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우의 "건강은 선택이다"

제 진료실에는 많은 증세와 여러 다양한 병을 가진 사람들이 방문을 합니다. 지난 30년간 이 분들을 만날 때마다 저는 '왜?'라는 질문을 빠짐 없이 하였습니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에 비해서, 아프고 고통스럽고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은 왜 그렇게 되는 것일까? 한국인들에게 가장 공통되는 근본 원인 중의 하나가 바로 오늘 소개해 드릴 체력소모입니다.

체력은 단지 힘이 세고, 오래 달리기를 잘 하는 신체적 체력뿐만이 아니라, 매일매일 겪는 일상생활과 업무를 얼마나 쉽고, 여유 있고, 행복하게 수행할 수 있는가 하는 몸, 마음, 삶의 에너지를 말합니다.

제가 만난 한국인들의 거의 대부분은 체력을 거의 소모한 상태에서 하루하루를 살고 있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아직 그 상태는 아니라고요? 아직 충분히 남아 있다고요? 정말 그런지 한번 살펴 볼까요?

체력이 소모된 사람들은 크게 두 가지의 증상군을 보입니다. 그 첫째는 이전보다 더 많이 먹어서 점점 더 체중이 늘어나는 것이고, 둘째는 여러 신체기능의 증상들을 보이는 것입니다.

체력이 소모되면 왜 많이 먹게 될까요? 자신의 생각은 이미 어느 정도의 하루 일과를 수행하도록 정해 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소모된 몸은 그 정도의 일과를 수행하기가 이제는 너무나 벅차지요. 그래서 힘든 몸은 뇌 기능의 한 부분인 감정뇌에 작용하여 식욕을 촉진시킵니다. 이렇게 촉진된 식욕으로 과도하게 영양을 섭취하면 반짝하고 다시 힘이 나는 것을 느끼게 되지요.

힘들 때 많이 먹는 것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한국인의 문화적 습관입니다. 어릴 적부터 배워온, 몸이 힘들 때의 탈출법은 다름아닌 잘 먹기이었지요. 감기에 걸려도, 공부가 힘들어도, 임신을 해도 잘 먹어야 한다는 것이 금과옥조이었습니다. 보약, 보양식, 몸에 좋은 음식, 힘든 일을 마친 후의 회식 등의 문화가 바로 이를 반영하지요.

체력이 소모되었을 때 나타나는 두 번째 증상군은 바로 마음과 몸의 기능약화와 생활습관의 변화입니다. 업무는 그래도 그대로 수행하기는 하는데, 자꾸 짜증이 나기 시작하지요. 별 것도 아닌 것에 화가 납니다. 체력 소모의 첫 증세는 피로이어야 하는데, 의무, 책임, 기준 등으로 무장한 한국인의 생각뇌는 그 피로를 용납하지를 않지요.

그러면, 얼마간은 견디다가 다른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남자들에게 흔한 증세는 이 시간에 소개해 드렸던 뒷목 뻣뻣함이고, 여자들에게 흔한 증세는 두통과 소화불량, 변비 같은 위장병 등이지요.

그래도, 체력 소모가 더 진행되면 건강불안과 질병으로의 회피 현상이 나타납니다. 자신의 몸에 점점 자신이 없어지고, 약간의 증세와 검사소견 이상으로도 지나친 걱정을 하며, 병원을 찾고 질병을 연구하는 시간이 늘어나지요. 급기야는 병원에 입원하거나, 병가를 냅니다. 그래야만, 일을 제대로 해야 하는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는 마음의 합리화가 되기 때문이지요. 이를 질병으로의 회피라고 합니다. 생활습관의 변화는 수면이 나빠지고, 식습관이 불규칙해지며, 담배와 술을 더 하게 되고, 그나마 하던 운동마저 안 하게 됩니다.

체력소모가 더 진행되면, 체력소모의 악순환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소모, 증상, 습관과 몸의 변화, 불안, 능력저하, 다시 더 소모의 악순환이지요. 별로 무리한 것 같지 않는데도 증상이 크게 나타나는 것은 체력의 한계 상황에서 일과를 수행하기 때문입니다. 조금 쉬면 반짝하고, 조금 일하면 다시 몸이 힘들어지는 상황이 반복되지요.

