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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융단위 양떼를 쫓는 모험

[테마여행] 대관령 양떼목장
1.2km 산책길 따라 걸으면 일상에 시든 마음, 푸릇푸릇 생기 북돋아
신록의 향연이 펼쳐지는 6월, 싱그럽고 생기 넘치는 초록의 생명력으로 일상에서 지친 마음을 다독이며 더 넓은 초원의 평화로운 풍경 속에서 느긋한 걸음으로 마음결을 다듬는 목장 여행을 떠나보자 .

사계절 내내 바람이 머물고 바람소리가 살아 오르는 바람의 언덕인 대관령 옛길 휴게소 일대는 이즈음이면 병풍처럼 둘러쳐진 태백준령이 거느린 크고 작은 구릉들과 깊은 골들이 성성한 녹음으로 뒤덮이며 농담을 달리하는 신록의 바다를 펼친 채 초록물결이 너울지는 청량한 풍경을 연출한다.

10여 년 전부터 양들을 방목하는 풍경을 관광자원으로 만든, 계절마다 독특하고 서정적인 고원의 경치를 펼쳐 놓는 유럽의 알프스라 착각할 정도로 아름답다고 회자되는 양떼목장으로 설렁설렁 들어섰다.

목장은 6월 1일부터 양떼들의 완전 방목이 시작 되기에 어린 아이의 손을 잡고 찾아 든 가족들이 초원 위의 양떼처럼 올망졸망 모여 있는 전경을 만들고, 투명한 햇살아래 더욱 짙은 초록빛을 품은 ∙목장의 초원은 살픗한 바람결에 싱그런 풀내음을 날린다.

그러나 초원 위에 동그마니 자리한 작은 언덕엔 울긋불긋, 봄꽃이 흐드러지게 만개해 초하의 신록을 만나러 온 여행자에게 여전히 봄이 머무는 산 높고 골 깊은 대관령 정상임을 전한다.

탐방로를 따라 산들거리는 바람결에 땀을 식히고, 솔솔 날아드는 풀향기를 즐기며 양떼를 방목하는 초지가 있는 능선을 향해 언덕길을 오르다 보면 해발 900미터의 하늘아래 첫 땅인 초록 들판을 만난다.

어느 것 하나 시선을 거추장스럽게 하거나 거칠 것이 없는 사방이 모두 훤히 열려 마치 구름 위에 떠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한다. 하늘과 초원이 맞닿고, 하늘과 목장길이 이어져 있는, 사방이 막힘이나 거스름 한점 없는, 하늘 아닌 모든 것이 발아래에 놓여있다. 휘휘 사위를 둘러 본다.

첩첩 켜켜이 겹쳐진 산은 아득히 깊은 골을 품은 채 장엄한 자태로 초원과 양떼의 바람막이를 자처하고, 까마득히 더 깊은 아래엔 용평읍내의 전경이 아스라하다.

그제서야 발을 딛고 있는 곳이 얼마나 높은 땅인지를 실감하며 설핏 현기증이 도는데 20만 4959㎡라는 거대한 초록의 융단 위에서 느릿느릿 마냥 한가하게 풀을 뜯는 양떼들과 털 깍기를 마친 양들은 목책을 사이에 두고 관람객들과 눈 맞춤에 열중이다.

양들은 4월부터 6월까지 털 깍기를 하는데 그래서 이즈음의 양들은 뽀얀 새 털빛으로 관람객을 맞는다. 1.2km의 능선을 따라 조성 된 산책로는 초원 위에 그어진 하얀 띠처럼 목장을 둘러 치고 있는데 양떼목장 전경을 한눈에 감상 할 수 있다.

구불구불 부드럽게 이어진 폭삭한 흙길을 휘적휘적, 느긋한 걸음으로 콧노래를 흥얼거리자 앞장 선 아이가 폴짝폴짝 추임새를 넣는다.

그러나 목장길을 걷는 상쾌함과 싱그러움은 눈에 보이는 전경만이 아니다. 초록범벅의 목장 풍경이 준 선물인듯, 그지없이 안온하고 평화로운 모습으로 조붓한 길에서 마주치는 이들마다 초록빛 싱그러운 미소를 머금은 채 서로 길을 내어주고 카메라 셔터를 눌러 준다.

온통 초록세상의 목장과 쪽빛 하늘과 그 속에서 한껏 평화를 담는 이들 모두가 한폭의 수채화로 인화된다. 양떼목장 산책로의 중간 즈음, 양치기들의 쉼터인 움막 앞에 서자 한결 친숙해진 초록풍경에서 시선은 슬그머니 일탈을 시도하더니 무리지어 피어있는 앉은뱅이 연분홍 산철쭉 군락으로 시선이 꽂힌다.

화사한 꽃무더기가 양떼목장을 등진 채 대관령의 거센 바람을 피해 산등성이에 한가득 연분홍 꽃물을 들여 놓았다. 넓디 넓은 초록빛 세상에서 만난 산철쭉의 여릿한 분홍빛 꽃잎은 목장 산책길에서 챙긴 생각지 못한 선물이다.

풀썩, 꽃밭에 앉아 한동안 마음에 꽃물을 들였다. 내리막으로 이어지는 길목에서 막바지 목장 전경이 아쉬워 초록벌판을 둘러본다. 그런데 걸음에 열중하느라 채 가늠치 못한 풍경 하나가 눈에 잡히더니 가슴으로 달려와 박힌다.

넓고 푸르른 양떼목장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오솔길도, 초원과 양떼도, 그리고 초록 잎새를 무성하게 매단 나무도, 하물며 그 속에서 머무는 사람들과 하늘마저도 모두 둥그스럼 평평하다.

아하~! 목장의 푸르름이 주는 평화가 모두에게 전이되었나 보다. 때마침 불어오는 바람이 초원을 스치고 풀잎들은 바람결을 좇아 일제히 제 몸을 누이며 '스사삭' 가녀린, 그러나 가슴 밑에서 부터 솟구쳐 오르는 청신한 울림을 토해낸다. 한 시간 여, 어울렁 더울렁 쉬며 걸으며 하다 보니 목장 제일 아래에 자리한 양 먹이 체험장에 닿았다.

양에게 먹이를 주겠노라며 건초 한웅큼을 받아 든 아이의 얼굴에 싱그러운 6월을 닮은 생긋한 미소가 한가득 피어올랐다. 배시시 웃음 날리며 양들에게 먹이 주기에 여념이 없는 아이의 마음에는 이미 목장 나들이로 짙고 푸른, 생생하고 싱그러운 신록의 세상이 가득 담겨졌으리라.

눅진한 일상으로 시들해진 마음에 푸릇푸릇 초록물 가득한 생기를 돋워 준 초록 여행지의 추억이 생생하게 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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