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하 삼성서울병원 교수 '밥상머리 토크'서 충격적 지적

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과 박원하 교수(왼쪽)와 붉은 티셔츠를 입고 미리 월드컵 응원에 나선 허영만 화백
"그런 운동~~효과 없습니다." "그것도 효과 없습니다."

국내 스포츠 의학의 최고 권위자 중 한 명, 박원하 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과 교수.

LG상사 트윈와인(대표 김수한)이 남아공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마련한 '전문의와 함께 하는 밥상머리 토크' 에서 그가 3시간 동안 한 얘기 중에 가장 많이 나온 말이다. 일반인들이 운동과 건강에 대해 알고 있던 기존의 많은 상식들이 한 마디로 효과 없다는 충격적인 지적이다. '

요즘 TV에서 연예인들은 불과 몇 일, 적어도 몇 주 만에 적잖은 몸무게를 빼는 모습을 곧잘 보여준다. 그런 모습을 보면 누구나 '나도 저렇게 다이어트하면 되겠구나'라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한편으로는 희망이고 바람이다. 하지만 박 교수는 일반인들에게 "꿈 깨라"고 외친다.

"살을 뺀다는 연예인들을 보면 하루 3~4시간씩 운동하죠. 그러면 쉽게 빼고 1주일 만에도 달라집니다. 하지만 일반 직장인들은 다릅니다. 한 마디로 그 만큼의 시간을 투자하기가 무척 어려워서죠. 사실 하루 15분 운동하는 것도 부족합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많이 움직이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박 교수는 "일반인들의 경우 똑같이 먹으면서 살을 빼기가 쉽지 않다"며 "기본적으로 시간 투자가 많이 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운동시간과 강도를 곱하면 운동량이 된다. 그리고 운동 시간과 강도는 양에 정비례한다.

흔히 골프를 치고 나서 '가슴이 아프다'고 말하는 골퍼들이 적지 않다. 심지어는 골프를 치고 나면 가슴 아픈 것이 정상이라고도 생각한다. 그래서 흔히 하는 말이 "프로들도 다 아픈 거니까 참으세요"이다. 하지만 박 교수의 진단은 간단치 않다. "그거 갈비뼈 골절이에요. 골프는 잘만 치면 몸에 이상 없습니다."

골프는 스윙 동작에서 몸을 많이 비틀게 된다. 준비 동작에서 한 번 비튼 뒤 공을 치면서 다시 반대편 방향으로 몸이 돌아가야만 한다. 이 과정에서 무리가 갈 때 갈비뼈가 부러지거나 금이 간다.

흔히 갈비뼈 골절이 본인도 모르는 새 지나가는 것은 일반 뼈 골절과 같은 통증 감각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금이 가도 티가 잘 안 나고 부러지더라도 주변 근육이 버텨주기 때문에 잘 어긋나지도 않는다고 한다. 조금 지나면 아물어 들면서 치료가 된다. 보통 4주 이상 정도. 따로 치료법도 없고 그냥 시간이 가면서 저절로 붙는다.

갈비뼈 골절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X레이 촬영. 찍어 보면 부러진 것은 물론, 치료가 되고 나서도 흔적이 남는다. "아마추어 골퍼 400명을 조사한 적이 있습니다. 무려 27%가 갈비뼈 골절이 있었죠. 일반인 골퍼 4명 중 1명, 즉 한 팀 당 한 명씩은 갈비뼈 골절 환자라는 얘기죠."

골프를 치면서 손목이 아프다는 이들도 가끔 있다. '골프 엘보우'라 불리는 질환인데 원인은 스윙을 할 때 손목을 과도하게 꺾기 때문이다. 치료법은 스윙을 고치는 것. 반면 골프로 인해 목에 이상이 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골프를 칠 때 담에 결린다는 얘기를 많이 하죠. 100% 골절입니다."

"골프 치고서 가슴이 아픈 거는 한 가지 원인이에요. 내기골프하면서 돈을 잃었으니 가슴이 아픈 거죠.(웃음)" 자리를 함께 한 허영만 화백의 유머이다.

흔히 마사이 슈즈로 불리는 기능성 신발이 한창 인기다. 박 교수는 이에 대해 "운동효과보다는 운동이 된다고 느끼는 부분이 크다"고 분석한다. 신발 밑창이 둥근 모양이어서 걷는 동작이 커졌다고 생각하게 되고 또 신발 바닥에 하중이 일반 신발과 다르게 분산되기 때문에 운동이 된다고 생각하기 쉽다는 것.

