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멸 부르는 섹스중독증, 스와핑… 우울증 등 정신적 문제가 가장 커

하루가 멀다 하고 성폭행 사건이 뉴스를 타고 있다. 유명인사의 문란한 성생활에 관한 폭로도 충격적이다. 잘 드러나지 않을 뿐, 뒤틀린 성욕의 문제는 우리 가까이 존재한다.

뒤틀린 성욕, 뉴스 아닌 일상의 문제

일그러진 성욕의 대표적인 것은 성중독증이다. 광적으로 섹스에 집착하는 성중독증은 매스컴에 등장하는 성범죄자뿐 아니라 평범한 주변 인물도 갖고 있을 수 있다.

성중독증은 습관적인 성행위나 포르노에 탐닉하거나 한 사람에게 과도한 성적 요구를 하는 등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드물게 강간이나 근친상간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국내에서 이런 증상으로 힘들어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조사된 통계는 없다. 다만 미국 성중독협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인의 5~6%가 성중독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도 비슷할 수준일 것으로 추측된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성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지 않는 이유는 당사자가 이를 문제로 인식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통증을 느끼거나 남들이 알아보는 것도 아닌데 굳이 병원을 찾아갈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것이다. 가장 은밀하고 사적인 문제라서 함구하는 경향도 있다.

정상과 비정상적인 성욕을 구분하는 명확한 기준은 있는가? 없다. 예를 들어, 동성애를 잘못된 성욕으로 봐야 할까? 동성애는 현재 정신과에서 정신질환으로 분류하지 않고 있다. 스와핑이나 변태적 성행위를 개인의 성적취향의 차이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진단기준도 모호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펴내는 국제질병기준(ICD)은 2010년 최근판에서 과도한 성적충동이란 병명 아래 남자의 음란증과 여성의 색정증을 등재시켰다. 하지만 과도한 성충동으로 진단하는 명확한 기준은 사실상 없다. 성중독증(Sexual Addict)이라는 용어 자체도 의학용어는 아니다. 그 현상은 원인이 복합적이기 때문에 의학용어가 될 수 없다는 게 정신과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광적으로 섹스에 집착해 그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편의상 성중독증이라고 부를 뿐이다.

성의학클리닉 강동우 원장은 "진단 기준이나 용어가 명료하지 않고,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해서 질환 자체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강 원장은 "성중독 등에 의해 본인의 일상생활에 지장이 발생하거나 주변사람에게 피해가 간다면 정신질환으로 봐야 한다"면서 전문의를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을 것을 권고했다.

우울증·절망이 이상성욕을 일으켜

몇 가지 사례들을 본다. 회사원 A씨는 아내와 자녀가 있는 가장이지만 일주일에 평균 2~3회 성매매 업소를 간다. 자신의 수입의 상당부분을 여기에 지출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카드 빚까지 잔뜩 지게 됐다.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교사로 일하고 있는 B씨. 사회적으로 성공한 아내를 뒀다. 그는 거의 매일 폰팅을 한다. 아내가 있는데도 다른 방에서 자위행위를 반복한다.

여자친구하고 그룹섹스를 즐기는 회사원 C씨. 그는 일대일 성행위에 만족하지 못한다. 40대 후반의 가정주부 D씨. 살림밖에 모르던 그녀는 혼외정사 끝에 가정을 버렸다. 남편이 가정으로 돌아오라고 애원했지만 이혼을 택했다.

사람을 파멸로 몰고갈 수 있는 빗나간 성욕의 원인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과도한 성욕의 원인은 호르몬 과다로 인한 신체적인 이상에 의한 것이거나, 유전적인 요소일 수 있다. 하지만 불안, 우울, 조울증 등의 한 증상으로 오는 경우가 더 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성매매 업소를 자주 가는 A씨의 경우,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직장에서 퇴출위기에 몰린 그는 극심한 불안감을 느꼈지만 아이 키우느라 정신 없는 아내에게 위안을 기대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성매매를 통해 위안을 얻는다.

