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시기·발효 정도 따라 종류·성분·맛 달라 알고 마셔야

5월은 본격적인 차 수확시기로, 하동 야생차 문화축제를 비롯해 크고 작은 차 문화 축제가 열린다. 5월 25일은 (사)한국차인협회가 제정한 '차의 날'이기도 하다.

그런데 다양한 차 행사가 벌어지는 5월,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는 건 차에 대한 무지이다. 우리는 오랜 세월, 일상 속에서 함께 해 온 차를 얼마나 알고 마실까?

녹차와 홍차는 같은 차?

녹차와 홍차는 같은 차일까? 다르다면 그 차이는 어디서 비롯되는 걸까? 흔히 녹차와 홍차, 우롱차, 보이차, 자스민 차는 다른 종류의 차 나무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들 차는 발효 정도가 다를 뿐, 모두 같은 차 나무에서 나온다.

녹차는 발효시키지 않은 불발효차다. 우리가 보통 마시는 녹차는 찻잎을 발효시키거나 찌지 않고, 솥에 덖은 잎을 우려 먹는 차다. 자스민 차는 약하게 발효시킨 경발효차, 우롱차는 반 정도 발효시킨 반발효차다. 그리고 홍차는 우롱차보다 더 강하게 발효시킨 차다. 홍차보다 더 발효시키면 보이차가 된다.

다기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발효차인 홍차가 주종을 이루고 있으나 한국·중국·일본으로 대표되는 동아시아 3국은 불발효차인 녹차를 즐겨 마신다. 후발효차에 속하는 보이차 제조기술은 중국이 가장 뛰어나다.

고급 차를 선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색, 맛, 향 등 세 가지다. 그런데 이 세 가지는 찻잎의 수확시기와 여리고 센 정도에 따라 좌우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재취 시기에 따라 첫물차, 두물차, 세물차, 네물차로 나뉜다. 첫물차는 양력 4월 중순 이전에 채엽(採葉)한 차다. 두물차는 6월 중순 이전에, 세물차는 8월 상순에서 중순, 네물차는 9월 하순에서 10월 상순에 채엽한 차다. 먼저 채엽한 것일수록 차 맛이 부드럽고, 감칠맛과 향이 뛰어나며 뒤로 갈수록 맛이 거칠거나 떫어진다.

찻잎의 여림과 셈 정도에 따라서는 우전, 세작, 중작, 대작으로 나뉜다. 우전차는 24절기 중 음력 3월 중기에 해당하는 곡우(穀雨) 이전에 딴 차로, 잎이 아주 여리며, 부드럽고 향기가 강하다. 세작은 양력 5월 5일 경인 입하(立夏)경에 딴 차로, 이 여리다. 중작은 세차보다 잎이 더 자란 후에 딴 차로, 대작은 중차보다 더 굳은 잎을 따서 만든 차다.

차 종류에 따라 효능에 차이… 카테킨 성분 불발효차에 많아

차잎
차는 체내 독성 성분을 해독시켜 주고, 콜레스테롤을 저하시키며, 비만을 방지하고, 피로회복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이 같은 차의 효능은 찻잎을 따는 시기와 제다법 등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예를 들어, 불발효차인 녹차는 저혈압 환자나 위장병을 앓는 사람이 마시기엔 부적합하지만, 발효차인 보이차는 남녀노소 누구나 마시기에 적당하다.

차 속에 든 카테킨 성분은 심장병이나 암을 예방하고 노화를 방지해주며,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성분은 발효차보다 불발효차에, 봄에 채취한 찻잎보다는 여름이나 가을에 채취한 찻잎에 더 많이 함유돼 있다.

그런가 하면, 채취 시기가 빠른 차일수록 총 아미노산 함량이 많다. 차의 주요 성분인 아미노산은 차의 감칠 맛을 더해주는 역할을 할 뿐 아니라, 면역력을 증강시키고, 피로회복과 피부보습작용, 어린이의 신경안정작용 등을 한다.

그러므로 차를 구입할 때는 용도나 마시는 사람의 상태에 따라 종류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사)차문화협회 정영일 사무처장은 "차를 처음 마시는 사람은 구수한 맛이 있는 현미녹차가 적당하고, 피로회복이나 두뇌회전을 촉진시키기 위해서 마실 때는 현미녹차보다 첫물차가 적당하다"고 조언한다.

찻물 온도도 종류에 따라 달라

하동녹차밭
차를 마시기 위해서는 차와 물, 그리고 그릇이 필요하다. 일반 수돗물을 사용할 경우에는 하룻밤 정도 재워서 쓰는 게 좋다고 차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차를 우려낼 때 물의 온도는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차의 종류에 따라 물의 온도를 달리해야 더 맛있는 차를 마실 수 있다. 녹차의 경우, 물을 100℃로 끓여, 사용할 를 뜨거운 물로 한번 헹궈준다.

그리고 100℃의 물을 물 식힘 사발에 담아 70℃ 정도로 식힌다. 식힌 물을 찻잎이 담긴 차 주전자에 넣고, 2분 정도 두었다가 잔에 따른다. 너무 뜨거운 물로 차를 끓이면 녹차 맛이 떫어지지만, 낮은 온도의 물로 천천히 우리면 감칠 맛이 나는 차가 된다.

우롱차는 녹차와 달리 잎이 둥글게 말려있고, 가열처리에 의해 향기성분이 잎 속에 배어 있기 때문에 물 온도를 높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한, 녹차보다 보온력이 강한 사기류의 다관을 사용하는 것이 적당하다. 홍차는 반드시 끓인 열탕을 이용해 티포트에서 우려내야 보다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