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가 쓰는 '사랑과 전쟁'

영화 '브레이크 업: 이별후애'
공동사회와 이익사회에 대한 설명을 빌어서 말하자면 부부관계에는 이 두 특성이 공존하고 있다.

무조건적인 사랑에 의한 두 사람의 결합은 가정을 지키는 목표에 헌신할 것에 대한 요구로 이어지고, 이 요구가 실현되지 않을 것 같은 경우에는 결혼이라는 계약이 파기될 수도 있다.

이혼의 위기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이익이나 편리를 좇아 살기보다 배우자가 편하게 느끼도록 해주어야 한다. 맞벌이 여부에 상관 없이 아내들은 일반적으로 남편이 집일을 거들고 자녀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에 행복을 느낀다.

남편이 부인의 살림방식에 대한 잔소리만 않는다면, 남편의 가사 참여는 이혼의 가능성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 반면에 대개의 남편은 자신의 부모와 형제에게 잘 해주는 아내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남편은 '당신을 있게 해준 분들이니까' 하는 아내의 말에서 직접적인 애정 표현보다 더 큰 감동을 받는다. 흔히 경제적 능력이나 성적 만족을 가장 중요한 것으로 꼽지만 경제적 편의와 성적 쾌감은 반복될수록 당연한 것으로 익숙해지는 반면, 자신이 인정받고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야말로 계속해서 삶에 활력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남녀가 함께 살아가는 결혼생활에는 크고 작은 문제들이 생기기 마련인데, 이 문제들을 잘 해결하지 못하면 더 큰 위기로 이어진다. 결혼생활의 문제를 잘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의할 점들이 몇 가지 있다. 먼저 그 문제가 서로의 타협에 의해서 해결이 가능한 것인지 아닌지 분석해 보아야 한다.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 상대를 탓하는 것은 계속해서 갈등을 키우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예를 들어 정리정돈을 잘 못하는 것이나 잠자리에 늦게 드는 버릇은 사소한 것으로 보이지만 생각보다 고치기 어렵다. 이처럼 상대가 고치기 어려운 것들에 대해서는 자신이 불편하더라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현명하다. 그 대신 서로의 공동 영역에서 긍정적인 부분을 확장하고 문제가 불화로 번지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찾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대신 해결이 가능한 문제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개선책을 찾아야 하는데, 이 경우에도 조심해야 할 점들이 있다. 우선 대화를 하기 좋은 상황을 잘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자기 말이 옳더라도 상대가 피곤하거나 예민해져 있는 시간은 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문제를 해결하려던 것이 더 큰 문제를 만들 수 있다. 새벽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들어온 남편에게 즉시 따지는 것은 역효과만 내기 십상이다. 차분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때까지는 참으면서 그 동안에 어떻게 말을 꺼내는 것이 더 효과적일지 연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문제의 해결에는 도움이 되는 방법을 써야 하는데, 상대에게 잘못이 있다고 해도 상대를 비난하고 공격하여 상대를 바꾸려는 것은 역효과만 부르기 쉽다. 즉 문제의 해결 자체보다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문제에 대한 공동의 관심을 확인하는 것 정도를 목표로 삼는 것이 좋다.

상담 현장에서 보면 대개의 부인들은 문제의 근본적 해결보다는 자신의 불만을 털어놓는 데 치중하고, 남편들은 거꾸로 문제 자체의 처리에만 관심을 기울이느라 배우자의 심정에 대한 배려에 소홀한 경우들을 자주 볼 수 있다. 그 결과 부인은 남편이 자신의 말을 도무지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고 원망하고, 남편은 나름대로 애를 써봐도 부인에게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에 절망하게 된다.

이처럼 상황이 잘못 전개되어가거나 본인들의 노력으로 해결이 힘들면 외부 기관이나 전문가의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부치료는 부부가 함께 참여하는 것이 좋으나, 부득이하면 한 사람이라도 먼저 시작하는 것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다른 치료들과 마찬가지로 단순히 치료를 받으러 다니는 것만으로 부부관계가 저절로 좋아질 리 없다. 치료를 받고자 하면서 자신의 억울함을 하소연하는 데 치중하거나 문제의 원인을 상대에게 두고 상대를 바꾸는 데 목표를 두면 치료가 잘 될 리 없다.

치료상황에서는 솔직한 의견을 교환하여 공동의 목표를 발견하고 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 제각기 변화하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전문가의 감독하에 성공적인 경험을 한 부부는 자신들만의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더 많이 할 수 있게 되고, 이런 선순환적인 상호작용이 개인적으로도 긍정적인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행복한 결혼생활의 핵심은 부부 공동의 목표와 개인의 이익을 어떻게 잘 조화시키는가에 달려있다.



박수룡 편한마음 정신과의원 원장 sooryong@medimai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