이렇게 진행되는 체력소모의 악순환은 현대인들이 앓게 되는 대부분 질병의 근본 원인이 됩니다. 비만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다시 저하된 기능과 악화된 습관이 가중되어 고혈압, 당뇨, 콜레스테롤 등의 만성질환으로, 그리고 동맥경화, 뇌졸중, 심장병 등으로 진행하게 되지요. 비만과 심해진 흡연과 음주, 그리고 운동부족 등이 만나면, 기존의 위, 간, 폐암뿐만이 아니라, 최근에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암인 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 갑상선암, 신장암 등의 위험성도 높아 집니다.

한국인들에게는 특히 체력소모가 매우 흔합니다. 그 이유는 다음 세 가지에서 찾을 수가 있는데, 그 첫째는 한국의 사회 분위기가 항상 체력을 초과하여 소모하는 것을 당연시 한다는 점입니다. 가장 흔한 예가 패키지 해외여행이지요. 그렇게 짧은 시간에 그렇게 많은 일정을 소화하는 국민을 찾아보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회식을 하면 꼭 새벽까지 해서 체력을 자랑하고, 2박3일 MT를 하면 이틀 밤 꼬박 새기가 거의 기본이지요. 무슨 일만 있으면 비상근무다 하며 밤샘을 떡 먹듯이 하는 것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또한, 한국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 중의 하나가 빈둥빈둥이지요. 잠시라도 가만히 있는 것을 못 견디는 사람들은 너무나 많고, 휴식도 제대로 해본 지가 오래여서 정작 해보려면 잘 안 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자신의 체력을 최정상이었던 자신의 20대 때로 착각하는 것입니다. 체력은 나이가 든다고 자연적으로 떨어지거나, 특정 질병에 의해서 약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체력은 자동차의 휘발유 같이 다 써서, 즉 소모해서 없어진 것인데 아직도 그때 그대로이어야 한다고 믿고 있는 것이지요. 이렇게 자신의 체력을 과신하게 되면, 현재의 약화된 체력에 맞추지를 않아서 당연히 더 소모하게 됩니다.

세 번째 이유는 체력의 과시입니다. 집에 가서는 깨갱 하고, 주말에는 꼼짝도 하지 못하면서도, 다른 사람과 같이 일할 때에는 체력에서 지고 싶어 하지를 않지요. 업무만 경쟁 하는 것이 아니라, 체력도 경쟁을 합니다.

체력소모는 하루 아침에 발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적어도 몇 개월, 대부분은 수년간에 걸쳐 진행하게 되지요. 상당히 오랜 기간에 걸쳐 진행해 왔더라도, 그 체력을 다시 회복하는 데는 보통 3개월 정도면 충분할 수가 있습니다. 이를 체력회복의 선순환이라고 하는데, 그 첫째 과정은 먼저 체력소모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으로서, 현재 체력의 인정, 불안×회피와 맞서기, 하루 10% 에너지 남기기, 숙면훈련 등을 실행합니다.

이 때는 운동을 새로 하거나, 늘리지 않는 것이 좋은데, 그 이유는 운동도 소모가 되기 때문이지요. 둘째 과정은 이렇게 해서 조금씩 축적되는 체력을 다시 체력을 더 증강시키는 데 사용하는 것입니다. 이 때는 자신의 몸과 체력에 맞는 운동을 하는 것이 중요 요소가 됩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체력소모의 악순환도 처음에는 잘 모르다가 나중에는 크게 느껴지듯이, 체력회복의 선순환도 처음에는 더딘 것 같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그 효과가 눈사람 같이 커지는 속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또 한 가지는 선순환 훈련 중 처음에는 업무성과가 줄어드는 것 같지만, 빠른 시간 안에 체력을 회복하면 줄인 성과를 보충하고도 남게 된다는 점이지요.

체력소모의 악순환, 이제는 선순환으로 전환할 때가 아닐까요?



유태우 신건강인 센터 원장 tyoo@unh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