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우의 "건강은 선택이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가 있습니다. 첫째는 담배를 끊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고, 둘째는 끊고 싶어도 끊지 못하는 사람들이지요.

끊고 싶어도 끊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 자체가 스트레스입니다. 주위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담배의 위험성에 대해 들을 때마다 가슴이 덜컥거리는 불안감을 느끼게 되고, 원할 때 쉽게 피울 수 있는 장소가 없는 것도 짜증나는 일이며, 끊겠다고 독기를 품어도 3일을 넘기지 못해 또 다시 좌절하게 되는 것도 진짜 스트레스이지요. 피우면 피우는 대로, 안 피우면 안 피우는 대로 스트레스입니다.

그렇다면 끊고 싶지 않은 사람들은 어떻게 느낄까요? 그들의 대부분은 그 반대로 담배가 스트레스를 줄여 준다고 생각합니다. "흡연은 인생의 유일한 낙이다", "신체건강에는 나쁠지 모르지만 정신건강에는 좋다", 또는 "정신집중에 좋다"라는 애연가의 변이 그래서 생겨 났지요.

실제로 상당한 긴장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면, 그 긴장감이 탁 풀리면서 몸이 가뿐해짐을 느끼게 됩니다. 생각이 잘 안 풀리고 기억이 잘 안 될 때도, 딱 한 대 피워 물면 감쪽같이 머리 회전이 되기도 하지요. 우울하고 불안하고 가슴이 답답할 때에, 담배는 언제나 나를 위로해 주고 안정시켜주는 친구가 되어 주기도 합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보다 좋은 스트레스 해소책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건강에 좀 해가 되더라도 '짧고 굵게' 살면 되지!' 하며 자위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할 수가 있겠지요?

그런데, 담배가 스트레스를 줄여 준다는 것이 과연 사실일까요? 잘 살펴보면 여기서 흡연자들이 애써 감추려 하는 진실이 숨어 있습니다. 애당초 왜 긴장하게 되고, 왜 생각이 잘 안 풀리며, 왜 우울하고 불안해질까 라는 사실입니다. 대부분이 자신이 하는 일, 처한 상황 등 외적인 요인이 자신을 그렇게 만든다, 라고 대답하겠지요?

여기에 바로 함정이 있습니다. 같은 일, 같은 상황에서 비흡연자들은 흡연자만큼 긴장하지 않으며, 생각이 잘 안 풀리지도 않고, 우울해지거나 불안해지지도 않는다는 것이지요. 흡연자들이 그런 문제를 더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증세를 일으키는 원인은, 다름아닌 니코틴 부족 때문이며 바로 담배중독인 것입니다. 장기간 담배를 피우다 보면 니코틴이 내 몸을 지배하게 되어, 혈중 니코틴 농도가 떨어지면 여러 힘든 증세를 만들어 냅니다. 이 증세가 다름 아닌 바로 앞서의 그 스트레스 증세이지요. 이때 다시 담배를 피우면 그 증세들을 마치 귀신 같이 없애 줍니다.

그야말로 병 주고 약 주고이지요. 담배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교묘한 사기꾼으로서, 여기에 넘어가지 않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담배는 카페인, 마리화나는 물론 술과 히로뽕보다도 더 강한 중독성을 가지고 있으며, 헤로인, 코카인, 모르핀, 아편 등만이 담배보다 더 강할 뿐입니다.

또 한 가지 담배가 나의 진정한 친구이다, 라는 생각은 어떨까요? 무언가 필요할 때 내가 항상 쉽게 구할 수가 있으니, 나를 위로해 주는 친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담배를 친구로 삼고 있으면 진짜 사람 친구는 아무래도 덜 찾게 되지요. 친구하고 해야 할 이야기를 혼자서 담배하고만 독백하게도 됩니다.

담배를 고집함으로 해서 나를 좋아했던 사람들이 싫어하는 사람으로 바뀌기도 하지요. 대부분의 흡연자가 느끼듯이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공공장소는 점점 좁아만 가고 있습니다. 좁은 공간에서 일어나는 스트레스에 억눌린 사회관계만 고집하면, 더 많은 사람들과 쉽게 만날 수 있고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는 점점 놓치게 되는 것은 아닐까요?

담배는 스트레스의 해소가 아니라 오히려 그 원인입니다.



유태우 신건강인 센터 원장 tyoo@unh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