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우의 "건강은 선택이다"

독자 여러분, 9988234라는 말을 들어 보신 적이 있지요? 단어 자체가 의미하듯이 99세까지 88하게 건강하게 살다가 죽을 때 되어서 2~3일 사이로 팍 죽는 것을 의미합니다.

요즈음 인사말이나 덕담으로 많이 쓰이는데, 이런 말을 하는 분이나 듣는 분이나 이를 바라기는 하지만, 이것이 사실이 될 것으로 진정으로 믿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제가 늘 드리는 말씀이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오래 사느냐이었다면, 이번에는 사람이 어떻게 죽게 되는지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죽음은 이를 두려워하든 하지 않든, 저를 포함해서 누구에게나 옵니다. 따라서, 어떻게 죽는지를 미리 예상해 두면, 지금부터 잘 준비해 둘 수가 있겠지요.

죽는 방법의 첫째는 최악의 시나리오입니다. 40~50대밖에 안되었는데, 이미 비만, 당뇨, 고혈압 등이 있고, 60~70대에 심장병과 뇌졸중이 한 차례 온 후 그래도 죽지 않고 90대까지 사는 것입니다. 어떤 삶이 될지 쉽게 예상이 되지요? 나중의 삶 20~30년간은 사는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인생의 반을 병원에 의존하면서, 자신도 괴롭고 가족들에게도 많은 폐를 끼치며 사는 것입니다.

둘째는 그 다음 시나리오인데요. 그래도 건강을 유지하면서, 나름대로 술도 세고 힘도 세서, 암 검진을 무시하고 있다가 말기 암을 진단받습니다. 건강하다고 자신했던 몸을 보아서는 기가 막힐 노릇이지요. 이 경우에는 물론 길어 봐야 진단 받은 후 2~3년간을 무지 고생하다가 죽게 됩니다. 자신의 원래 수명인 90대까지 사는 것은 어림도 없게 되지요.

셋째가 바로 9988234입니다. 죽기에 다다를 때까지 아무 병도 앓지 않고 건강하게 살다가, 죽을 때 다 되어서 며칠 사이로 여러 가지 병이 한꺼번에 발생하는 것입니다. 심장병, 뇌졸중, 폐렴, 패혈증 등을 말하지요. 그야말로 며칠 사이에 죽거나, 편안히 잠자리에 들었는데 자다가 죽는 경우가 바로 이것입니다.

의학적으로 이런 경우를 질병의 압축(compression of morbidity) 이라 합니다. 현재의 질병을 완치하고 앞으로 발생될 질병을 최대한으로 막으면, 결국에 가서는 맨 마지막에 한꺼번에 다 나타나서 짧은 시간 안에 죽게 된다는 것이지요.

9988234는 운명이나 소원의 대상이 아닌 엄연한 과학적 과정입니다. 바로 오늘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선택이지요. 자, 그럼 9988234를 선택해 볼까요? 먼저 해야 할 일은 고혈압, 콜레스테롤, 당뇨, 통풍 등을 할 수 있는 만큼 최대로 완치하는 것입니다. 이들 만성질환의 원인은 비만, 짜게 먹기, 운동부족, 술, 몸의 민감함, 흡연 등이기 때문에, 그 원인을 고치면 결과인 만성질환도 같이 완치하게 되어 약을 전혀 안 먹거나, 최소한으로 복용하게 됩니다.

둘째는 암을 최대한도로 발생하지 않게 만들고,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가장 조기에 진단하는 것입니다. 위에서 말씀 드린 만성질환의 원인은 그대로 암의 원인이기도 합니다. 만성질환을 완치하는 것은 사실상 암을 예방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최대한을 하는 것이지요.

암 예방과 더불어 암 검진은 증세와 관계없이 자신의 성, 연령 및 암 위험요인에 맞추어 정기적으로 받아야 합니다. 조기진단만 할 수 있으면, 대부분의 암은 발생하지 않은 것과 똑 같은 상태, 즉 거의 완치에 가깝게 치료할 수가 있지요.

셋째는 남은 생애에 대해 의미 있고 행복한 삶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이제 좋은 시절은 다 갔어!' 하며 과거만 회상하거나, '죽을 날이 얼마 안 남았어!' 하며 일찍 죽지도 않을 날을 손꼽고 있으면, 삶도 괴롭고 질병도 더 잘 찾아 오게 마련이지요. 항상 현재를 만족하고 앞으로 더 만족할 방법을 찾는 것이 9988234로 가는 지름길이 됩니다.



유태우 신건강인 센터 원장 tyoo@unh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