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우의 "건강은 선택이다"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귀가 따갑게 들어왔던 것은, 성격은 마음이니까 성격을 바꾸려면 마음을 바꿔야 한다는 사실이었지요? 그렇다면, 성격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유전이 성격의 모든 것일까요? 부모님한테 받은 유전적 형질이 성격의 모든 것을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제는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일 것입니다. 후천적인 교육 및 환경이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교육과 환경이 내몸 어디엔가 배어 들었을 텐데, 기존의 관념은 그게 마음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동안의 연구결과와 제 진료실에서의 관찰은 성격은 마음이 아니라 몸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해하기 쉽게 한두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기다리는 것을 잘 참지 못하는 분들은 마음이 그래서일까요, 아니면 몸일까요? 당연히 마음이고 성격이라고 하시겠지요? 자, 한 분이 극장 티켓을 사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분의 마음과 몸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머리는 다른 사람들도 다 기다리니, "나도 차분히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이 당연해" 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그 때 이 분의 몸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몸에서는 서서히 난리가 나기 시작합니다.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하고, 손에 식은 땀이 나며, 뒷목이 뻣뻣해집니다.

이런 몸의 신호를 감지한 머리는 다시 안절부절해지기 시작하고, 무언가 해결책을 찾으려고 합니다. 빨리 해달라고 재촉을 한다든지, 새치기하는 사람이 있으면 쫓아가서 야단을 친다든지, 정 못 견디면 자기 자신이 새치기를 한다든지 하는 등입니다.

또 다른 예입니다. 어떤 주부가 하루 종일 집안을 쓸고 닦고 하다가 거의 자정이 다 되어서 이제 잠을 자려고 안방으로 가는 중입니다. 가는 중에 다른 식구들 눈에는 전혀 띄지도 않는 먼지가 눈에 들어 옵니다. 마음에서는 '이제 피곤하고 지쳤으니 오늘은 그만 자야지' 하며, 가는 발길을 재촉하여 침대에 누웠습니다. 머리에서는 잘 자겠구나 라고 마음이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몸이 어떻게 반응을 할까요? 아까 눈에 밟혔던 그 먼지가 눈 앞에서 어른거립니다. 가슴이 답답해오고, 몸은 더 긴장되어 도저히 잠이 오지를 않습니다. 마음으로는 아무리 잊어 버리려고 해도, 몸에서 계속 잠을 못 자게 만듭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피곤한 몸을 이끌고 그 먼지를 치워야만, 몸이 긴장에서 풀리면서 마음이 원하는 대로 잠을 잘 수가 있게 되는 것이지요.

이제 우리의 성격은 몸이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이해하셨겠지요? 사람마다 다른 특별한 환경적 부담에 대해 몸이 특이하게 반응하는 것이 바로 성격이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일어나는 신체 반응은 대체로 스트레스 반응이지요. 말씀 드린 예는 각각 남자에서 많은 A형 성격과, 여자에서 더 흔한 강박형 성격입니다. 이 외에도 자기도취적 성격은 자신이 남다르게 대우받지 못할 때 스트레스반응이 오고, 히스테리형 성격은 남의 주목을 받지 못할 때 그런 신체 반응이 옵니다.

이렇듯 성격이 마음이 아니고 몸이면, 그 성격을 바꾸기는 매우 용이해집니다. 생각은 바꿀 필요 없이 몸만 바꾸면 되니까요! 생각은 아무리 바꾸려고 해도, 같은 생각이 계속 떠 올라 그것을 막을 수가 없습니다. 반면에, 머리에서 어떤 생각이 떠오르든, 몸은 원하는 대로 행하는 연습을 할 수가 있습니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탈조건화라고 합니다. 조건화된 몸을 재학습을 통해서 그 조건을 풀어 가는 과정이지요.

성격을 바꾸는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말씀 드린 기다리지 못하는 분은 일부러 더 기다리는 연습을 하면 됩니다. 한참을 기다려 자기 차례가 다 되었을 때, 일부러 맨 뒤로 다시 가면 되는 것이지요. 또는 지하철이나 버스 같은 것을 기다리면서 예의 초조감이 느껴지면, 일부러 그 지하철 또는 버스를 타지 않는 것입니다.

지저분한 꼴을 못 보는 사람은 일부러 지저분하게 사는 연습을 하면 됩니다. 자신이 일부러 어질러 놓는 것이지요. 이렇게 하면 처음에는 몸에서 난리가 납니다. 그런데, 자꾸 연습하다 보면 어느덧 그 증세들이 사라지게 되지요. 보통 사람은 2주, 늦어도 3개월 정도의 연습이면 충분합니다.

말도 안 된다고요? 또 마음으로 생각하시는군요? 몸으로 한번 해보세요. 생각보다 쉽습니다.



유태우 신건강인 센터 원장 tyoo@unh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