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ste in The City] (4) 프랑스의 리옹

부숑
미식의 나라, 먹기 위해서 산다는 말을 주저하지 않는 나라 프랑스,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프랑스 어디를 가도 오랫동안 식사를 하는 사람들을 아주 쉽게 또 아주 자주 보게 된다.

그런 프랑스인들이 꼽는 미식의 도시가 바로 리옹이다. 프랑스의 한 미식비평가는 리옹을 '미식의 수도'로 까지 불렀으니 과연 어떤 도시일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리옹은 파리 시내에서 기차를 타고 2시간이면 닿는 인구 50만 정도의 소도시다. 론 알프스 지역의 중심이라고 하지만 생각보다 아담하다. 도시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론강과 숀강, 중세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구시가지 등 리옹만의 운치가 있지만 사실 겉모양새만 보자면 그리 특별할 것도 없는 지방 도시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1000개가 넘는 식당들에서 만들어지는 프랑스의 맛, 그 진정한 손맛을 본다면 '아, 이래서 리옹이구나', '이래서 프랑스가 미식의 나라구나' 하는 감탄사가 나오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리옹은 미식의 도시답게 도심 곳곳과 주변에서 수많은 식당을 만날 수 있다. 리옹에서만 볼 수 있는 (Bouchon, 리옹의 전통음식을 파는 서민식당)뿐만 아니라 폴보퀴즈, 알랭샤펠, 피라미드, 레옹 드 리옹 같은 미슐랭에서 별을 받은 레스토랑, 프랑스 내에서도 위대한 요리사로 꼽히는 조리장이 운영하는 식당까지 유명한 식당들이 신기하리만큼 많다. 때문에 미식가들 사이에서는 일부러라도 들리는 미식 순례지 같은 곳이다.

라요네즈 샐러드
왜 하필 리옹일까? 먼저 리옹은 역사적으로 중세 로마 식민지를 거치면서 다양한 식료품이 유통되고 조리법이 발달했다. 그것이 16세기경 얘기니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이미 그들 내면 깊숙이 맛에 대한 특별함이 대물림되고 있는 듯하다.

둘째, 지리적으로는 식재료의 창고라 할 정도로 사방이 질 좋은 먹거리로 가득하다. 예를 들어 샤보이 호수의 신선한 생선, 론 밸리의 과일과 야채, 알프스 산맥에는 야생 짐승들이 풍부하다. 뿐만 아니라 주변에는 수많은 농장이 있고 북쪽으로 '보졸레' 남쪽으로 '꼬뜨 드 론' 같은 와인 생산지까지 지척에 있는 식이다. 미식의 도시로서 이만큼 딱 들어 맞는 곳도 없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좋은 환경 속에서 가족의 식탁을 책임졌던 리옹의 어머니들 손맛이 남달랐다는 거다. 특별히 리요네즈(Lyonnaises)로 불리우는 그들의 손맛은 깊고 구수할 뿐더러 다양한 재료를 활용할 줄 아는 지혜가 있다. 그래서 리옹의 음식은 더 야무지게 혀에 감기고 마음에 안길 정도로 따뜻한 맛이 난다.

리옹에 간다면 에 꼭 가보길 바란다. 투박하지만 깊은 프랑스 전통의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리옹의 어머니 리요네즈 중 하나가 좁은 골목에 '마더'라는 식당을 낸 것이 오늘날 리옹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의 시작이다. 은 프랑스에서 흔히 보는 비스트로(일반적인 거리의 가정식 식당)라고 보면 되는데 파리의 비스트로와 달리 조금 특별하다.

맛부터 진하고 깊고, 양도 푸근하리만큼 넉넉하다. 주로 돼지고기 감자, 그리고 각종 야채를 잘 활용한 전통식인데 돼지곱창 소시지 (Andouillette), 리옹식 만두 크넬(Quenells), 리요네즈 샐러드, 감자요리가 그것이다. 태생부터 탄탄하게 다져온 손맛으로 만들고 인심 좋은 리옹 사람들이 권하는 의 맛은 전라도 어느 시골식당에서 맛있는 백반을 만난 것처럼 반갑기만 하다. 풍요롭고 편안한 맛이기 때문이리라.

앙두예트
주변을 보면 프랑스 음식 하면 왠지 부담스러워 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가격도 분위기도 긴 코스식도 모두 익숙치 않다 라는 게 그들 대부분의 이유다. 하지만 리옹의 에 가본다면 생각을 달리하게 된다. 세련된 파리 미인이 아닌 순수한 웃음의 타고난 시골 미인 앞에서는 저절로 마음이 열리는 것처럼 말이다.



이유진 푸드칼럼니스트 euzinle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