자위행위에 매달리는 B씨의 경우 아내와의 관계에 문제가 있다. 밖에서 잘 나가는 아내는 가정에서도 어머니 같은 역할을 했고, 그는 아내에게 큰소리 한번 못 치며 살고 있다. 그는 아내에게서 인정받지 못한 남성성을 혼자 또는 밖에서 찾으려고 한다.

C씨의 문제는 청소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등학생 때 만난 여대생과 성관계를 맺었다. 여자는 졸업과 함께 그를 떠났다. 엄청난 좌절감과 공허감 때문에 마약에도 손을 댔다. 몇 년 후 그는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았지만 그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극적이고 비정상적인 성관계에서 느끼는 쾌락에 의존하고 있다.

주부 D씨는 불륜에 빠져들기 전, 심각한 주부우울증을 앓았다. 인생을 헛되게 살았다는 생각, 아무와도 친밀감을 나눌 수 없는 상황에 답답해하던 그녀는 혼외정사에 탐닉했다.

성격장애 의심도

성중독증을 앓는 사람 중에는 충동에 대한 자제력을 잃은 충동조절장애를 가진 경우가 많다. 강 원장은 "충동조절장애는 우울증 등의 한 증상으로 오는 경우가 많으며, 마약이나 알콜중독과 함께 있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멀티플 파트너(multiple partner)와의 성관계를 습관적으로 즐기는 경우, 성격장애가 있을 확률이 높다. 특히 버림받을 수 있다고 여기는 경계성 성격장애나 많은 사람으로부터 관심을 받고자 하는 연극성 성격장애가 있으면 성중독에 빠지기 쉽다.

이밖에 정상적이지 못한 성적 쾌락을 추구하는 사람 중에는 모성애의 결핍이 원인인 경우도 있다. 어머니에게서 받지 못한 사랑을 이성의 품에서 찾으려 하는 것이다. 성중독자 중에는 성격적인 결함으로 인해 다른 사람과 정상적 관계를 맺는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강 원장은 "노출증이 있는 환자가 외향적인 성격이라고 상상할 수도 있지만 실제는 사회성이 매우 결여돼 있고, 대인관계 능력이 부족하다"고 언급했다. 소아 성애증을 가진 사람도 정상적인 이성과 인간관계를 맺을 만큼 인격적으로 성숙되지 않아 방어력이 없는 유아를 대상으로 성행위를 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인터넷을 통해 각종 음란물을 접하는 기회가 많아진데다, 돈만 주면 손쉽게 성을 살 수 있는 유흥업소 문화가 비정상적인 성욕을 키우고 있다.

원인에 따라 심리치료와 약물치료 병행

문제가 되는 성욕을 방치할 경우 개인은 물론, 가족에게도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줄 수 있다.

우선 개인 차원에서 심신의 피로를 경험한다. 강 원장은 "이들이 쾌락을 추구한다고 하지만 문란한 성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그로 인한 우울증, 절망감, 불만족 등의 고통을 심하게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직장생활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성매매 등에 과도한 지출을 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도 문제가 발생한다. 가정도 제대로 유지되기 어렵다. 심하면 성폭력 등 사회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원인을 알면 해결방법도 보인다. 강 원장은 "우울증이나 스트레스가 원인이라면 정신과 전문의를 찾아가 심리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며 "성중독증도 일종의 강박증이기 때문에 대뇌가 관장하는 충동을 조절하기 위해 약물치료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사람과 올바른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아내와 가족 등과의 그룹치료도 효과적이며, 인지행동 치료를 병행하는 것도 좋다. 성중독증이 알코올이나 약물 중독과 함께 일어나는 경우에는 동반된 중독증과 함께 치료해야 한다.

도움말=성의학클리닉 강동우 원장(www.sex-med.co.kr)

나도 혹시? 성중독 자가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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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강제, 폭력, 협박적으로 성행위를 한 적이 있는가?
10. 성행위 후에 절망적이거나 자살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 적이 있는가?
11. 성적 판타지에 대한 집착 때문에 일상생활에 문제가 일어난 적이 있는가?
출처: 성 중독 심리연구소(http://sri.or.kr)



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