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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나무 아래서 마떼차 한잔

[타국의 주방] (9) 파라과이
'꼬메도르' 엠빠나다, 치빠 등 파라과이 전통의 맛 선사
파라과이라는 나라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란 쉽지 않다. '남미완전정복'을 외치는 가이드 북에서도 페루, 칠레 등과 함께 묶어 지나치듯 언급하거나 아예 쏙 빼놓기 일쑤고, 다녀온 사람조차 '참 할 것 없는 나라'라고만 하니 현지인 입장에서도, 여행자 입장에서도 섭섭한 일이다.

그러나 이태원의 '꼬메도르'에서만은 남미의 중심이 파라과이다. 남미 음식 전문점을 표방하지만 파라과이인인 주인으로 인해 메뉴의 상당 부분을 파라과이 음식이 차지하고 있는 것.

국내 유일이자 아시아 유일의 파라과이 식당 꼬메도르는 맛도 맛이지만 그 희소성 때문에라도 한 번 들러볼 만 하다.

너무 맛있어서 김빠진다?

다행스럽게도 '현지 맛 그대로'를 고수하는 주인 덕에 꼬메도르의 음식은 파라과이의 그것과 맛도 모양도 양도 똑같다.

  • 치빠
"한국에서 타코를 먹어 봤는데 멕시코랑 너무 달라서 놀랐어요. 멕시코에는 그런 타코가 없어요. 입맛에 맞게 변형된 것도 좋지만 원래 음식은 어떤 것인지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물론 재료가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다. 소고기가 돼지고기보다 싸고 각종 열대 과일과 야채가 쑥쑥 자라는 파라과이와 한국은 아무래도 다를 수 밖에 없다. 아르헨티나와 겹치는 부분이 많은 파라과이 음식은 남미 음식의 상당수가 그러하듯 의외의 친밀감을 준다.

인도처럼 호불호가 확실하게 갈리는 향신료도 없고 오랫동안 먹어야 비로소 적응이 되는 발효 음식도 없다. 그러므로 파라과이라는 생소한 이름에 이끌려 모험을 하려고 간 사람이라면 약간 김이 빠질 수도 있다. 모든 음식이 너무 입에 잘 맞기 때문이다. 식당을 처음 열었을 때 대부분의 손님이 외국인이었던 데 비해 지금은 반 이상이 한국인이다.

꼬메도르의 대표 메뉴는 엠빠나다다. 아르헨티나 전통 요리로 알려져 있지만 칠레, 브라질, 파라과이 등 라틴 아메리카 지역에서는 길거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음식으로, 일종의 튀긴 만두다. 6개의 엠빠나다가 메뉴의 첫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는데 아르헨티나의 그것과는 같은 듯 다르다.

아르헨티나의 엠빠나다가 각종 고기와 야채를 채워 넣어 우리나라의 만두처럼 약간 무겁고 복잡한 맛을 낸다면 파라과이의 엠빠나다는 고기와 야채는 물론이고 그들의 주식인 옥수수나 토마토를 넣은 것들도 있어 조금 더 가볍고 여성 취향이다. 파라과이인들은 매운 맛이나 단 맛을 즐기는 편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간이 약한 편인데, 심심하다고 느낀다면 함께 내주는 매운 소스를 곁들여 먹으면 된다.

  • 마떼차
성공률 90%의 엠빠나다를 즐기는 것도 좋지만 좀 더 파라과이의 숨결을 느끼고 싶다면 단연 치빠를 먹어 봐야 한다. 브라질 사람들이 쌀을 먹고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밀을 먹는다면 파라과이에서는 만디오까를 먹는데 이 만디오까를 가루 낸 것이 바로 치빠의 주재료다.

넝쿨식물의 일종으로 유까라고도 부르는 만디오까는 감자나 고구마처럼 뿌리를 먹는데 파라과이에서는 가루를 내서 빵을 만들기도 하고 그냥 삶아서도 먹는다. 유럽의 식량난을 감자가 해결해준 것처럼 전쟁 시 파라과이의 굶주림을 해결해준 은인 같은 식물로 맛도 감자와 비슷하게 담백하고 값도 싸 대부분 파라과이의 식당에 가면 밥 대신 만디오까를 낸다.

