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ste in the City] (9) 홍콩전망 좋은 레스토랑서 백만 불짜리 야경 감상하며 '미식천국' 만끽

홍콩은 역동적이다. 서울 면적의 두 배 정도의 도시에서 거대 아시아 자본이 움직이고 동시에 쇼핑 천국, 미식 천국이라는 수식어를 만들어내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홍콩에 가면 하늘 높이 솟은 마천루의 화려함, 수많은 쇼핑몰과 레스토랑의 노골적인 유혹에 눈을 빼앗기기 십상이다.

쇼핑은 차치하고 일단 미식여행을 위해 홍콩을 선택했다면 그것은 '빙고'다. 파인 다이닝레스토랑에서부터 화려한 광동식, 홍콩식 얌차(차와 함께 을 먹는 것), 홍콩식 애프터눈 티(다양한 디저트와 홍차를 먹는 티타임)에 달콤한 디저트까지 거의 모든 종류의 음식을 가장 맛있고 다양하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홍콩은 세계적인 수준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이 많다. 4만 달러를 육박하는 높은 국민 소득에 고소득 금융권 종사자들이 즐비하니 세련되고 고급스러움을 추구하는 그들의 취향에 맞춘 최상급 레스토랑의 입성은 당연지사다.

프랑스의 피에르 가니에르나 알랭 뒤카스, 미국의 노부 마츠히사처럼 스타 셰프들의 레스토랑이 벌써부터 홍콩에 둥지를 틀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회원제 식당이나 사교클럽도 많은 편이니 가히 그들만의 리그가 공고해 보인다.

홍콩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의 중식
중국식도 훨씬 섬세하고 세련되게 즐길 수 있다. 광동 요리를 기본으로 서양의 소스나 조리 법을 가미한 홍콩식은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중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로컬 식당의 핫팟(뜨거운 냄비 요리) 콘지(죽요리)나 , 면 요리도 맛있지만 일부 고급 중식당들은 거칠고 투박한 중식에 섬세한 터치를 가미함으로써 중식의 수준을 한 단계 상승시켰다.

최근 홍콩의 식당들은 점점 더 그 수준을 달리하고 있다. 중국 경제의 부상에 따라 고급 식자재가 몰리면서 식당들의 수준도 동반 상승을 하고 있는 것. 여기에는 중식은 물론 일식에서 서양식까지 포함된다. 최근 질 좋은 참치는 몽땅 도쿄가 아닌 홍콩으로 몰리고 있으며 트러플(송로버섯)이나 프와그라(거위간), 캐비어(철갑상어 알), 와인과 같은 서양의 고급 식자재도 사정은 마찬가지니 이탈리안이나 프렌치 레스토랑의 수준도 높을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미식 천국다운 면모를 제대로 갖추고 있다 하겠다.

근자의 고급스러운 홍콩 식당들의 또 다른 트렌드는 초고층 꼭대기에 자리를 잡는 것이다. 홍콩의 야경이 내려다 보이는 전망 좋은 레스토랑이 소위 말하는 가장 잘 나간다는 식당들이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새로 짓는 초고층 빌딩의 상층부마다 레스토랑과 바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앞서 언급한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의 대부분이 그렇고 고급 중식당도, 칵테일 바나 라운지도 그렇다. 마치 홍콩의 상류층들이 홍콩에서 제일 높은 빅토리아 피크 근처에 둥지를 틀 듯 홍콩의 고급레스토랑들도 건물의 꼭대기를 찾아 둥지를 튼다. 만다린 오리엔탈이나 인터콘티넨탈, 포시즌스 같은 유명 호텔은 말할 것도 없고 최근에 오픈한 비즈니스 빌딩들도 같은 사정이다.

홍콩의 미식세계가 고급스러워지고 있을 뿐 아니라 백만 불짜리 야경까지 보태져 낭만적이고 멋스러워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비록 관광객이라 하더라도 더 이상 빅토리아 피크의 야경에만 집착하지 말고 화려한 스카이 라인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멋진 식당의 발코니에서 홍콩의 밤을 즐겨 보시길. 그곳에서 가장 핫(Hot)하고 맛있는 홍콩의 밤을 만나게 될 테니 말이다.

딤섬


이유진 푸드칼럼니스트 euzinle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