬하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는 '가정의 붕괴'를 우려할 만한 현상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혼인 연령의 상승과 결혼율의 감소인데, 그 결과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유지할 정도에 이르렀다.

또 결혼은 하지 않고 독신이나 사실혼 관계로 지내면서 자신의 편의를 충족하려는 남녀가 늘고 있다. 이는 결혼을 하여 가정을 이룰 만한 경제력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진 탓도 있지만, 가정에 의하여 자신의 자유가 제한되는 것을 싫어하는 '신세대'적인 사고방식이 바탕에 깔려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신세대들은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안정을 이룬 후에 자라났기 때문에 이전 세대들과는 그 성향이나 판단 기준이 상당히 다르다. 이들은 민주적이고 양성평등적인 교육을 받으며 자라서 유교적인 가족질서를 불편해 하고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약하다. 또 과학기술 발전의 혜택을 받으면서 자라서 자신의 자아성취와 욕구충족에 충실하다. 그래서 결혼이나 출산도 의무나 필수가 아닌 선택 사항으로 여긴다.

이러한 신세대의 영향과는 별도로 우리나라 기성세대 부부들의 이혼율은 여전히 높으며, 그 이유도 폭력이나 외도와 같은 외부적 사건에 의한 것보다도 성격차이 같은 주관적 판단에 의한 선택이 늘어나고 있다. 또 이혼에 대해 자녀나 사회적 편견이 과거만큼 큰 장벽이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는 타인에 의해 주어진 규범에 따르기보다는 스스로 자신의 행복을 성취하려는 경향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신세대뿐 아니라 모든 세대에게 보편적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혼이 늘면서 당연히 재혼 가정이 늘어나고 있는데, 과거와 달리 연상 재혼녀와 연하 초혼남의 결합의 비율이 커지고 있다. 또 재혼 가정에서는 '나의 아이, 당신의 아이, 그리고 우리의 아이'가 공존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반대로 맞벌이를 하면서 아이를 가지지 않은 채 경제적 여유를 누리려는 부부만의 가정이나, 독신생활이나 동성애 부부로 살면서 필요에 따라 입양이나 인공수정으로 자녀를 얻어서 키우려는 가정도 출현하고 있다.

이런 새로운 형태의 가정은 앞으로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서, 이제는 한 쌍의 남녀가 공동의 자녀를 양육하는 것이 정상적인 가정이라고 주장할 수 없게 되었다.

어떤 이들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가족의 붕괴'를 우려하기도 하나, 개성을 실현하려는 욕구와 함께 안정된 소속감을 찾으려는 욕구가 인간의 본성임을 고려하면, 최근의 상황은 가족의 필요성을 부인하려는 것이라기보다는 새 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가족 형태들'에 대한 실험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남성의 역할이나 여성의 도리와 같은 가족규범을 강조하는 것은 이미 불합리한 것으로 취급받게 되었으며, 가족 중 어느 일방의 희생과 순종으로 가족의 안녕을 유지하려는 시도도 이제는 전근대적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앞으로도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에 대한 실험은 계속될 것이지만, 그 근본은 사랑과 우애에서 출발한 부부 관계를 토대로 하여 상호 존중하면서 각자 개성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될 것이 분명하다.

드라마의 막내딸 부부가 필요한 것을 충족하려는 개인적인 욕구를 넘어 서로에 대한 사랑을 발견하게 되고 그 아름다운 결혼 생활이 민들레 씨앗처럼 멀리멀리 퍼져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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