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여행] 삼척 산양마을다슬기·피라미 등 잡고 물놀이 하며 호젓한 피서 즐기기 안성맞춤

산양대교에서 굽어본 가곡천의 기암절벽
산으로 둘러싸였지만 햇볕이 잘 들고 따뜻하다고 해서 마을 이름이 산양(山陽)이다. 강원도 최남단인 삼척시 원덕읍에 속한 산양마을은 토질이 비옥해 예로부터 자급자족을 해왔다.

삼척 왕마늘의 본고장으로 명성 높은 산양마을은 고추, 쌀, 찹쌀, 현미, 감자, 옥수수 등의 청정 농산물을 재배하면서 150여 가구에 320여 주민이 오순도순 살아간다.

산양마을에는 구석기시대부터 사람이 살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원도 영동 지방의 석기시대 유적지는 대부분 바닷가에 위치하지만 산양마을은 유일하게 내륙 깊숙이 자리한다는 점이 특이하다.

아주 오랜 옛날부터 사람이 살아올 만큼 천혜의 자연 환경을 갖춘 산양마을은 생태계의 보고로도 소중하다. 각종 야생화와 다양한 자생 식물들이 산양마을의 건강한 생태계를 증명한다.

메꽃, 기린초, 국수나무, 송엽국, 좀씀바귀, 백작약, 사철나무, 산복숭아, 민들레, 머위, 생강나무, 복수초, 진달래, 노루오줌, 꽃향유, 꿀풀, 해국, 두메부추, 노루귀, 양지꽃, 돌나무, 부채손, 엉겅퀴, 사계꽃 등 이름만 열거하기에도 숨이 벅찰 정도다.

호산해수욕장은 한여름에도 호젓하다
산양팔경 등 아름다운 자연 경관도 즐비

산양마을에는 서원이 있다. 1824년(조선 순조 24년) 황희 정승을 제향하기 위해 세워진 산양서원은 일제 때 일본 헌병이 방화해 전소한 것을 2002년 복원했다. 1861년(조선 철종 12년) 건립된 산양서원 묘정비는 1998년 4월 강원도 문화재자료 123호로 지정되었다.

이 마을은 자연 경관도 아름답다. 그래서 산양팔경이 손꼽힌다. 임진왜란 때 이인봉이라는 사람이 칠성제단을 만들어 승리를 기원했다는 칠성대, 반달을 닮은 산으로 300년 넘은 노송이 자랑인 반월산, 산자락 깊은 연못에 살던 이무기가 용이 되어 승천하려다가 마귀할멈의 저주로 돌로 변했다는 용암산(용바위), 승려가 서있는 모습을 닮은 봉우리(일제 때 폭파되었다고 함) 등 여러 기암으로 이루어진 승봉(중바위), 주민들이 성으로 삼고 이웃 마을에서 만든 창과 방패를 운반한 고개라는 창령, 떡시루 크기만한 산 정상의 일부분이 사철 따뜻해 눈이 내려도 곧 녹는다는 증봉(시루봉), 바위 윗부분이 병풍처럼 일직선을 이룬 병풍암, 두 봉우리 중간 부분이 말 잔등처럼 잘록하고 멀리서 보면 천마가 버티고 선 것 같다는 천마봉 등이 그것이다.

이처럼 아름답고 평화로운 마을이지만 외지인이 머물다 가기에는 숙박 사정이 그다지 여의치 않았다. 그러나 2008년 산양마을 황토펜션이 준공됨으로써 일가족이나 단체 여행객들이 편히 쉬며 묵을 수 있게 되었다. 마을에서 운영하는 이 황토펜션은 99평방미터 크기로 침실 셋과 거실 겸 부엌 등으로 이루어진 반딧불방을 비롯해 33평방미터 크기의 방 셋을 갖추어 인원에 맞게 고를 수 있다(문의 033-572-8658).

바다가 그리우면 인근 호산 및 월천으로

이무기가 용이 되어 승천하려다 돌로 변했다는 용바위
산양마을은 가곡천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나뉘어 있다. 산양마을을 둘로 가르는 가곡천은 다양한 하천 생태계의 표본이다. 다슬기, 피라미, 은어, 산천어, 꺽지, 참게 등이 가곡천의 맑은 물에서 서식한다. 가곡천에서 물놀이를 즐기며 물고기들을 잡는다면 한여름 무더위쯤은 말끔히 날려버리고도 남을 것이다. 필자는 실제로 어항을 이용해 하룻밤에 수백 마리의 피라미와 은어를 잡는 사람을 보고 깜짝 놀랐다.

바다가 그립다면 산양마을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호산으로 가면 된다. 원덕 호산해수욕장은 인근 월천해수욕장과 더불어 강원도에서 가장 남쪽에 위치한 해변이다. 길이 약 1km에 이르는 호산해수욕장은 모래와 자갈이 섞인 백사장이 특이하며 바닥이 비칠 정도로 바닷물이 맑다. 한여름에도 이동 상인이 찾지 않을 만큼 호젓한 바닷가로 운치 있는 갯바위들도 펼쳐진다.

호산해수욕장 남쪽 인근의 월천해수욕장은 동쪽의 바다 외에 삼면이 산으로 에워싸인 것이 특징으로 이곳 역시 백사장에 모래와 자갈이 섞여 있으며 호산보다도 더 한적하다.

산양마을은 호젓하게 피서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곳이지만 다른 계절에 휴양하기에도 그만이다. 산양마을에서는 관광객들을 위해 청보리 피는 봄 체험, 청정 가곡천의 여름나기, 황금 들판 가을나기, 용바위의 겨울나기 등 사계절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한마디로 산양마을은 호젓한 사철 휴양지로 그만인 산마을이자 강마을이다.

찾아가는 길

2008년 준공한 산양마을 황토펜션
영동고속도로-만종 분기점-중앙고속도로-제천 나들목-38번 국도-통리-427번 지방도-신리-416번 지방도-풍곡 입구를 거친다. 풍곡 입구에서 왼쪽 풍곡교를 건넌 다음 호산(원덕) 방면 416번 지방도를 따라 16km쯤 가면 오른쪽으로 산양대교가 나온다. 이 다리를 건너자마자 우회전하면 산양마을 황토펜션이다.
대중교통은 태백에서 호산 방면 버스를 타고 산양대교 앞에서 내린다. 삼척에서 호산(원덕)으로 가는 버스를 탄 뒤에 풍곡 방면 버스를 타고 산양에서 내려도 된다.

맛있는 집

오가는 길에 풍곡마을에 있는 풍곡통나무집(033-573-0777)에 들러 향토음식을 맛보도록 하자. 이 집은 마을 공동체로 운영하는 식당 겸 민박집으로 부녀회원들의 정성이 깃들어 있는 맛깔스러운 토속 음식을 맛볼 수 있다. 특히 자연산 산나물만을 이용한 산채비빔밥이 일품이며 토종닭 백숙, 칡칼국수, 토종 돼지고기, 동동주 등 다양한 토속 음식을 낸다.


가곡천에서 다슬기를 잡고 있다
풍곡통나무집의 산채비빔밥

글∙사진 신성순 여행작가 sinsatgat@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