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우의 "건강은 선택이다"

제 진료실을 찾아온 50대 중반의 중견 임원이 있었습니다. 지난 금융위기 때 파산한 유명 금융회사의 임원이었지요.

능력이 워낙 출중해서 그 혹독한 구조조정에서도 살아 남았고, 그 이후에는 오히려 더 좋은 대우를 해주는 회사에서 부사장으로 스카우트가 될 정도였습니다.

회사의 일은 자신이 나서기만 하면 기가 막히게 잘 풀린다고 하였지요. 그리고, 그런 것들을 이루는 성취감은 그 무엇에 비할 수 없는 즐거움과 행복이라고 했습니다. 그 분의 표현을 빌면 그때마다 아주 '짜릿짜릿하다'는 것이지요.

이 분의 검진 결과는 예상대로이었습니다. 복부비만에 고혈압과 콜레스테롤은 이미 가지고 있었고, 인슐린 저항성이 있어서 머지 않아 당뇨병도 발생할 상황이었지요.

왼쪽 심장에 영양과 산소를 공급하는 좌관상동맥도 이미 50%가 막힌 상태였습니다. 신체기능의 병으로는 뒷목이 아픈 근막통증증후군과 때때로 찾아오는 두통과 위장장애 등도 같이 가지고 있었지요.

이런 진단을 받고 처음에는 그래도 몸관리를 열심히 하나 싶었습니다. 실제로 그런 마음이 없지는 않았지요. 문제는 그 짜릿짜릿한 성취감이 하나씩 다가올 때는 자신의 몸은 저리 가라가 다시 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본인도 자신이 몸에 소홀하다는 것을 안다고 했지요. 그래도 그 황홀함의 쾌감은 억제할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혹시, 여러분들도 이 분과 닮았다고 생각하나요? 그러면, 여러분들도 이 분과 같이 일중독자입니다. 우리 몸과 뇌의 입장에서 보면 일중독도 마약중독, 알코올중독, 도박중독 등과 하나도 다를 바가 없는 중독이지요. 모든 중독의 특징은 '뇌는 신나고 몸은 망가지고' 입니다.

중독물질이 몸 안에 들어오거나 중독적인 행위를 할 때에 뇌에서 느끼는 황홀감과 쾌감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는 정도이지요. 그렇지만 그때마다 몸은 조금씩, 때로는 많이 망가지게 되는 것이지요. 일중독에서의 황홀감은 바로 성취입니다. 반면에, 일중독의 고통은 바로 그 성취를 하지 못했을 때이지요. 그 무성취, 즉 실패의 고통이 너무나 크게 느껴지기 때문에 다시 일중독에 빠지게 됩니다.

일중독자의 몸은 어떻게 망가질까요? 몸이 무리를 하면, 몸에서는 피로라는 경고신호를 뇌로 보냅니다. 뇌가 그 피로를 느낄 때, 뇌는 보호명령을 내려 필요한 휴식을 취하고, 과열되었던 몸의 엔진을 식히게 하지요.

그런데, 일중독자의 뇌는 이런 보호작용이 마비가 되어 있습니다. 몸은 무리를 하여 피로해 죽겠다고 해도, 뇌에서는 전혀 느끼지를 못하는 것이지요. 중독인 뇌가 피로를 못 느껴, 소모가 다 된 몸은 여러 신체기능의 이상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미 언급한 머리가 아픈 긴장성 두통, 뒷목이 뻣뻣한 근막통증증후군, 소화가 안 되고 배가 아픈 기능성 위장장애 등이 대표적이고, 잠을 잘 못 자는 불면증도 흔히 나타납니다. 하나의 중독은 또 다른 중독을 불러오기 때문에, 일중독자들 중에는 알코올중독, 니코틴중독도 흔하게 되지요.

소모된 몸은 하루하루의 일상생활 수행이 사실은 힘들기 때문에 뇌에 이를 보상할 장치를 마련해 달라고 종용을 합니다. 한국인에게 그것은 다름 아닌 과식이지요. 과식을 통해 제공된 많은 칼로리는 순간적으로는 에너지가 되어 일수행의 힘이 되지만, 남는 에너지는 몸 안에서 기름으로 바뀌어 차곡차곡 내장지방으로, 피하지방으로 쌓이게 됩니다.

이것이 지속되면 넘치는 기름이 간에 쌓여 지방간이 되고, 혈관에 쌓여 동맥경화가 되고, 몸은 비만이 되는 것이지요. 내장지방은 다시 고혈압, 당뇨, 콜레스테롤 등을 일으키고, 비만은 최근에 증가하고 있는 대장암, 신장암, 전립선암, 갑상선암 등을 발생시킵니다. 이렇게 해서 일중독자들은 몸을 망가뜨리는 모든 요인을 갖게 되는 것이지요. 스트레스, 술, 담배, 비만 등입니다.

여러분들도 혹 뇌만 신나지 않습니까?



유태우 신건강인 센터 원장 tyoo@unh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