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ste in the City] (7) 인도네시아 - 발리밀림속 최상급 프렌치, 논사이 트렌디한 브런치, 선셋과 함께 칵테일 한잔

미고랭
일년 내내 맑고 쾌청한 기후와 아름다운 자연을 즐길 수 있는 발리는 신들의 섬이라 불릴 정도로 축복 받은 곳이다. 신선한 허브와 열대과일, 싱싱한 해산물도 당연히 풍부하다.

풍요롭고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즐기는 식사는 대략 '휴양지의 낭만'과 버무려져 아무리 까다로운 미식가라도 그 평가가 너그러워지게 마련.

실제로 발리는 어느 레스토랑이나 서비스가 좋은 편이고 어떤 식당에 들어가도 현지에서 채취한 각종 재료들로 만든 나시고랭(볶음밥), (볶음 국수), 사테(꼬치구이)와 같은 훌륭한 전통음식을 맛볼 수 있다.

또한 발리에 즐비한 최고급 리조트에서 제공하는 디너 역시 최상급 수준이니 별 흠 잡을게 없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낭만적이라는 평으로 대충 넘어가기에 아까울 정도로 뛰어난 수준을 자랑하는 레스토랑이 의외로 곳곳에 숨어있다는 것, 게다가 트렌디함이 물씬 풍기는 세련된 카페와 바들이 많다는 것 역시 발리의 또 다른 매력이다.

레스토랑 모자이크의 정원
벼룩시장에서 최고급 혹은 최신식 물건을 발견할 것 같은 느낌이랄까. 곳곳에 숨어 있는 멋진 레스토랑과 카페를 발견하는 일은 발리에서 즐기는 또 다른 즐거움이자 특별한 추억이다.

일단 가장 먼저 소개하고 싶은 곳은 예술가의 마을로 알려진 발리의 산간지역 '우붓'에서 만나는 프렌치 레스토랑 '모자이크'다. 파리의 미슐랭 스타급 레스토랑과 견주어도 손색없을 정도의 식당으로 실제 많은 유럽과 미국의 레스토랑 가이드에서 언급된 식당이다.

그 명성에 걸맞게 맛도, 담음새도, 메뉴구성도 모두 훌륭할 뿐 아니라 매일 수집한 허브와 그 날의 재료사정에 맞게 변하는 메뉴구성 또한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야자나무 사이로 별이 쏟아지는 모자이크의 정원은 이 모든 것을 한층 낭만적으로 연출한다. 한 여름 밤에 즐기는 모자이크의 디너는 누구에게나 잊지 못할 순간이 된다. 어떤 미식가는 모자이크에 가보기 위해 일부러 발리에 간다고 할 정도니 발리에 가게 된다면 꼭 들려 보아야 할 곳이다.

우붓에는 수없이 많은 갤러리가 있는데 그 중 하나인 가야갤러리 안에 위치한 카페도 인상적이다. 예술작품을 감상한 뒤 마시는 커피 한잔 이상의 만족감을 주는 곳으로, 실내와 야외의 경계가 없는 탁 트인 공간과 세련된 라운지 뮤직, 시원한 아이스 커피를 마시며 바라보는 산골의 논 풍경이 이색적이다. 우리에게는 익숙한 풍경임에도 불구하고 가지런하고 푸르게 자라난 벼는 어느 정원 못지않게 아름답다.

카페와 레스토랑이 즐비한 스미냑 거리에는 프렌치를 멋지게 해석하는 카페 '와리산'이 있다. 야외 테라스에서 맛보는 향긋한 로브스터 비스크나, 양고기 스테이크 모두 수준급이다. 우붓처럼 테라스 앞에 펼쳐진 논의 풍경이 이색적이기도 하다. 역시 스미냑에 위치한 카페 '쿠테타'나 '리빙룸'도 빠질 수 없겠다.

우붓의 가야갤러리
'쿠데타'는 창 밖으로 펼쳐지는 환상적인 경관으로 인해 석양을 감상하며 칵테일 한잔을 즐기기에 이만한 곳이 없다. 인테리어는 물론 유럽 DJ가 믹싱한 음악들도 최신의 것으로 모든 것이 트렌디한 곳이다. '리빙룸'에서는 아담한 정원에서 와인테이스팅 메뉴와 함께 인도네시아 식과 절묘하게 조우한 퓨전 푸드를 맛볼 수 있다.

밀림 속에서 펼쳐지는 최상급 프렌치, 논 사이에서 즐기는 트렌디한 브런치, 선셋과 함께 하는 칵테일 한잔...영화의 한 장면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면 축복 받은 자연과 멋진 음식이 어우러진 발리의 매혹적인 섬머 디너를 즐겨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유진 푸드칼럼니스트 euzinle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