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ste in the City] (5) 일본의 '장인정신' 담긴 '교요리'와 일상식 '젠'
따라서 진정한 일본을 느끼고 싶다면 교토에 가볼 것을 추천한다. 당신이 미식가라면 더욱 그렇다. 그곳에는 가장 일본다운 맛, 천 년을 이어온 특별한 맛이 있기 때문이다.
그 첫 번째 특별함은 장인 정신으로 수십 대를 거쳐 이어온 명점에 있다. 물론 일본이라면 어디를 가더라도 수백 년 된 명점 찾기가 어렵지 않은 것이 사실이나 교토에서는 특별히 그렇다.
교토와 역사를 같이하는 천년 된 인절미 집 이치와(一和), 800년 된 화과자점 토라야 구로카와(虎屋黑川), 600년 된 메밀국수집 오와리야(尾張屋), 400년 된 요리집 효테이(瓢亭), 역시 400년 된 초밥집 이요마타(伊豫又)등이 그것이다.
말이 그렇지 천 년을 이어온 집이라니 그토록 깊고 절절한 세월을 보낸 집의 인절미 한 점이 어찌 미식가의 혀에만, 혹은 일본 사람들의 입에만 특별할까. 맛도 맛이거니와 역사책에서나 나올 법한 집들이 지금까지 전통을 지키며 여전히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동을 주기데 충분하다. 이처럼 이름난 곳이 아니더라도 불쑥 들어간 제과점도 100년째, 무작정 들어간 라면집도 200년째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등 교토의 상점은 하나같이 장인 정신이 살아있는 명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요리는 대게 진미 요리부터 에피타이저, 국물 요리, 초밥이나 회, 구이, 조림, 식사 등 일곱여 가지의 코스로 나오는 것이 기본인데, 각 코스마다 재료, 맛, 조리법이 겹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같은 그릇에 담아내는 법도 없어 먹기도 전에 그 담음새와 정성에 감탄하게 된다. 앙증맞은 그릇에 담아낸 작은 잎사귀 하나, 꽃잎 하나, 계절을 담은 음식 하나하나를 감상하고 있으면 비로소 눈으로 먹는다는 일본 요리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일본인들 스스로가 일식을 화식(和食)이라 부르는 이유를 교요리를 먹고 나서야 알게 된다. 조화와 화합이라는 철학을 담기 위해 맛, 색, 향, 심지어 재료의 질감과 담아내는 그릇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음식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이는지를 실감하는 것이다.
마지막 특별함은 젠(膳) '오반자이'다. 젠이란 요리는 차리는 상을 말하지만 더 정확히 말하면 밥과 미소시루 그리고 반찬과 생선 하나 정도 올린 개인 상으로 일본인들의 일상식을 말한다. 물론 지금은 일본인도 가정에선 공동 밥상을 차려먹지만 원래는 천황부터 서민들에 이르기까지 가장 일본다운 식사법이 바로 이 젠(膳)이다.
이렇게 가장 일상적인 '젠'이라 하더라도 교토만의 차별점은 교토식 반찬 오반자이에 있다. 오반자이는 교토에서 채취한 제철 야채를 이용한 반찬으로 일본인들이 주로 먹는 절임식 반찬(쯔케모노)과는 차원이 다른 신선함과 풍부한 맛 그리고 영양을 담고 있다. 교토의 송이, 죽순, 가지, 무, 토란, 고추는 일본 내에서도 달고 신선하기로 유명해 무 조림, 가지 조림 같은 간단한 반찬에서도 입에 착착 붙는 감칠맛을 느낄 수 있다.
이유진 푸드칼럼니스트 euzinle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