운동이 된다고 느끼지만 별로 운동 효과가 없는 운동 기구들도 있다. 수년 전 인기를 모은 소위 '덜덜이'. 플레이트 위에 올라서면 덜덜거리며 진동을 일으키는 기구인데 나름 인기를 모았다. "감각적으로는 있습니다. 떨림 동작 때문에 마사지 효과는 있는데 그게 운동 효과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죠." 나름대로 소화가 잘 된다는 효과는 있을 수도 있다.

"몇 번 해보고서 효과가 없으면 쉬 사라져 버립니다. 한때 인기를 모았지만 지금은 사라진 운동기구들이 적지 않죠. 결국 사람들이 힘 안들이고 운동이 되는 효과를 기대하는 심리와도 연관이 깊습니다. 결국 땀 흘리지 않고 수확을 기대하는 꿈일 뿐이죠." 박 교수는 모든 운동 중에서 걷고 뛰는 운동이 최고라고 말한다. 걷는 동작 속에 신체의 모든 동작들이 포함돼 있고 해결되기 때문이다. 정 시간이 없다면 하루 20분 정도는 가장 빠른 속도로 걷는 것이 좋다고.

마라톤이 인기를 끌면서 마라톤전용 신발을 사서 신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직업적으로 달리는 선수용 마라톤화는 거의 맨발과 똑같다. 신은 듯 안 신은 듯 무게가 가벼워야 선수들이 오래 뛸 수 있기 때문. 최소한의 보호기능만 갖고 있다. 때문에 일반인들이 마라톤을 할 때는 쿠션 기능이 있는 가벼운 신발을 신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무엇을 먹고 어떻게 하면 키가 클까? "농구한다고 키가 크는 것은 아니죠. 키 크는 운동은 없습니다. 그냥 아이들이 뛰어 노는 것이면 충분합니다. 성장판을 자극해주는 것이 필요해서죠." 박 교수는 "키는 유전적으로 거의 결정되고 심박수 또한 타고나는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많이 뛰면 심박수가 조금이야 늘겠지만 크게 늘지는 않는다.

운동을 하면 식욕이 살아날까? 아님 줄어들까? 골프 같은 저강도 운동을 하면 식욕이 살아나지만 달리기 같은 고강도 운동은 식욕을 줄인다는 말도 있다. 또 사람마다 제 각각이다. 박 교수의 결론은 "실제로 상관 없다"이다.

"골프를 치면 7km쯤 걷게 되죠. 일단 칼로리 소모량이 많습니다. 또 보통 4시간 이상 길게 걸리니 자연스레 식사 시간과 겹치죠. 그러니 배가 고픈 겁니다."

'물만 먹어도 살찐다'는 주장도 허구라고 한다. 그런 사람들은 실제 본인이 먹은 양을 기록해 보면 절대 그럴 수 없다는 것이 입증된다고. 배가 나오는 사람들은 식사 양을 줄이는 것이 최선책이다.

술을 먹는 것과 운동의 상관 관계도 궁금하다. 의사들 중에 술자리에 가기 전 운동하는 이들도 있다. "운동을 할 때 일시적으로 혈관이 수축되지만 하고 나면 혈관이 확장 유지됩니다. 그럴 때 알코올이 들어가면 희석되기가 쉬워지죠. 그래서 술을 더 많이 잘 마시게 됩니다. 술 좋아하는 이들이야 많이 마시는 것이 목적이니까요."

특이하게도 술 잘 마시는 이들 중에는 근육이 발달하고 체구가 좋은 이들이 많다. 술은 간에서 해독을 하는데 근육이 발달한 이들 중에 간 기능이 발달한 이들이 특히 많아서다. 하지만 근육을 키우는 운동은 매일 하는 것이 결코 좋지 않다. 피로가 쌓이기 때문인데 회복 기간이 보통 24시간은 걸린다. 반면 유산소 운동은 매일 해도 끄덕 없다.

박 교수는 술을 그리 즐기지 않는다. 아직 국내에서는 낯선 스탁꼰데 쉬라와 쿠말라 피노타지 쉬라 등 남아공 대표 와인들에 대한 평은 '기대보다 괜찮다'는 간단한 촌평. 며칠 전 '식객' 27권 완간편을 마친 허영만 화백은 "종결이라기보다는 사실상 일시적 휴간으로 다시 한번 '시즌2'를 더 할까 생각 중이다"고 밝혔다.



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