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숙박시설 이용은 기본, 여행지 사회와 문화 등 알고 떠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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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이 가까워지자 '착한 여행'이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같은 뜻으로 사용되는'윤리적 여행', '공정여행', '책임여행', '지속 가능한 여행', '대안여행'도 마찬가지다.

착한 여행이 자꾸 화자 되는 이유는 그만큼 기존의 여행에서 반성해야 할 점이 많다는 걸 시사한다. 퇴폐관광, 과도한 쇼핑과 소비, 환경파괴, 볼거리 위주의 관광 등을 통해 얻는 것은 뭘까? 또, 그런 여행을 통해 여행지와 그곳 현지인들에게는 어떤 폐해를 줄까? 착한 여행은 어떻게 해야 할까?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여행

전세계의 관광객들이 호화시설로 가득한 발리, 몰디브 등 세계적인 휴양지를 찾아 많은 돈을 뿌리고 온다. 그런데 왜 그곳 현지인들은 대부분 가난하게 살까?

여행객이 여행지에서 쓰는 돈 중 70~85%는 외국인 소유의 호텔이나 관광 관련 회사들에 의해 해외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현지인들에게 돌아가는 돈은 1~2%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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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경제학자 제레미 리프킨에 의하면 세계 관광산업은 매년 10%씩 성장하지만 관광으로 인한 경제적 이익의 대부분은 G7 국가에 속한 다국적기업에 돌아가고 있다.

따라서 여행하는 지역의 경제에 도움이 되는 여행을 하려면 최대한 여행지역 주민이 운영하는 숙소와 음식점을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재래시장, 공정무역 가게 등 지역산물 판매처를 이용하고, 가능한 여행지에서 생산된 상품을 구매하는 것도 착한 여행자의 요령이다. 예를 들어, 네팔 카트만두에 가면 세 곳 이상의 공정무역 가게가 있다. 그곳에서 판매하는 물건은 대부분 카펫과 스카프, 간식으로, 네팔의 어린이 노동자들과 여성들이 만든 제품들이다.

현지의 여행가이드를 고용해 적절한 임금을 주고, 교통수단 역시 현지 주민이 운영하는 것을 적극 이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역의 사회와 문화를 보존하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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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관광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다. 무엇보다 여행지 주민의 인권을 심각하게 유린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2007년 12월,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와 내일여성센터는 국회에서 한국 관광객들의 성매매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조사결과를 보면, 그 해 7월~10월 필리핀과 태국에서 116명의 성매매 여성 등을 대상으로 한국남성들이 성매매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들 국가에서 성매매를 하는 한국 남성들은 콘돔사용을 거부하고, 비정상적인 성관계를 강요했으며, 성매매 여성들에게 마약 강권도 서슴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여행 시 성매매 근절을 위해서는 의식있는 여행자들의 자발적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와 함께, 여행지의 기본적인 언어와 사회, 문화, 역사에 대한 정보를 습득한 후 여행에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낯선 이슬람 문화권을 여행할 때, 호텔방에서 삼겹살을 구워먹는 일은 피하는 게 상식이다. 또, 거리에서 그들이 기도할 때는 조용히 기다리는 것이 예의다.

여행은 소비가 아닌 관계다. 여행지에 가서 돈을 지불하고, 현지인들에게 서비스를 제공받는다고 그것을 너무 당연시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들은 물건이 아닌 사람이기 때문이다. 서비스를 받았을 때는 현지언어로 고마움을 표시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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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여행

평화여행단체인 '이매진피스(www.imaginepeace.or.kr)는 "관광과 공정여행의 가장 큰 차이점은 여행을 바라보는 시선"이라고 정의했다.

관광객을 상대로 한 여행사는 해당 관광상품을 소비한 소비자가 그 상품에 만족했는가, 그렇지 않은가를 묻는다. 그러나 공정여행을 하려는 이들은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 머문 숲과 마주친 동물들과의 관계를 돌아본다.

여행자가 샤워하는 물은 그 마을의 사람들이 마시기에도 부족한 식수였을 수 있으며, 마음껏 사용한 일회용품과 화학세제로 그곳의 환경이 파괴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구입한 기념품은 멸종위기의 동물을 죽여 만든 것일 수도 있다.

자연을 즐기는 과정에서 동물을 학대할 수도 있다. 네팔의 유명한 치트완 국립공원은 대자연 속에서 두 시간 동안 코끼리를 타고 정글을 돌아보는 코끼리타기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원시상태로 보존된 자연환경을 관광객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 사람을 태우기 위해 코끼리들은 하루 종일 두 발을 쇠사슬에 묶인 채 서 있어야 한다. 또, 가이드와 성인 관광객 4명을 등에 태운 코끼리는 조련사의 쇠갈고리에 맞아 피를 흘려가며 정글을 걸어가는 고통을 견뎌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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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을 생각하는 여행을 하려면 일회용품 사용과 화학세제, 화학폐기물의 사용을 최소화하고, 야생동식물을 이용해 만든 상품은 구매하지 않아야 한다. 또, 동물 쇼 등 동물을 혹사하는 여행프로그램에는 참여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도움말=공정여행 포털사이트(www.tour4us.net), 이매진피스(www.imaginepeace.or.kr)

올 여름 이용해볼 만한 착한 여행 프로그램
기존 여행패턴의 문제점에 대한 의식과 그에 대한 대안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착한 여행 상품이 꾸준히 늘고 있다. 올 여름을 겨냥해 나온 상품을 둘러본다.

■ ㈜착한여행 '섬 시리즈'
국내 최초의 책임여행 전문여행사인 ㈜착한여행이 여름을 맞아 '원주민, 평화, 생태'를 테마로 한 섬 시리즈를 출시했다. 이번 착한여행 섬 시리즈는 6월25일 필리핀 보홀섬 돌고래 생태여행을 시작으로 7월16일 일본 오키나와, 7월 27일 말레이시아 쿠칭, 8월 3일 인도네시아 발리 편을 선보인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원시림 올레 트레킹과 원주민 홈스테이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는 자전거 투어와 발리 전통음식 만들기, 생태마을 홈스테이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www.goodtravel.kr, (02)701-9071~2

■ 국제민주연대의 공정여행 국제민주연대는 여행자들이 쓰는 경비가 지역 주민들에게 제대로 돌아가고, 현지 문화를 제대로 체험할 수 있는 여행을 기획하고 있다. 중국 내 가장 많은 소수민족이 거주하는 윈난지역 문화체험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이번 여름에는 7월17일~21일, 8월3일~7일 내몽골, 8월7일~15일 귀주, 7월24일~8월1일 윈난 소수민족 문화체험 상품을 기획하고 있다. www.khis.or.kr, (02)736~5808~9

■ 서울시립청소년직업센터인 하자센터에서 만든 여행사인 트래블러스맵은 공정여행, 지속 가능한 여행을 기획하고 있다.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을 비롯해 슬로시티 청산도 걷기 등 다양한 국내외 공정여행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www.travelersmap.co.kr (02)2068-2799.

■ 농촌전통테마마을(www.go2vil.org)과 인빌체험(http://www.inviltour.com)도 시골마을에서 한국의 전통문화와 자연, 여유로운 일상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여행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각 지역별로 테마마을이 운영되고 있으며, 7월1일부터 8월31일까지 지역별로 폐교 텐트체험, 숲속체험, 폭포 트레킹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