한국에서는 나지 않기 때문에 꼬메도르에서는 만디오까를 수입하는데 비행기를 타고 지구 반 바퀴를 도는 동안 가격이 올라 한때 중지할까도 고민했다. 그러나 이 맛에 반한 한국인들이 올 때마다 찾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계속 내고 있는 인기 메뉴다. 옥수수 스콘처럼 단단하게 생긴 모양에 반으로 자르면 깨찰빵처럼 쫄깃하게 속이 늘어진다.

치빠의 중독성은 그 쫀쫀한 식감에도 있지만 그 사이에 점처럼 콕콕 박혀 있는 향신료가 핵심이다. 살짝 '화~'한 맛을 내는 주인공은 아니스라는 식물인데 은은한 향은 물론이고 소화를 돕는 역할도 한다.

치빠에는 파라과이 전통차인 마떼차를 곁들여 먹어야 제 맛이다. 파라과이인들은 대부분 아침을 거르고 오전 10시쯤 엠빠나다를 하나 먹은 후 뜨거운 마떼차를 마신다. 그리고 12시에 고기와 스프, 샐러드로 구색을 갖춘 푸짐한 점심을 먹은 다음 얼음을 넣은 차가운 마떼차(떼레레)로 더위를 식힌다.

그리고 가벼운 저녁을 먹은 후 다시 마떼차를 마신다. '삶이 있는 곳에는 마떼차가 있다'고 할 만큼 파라과이 사람들의 생활과 밀착돼 있는 마떼차는 그래서 모국을 떠난 이들이 가장 그리워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꼬메도르의 주인 역시 파란 하늘을 올려다 보며 망고 나무 아래에서 마시는 마떼차의 맛을 잊지 못해 한국에서의 첫 2년을 눈물로 보냈다고.

하루 종일 파라과이 식탁을 차지하고 있는 마떼차에는 그들만의 독특한 식문화가 묻어 있다. 마떼차는 보통 컵에 담아 쇠로 된 빨대로 마시는데 하나의 빨대를 가지고 모인 사람들이 돌아가며 빨아 마시는 것이 풍습이다. 같은 국그릇에 수저를 담그는 우리로서도 쉬이 적응하지 못할 독특한 풍습이지만 가족 또는 스스럼 없는 사이라면 한번 체험해 보는 것도 재미있다.

꼬메도르의 마떼차에는 세 가지가 있는데 4000원짜리 마떼 코시도를 시키면 혼자 마실 수 있도록 한 잔이 나오고, 6000원짜리 마떼 깔리엔떼나 차가운 떼레레를 시키면 큰 통에 마떼차를 담아 그 유명한 쇠 빨대를 꽂아 내온다. 허브 찌꺼기가 올라오지 않도록 구멍이 송송 나 있는 쇠 빨대로 차를 빨아 마시면 살짝 씁쓸한 맛이 나는데 그 정체는 민트와 볼도라는 허브다.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기 때문에 마시는 샐러드라고도 불리며 특히 신장이 깨끗해지는 데 효과가 있다.

삶이 있는 곳에 마떼차가 있다

요일별 메뉴를 시키면 좀 더 푸짐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화요일에는 야채와 옥수수 가루로 만든 닭고기 스프인 보리보리, 수요일에는 빵가루를 입혀 튀긴 소고기 안심을 한 번 더 오븐에 구운 밀라네사, 목요일에는 수제 토마토 소스를 뿌린 스파게티 빠라과죠, 금요일에는 계란 프라이를 올린 비프 스테이크 비스텍 데 까르네, 토요일에는 닭고기를 오븐에 구운 뽈요 알 오르노가 나온다.

소고기가 비싼 한국이지만 소고기를 마음껏 먹는 파라과이의 습성은 그대로 살아 있어 모든 소고기 요리가 큼직큼직, 탐스럽게 나오는 것이 장점이다. 수요일의 밀라네사와 금요일의 비스텍 데 까르네는 특별히 인기가 좋아 수요일과 금요일이 아니더라도 요청하면 만들어 준다.

주류와 함께 안주도 판매한다. 안주는 파라과이 문화가 아니지만 (그들은 모든 음식을 먹은 후 설거지까지 끝낸 다음 안주 없이 술만 마신다) 한국인들의 음주 문화를 고려해 사장이 특별히 마련한 메뉴다. 꼬치 3개에 소고기를 푸짐하게 꿰어 나오는 아사디또는 맥주와 찰떡 궁합이다.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오전 11시에 열어 밤 10시까지,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밤 11시까지 영업한다. 월요일은 휴무.
참고서적: <젊음 나눔 길 위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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