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여행] 제주도 '생각하는 정원''환영의 정원'부터 '비밀의 정원'까지 7개 테마로 조성

제주도의 '생각하는 정원'은 정문인 환아문을 들어서 첫 번째로 맞이하는 '환영의 정원'부터 올 7월 말 완공 한 '비밀의 정원'까지 7개의 테마로 조성되어 있다.

고운 잔디밭을 장식한 정원수는 이곳의 주인공인 분재들인데, 300년생 사과나무를 비롯한 과실수마다 가지가 휘어지도록 매단 열매가 한여름 햇살아래 여물고 있는 경이로운 모습에 안내자의 설명엔 데문데문, 카메라 셔터 누르기에 바쁘다.

그러나 관람객들의 웅성거림을 괘념치 않겠다는 듯 안내자는 관람객을 향해 첫 질문을 던진다. "나무는 사람보다 오래 살지만 자연 그대로의 나무보다 분재로 잘 가꾸면 더 오래 건강하게 삽니다. 분재는 3-5년 정도에 나무의 뿌리를 잘라주어야 뿌리가 썩지 않는데 그렇다면 사람은 무엇을 잘라내야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을까요?"

생각하는 정원에서의 분재와 나무를 통한 첫 교훈 찾기는 자신이 지닌 고정관념을 제때 잘라내고 변화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음을 분재에 비유하며 시작되고, 이러한 나무와 분재 이야기는 관람로의 성범영 원장이 설명해주었다.

그리고 이즈음부터 관람객들은 서서히 기기묘묘한 분재의 형상 쫓기를 벗어나 성범영 원장이 평생을 다듬고 지켜 온 나무와 분재, 그리고 생각하는 정원의 철학 세계로의 산책을 시작한다. 더불어 자그마한 분재가 던지는 삶의 철학, 나무가 건네는 인생에 대한 질문에 저마다의 삶의 궤적을 반추해가며 사색과 사유의 공간인 '철학의 정원'까지 사부작사부작 멈춤 없이 정원을 돌며 이어진다.

고만고만한 분재들 너머로 '스사삭' 소리를 내며 대숲이 바람의 방향을 따라 누웠다 일어나고, 대숲을 스쳐온 싱그러운 바람 한줄기가 뚝뚝 떨어지는 땀방울을 식혀주며 더위에 지친 느긋한 걸음을 재촉한다. 그리고 이내 제법 큰 분재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데 생명을 다한 제 몸의 일부를 지탱하며 죽어서는 사람들의 헛된 욕망을 일깨운다는 맑은 향기를 품은 500살향나무는 분재에 대한 일부의 곡해와 오해를 단박에 해소시켜 준다.

"70% 이상이 이미 죽었어요. 그냥 두었다면 잘라버려야 했지만 분재를 통해 살려냈습니다."향나무의 생명력에 감동하며 무지하기에 오해했던 분재의 의미와 아름다움을 새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란 말로 나무의 아름다움의 대명사가 된 주목의 고아한 자태를 보며 죽어가는 나무를 살려내는 성범영 원장의 분재 기술과 수고에 감탄을 하며 어느 관람객이 남기고 갔다는 방명록의 글이 떠올랐다. "최고의 정원, 최고의 기술, 최고의 분재, 다른 곳에는 없는 기술, 당신의 분재원은 세계 일류입니다."

'돌에도 표정이 있고 제자리가 있다'고 했다. 그래서 생각하는 정원에는 제주의 돌로 만든 돌문과 돌탑, 폭포와 연못, 그리고 규화석이 있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걸림돌을 디딤돌로 지혜롭게 사용했다"고 칭찬하지만 관람객들은 돌로 지어진 모든 것의 아름다움에 먼저 감동한다. 그러나 제주의 자연석 그대로 하나하나 성범영 원장이 직접 쌓아올린 노고의 산물이란 사실을 아는 순간엔 감탄사를 터뜨리는 대신 숙연해진다.

돌밭을 맨손으로 개간하고 걷어낸 돌로 다시 돌담을 쌓다 떨어져 생사의 기로에도 서야했던 그를 두고 예전의 제주사람들은 "저 두루외"라고 했다니, 생명을 걸고 돌의 제자리 찾기를 하며 친환경적이고 아름다운 조형물로 탄생한 돌담이 어찌 아름답단 말만으로 가치를 다하겠는가.

그래서인지 겹돌담 저 너머에서 이따금씩 벌어지는 가든파티는 늘 성황이고 모두가 감동을 하는 멋진 정원파티가 된단다. 비록 가든파티의 주인공이 되어보진 못했지만 제주의 돌이 제자리에서 제 얼굴로 속닥하게 담장을 이룬 '영혼의 정원' 겹담은, 경계를 구분짓는 담이 아니라 가든파티를 빛내고 정원의 아름다움을 더욱 도드라지게 하는 멋지고 근사한 조형물로, 송송 뚫린 구멍 속으로 살풋 바람이 드나들고, 바람을 타고 시가 오가며 담 안과 밖을 이어준다. 소통이 주는 평화가 정원마다 그윽하다.

비단잉어가 노니는 연못을 지나고 시원한 폭포 물줄기가 무지개를 걸고 있는 '평화의 정원'을 지나 조각 작품 같은 철문 안으로 살며시 들어서 보자. 이름처럼 신비스럽고 감탄사가 절로 터지는 정원이 펼쳐지는데 시나브로 이곳이 바로 분재의 철학과 아름다움의 집결체로 탄생한, '열정과 오감의 본류인 비밀의 정원으로,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 한폭의 단정한 수묵화 같은 여백의 미와 기품이 느껴진다.

비밀의 정원은 4년여의 기획 공사 기간을 거친 야심작으로 컨벤션 역할과 단체 관람객의 파티 장소로만 공개하는데 7월부터 야간 개장을 한다. 물론 이 비밀의 정원도 철저하게 자연친화적이며 건축물 하나, 나무 한그루조차 성범영 원장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것이 없으며, 폭포를 배경으로 대금연주가 이뤄지고, 연못엔 유등이 뜨며, 정원 뜰엔 1000개의 촛불이 불을 밝히는 특별한 행사가 이뤄진다고 비밀의 정원 문을 살그머니 닫으며 안내하던 이가 마지막 멘트를 했다.

그렇다. 생각하는 정원에서는 사람과 나무가 대화하고, 사람과 돌이 서로 소통하며 자연과 생명과 예술이 평화롭게 공존한다.

제주도의 생각하는 정원을 다녀간 수많은 저명인사들은 '세계 최고의 정원','천국의 한 조각'이라 극찬을 하지만, 기실 국내에선 제주도에 이렇게 아름답고 근사한 심신의 휴식처가 있다는 것조차 알려지지 않은, 그야말로 비밀의 정원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단 한번이라도 생각하는 정원을 거닐어 봤다면 이구동성 "세계 최고!"라고 서슴없이 답하리라.

그리고 생각하는 정원에서 받은 선물을 자랑스럽게 펼칠 것 이다. 가슴 깊은 곳을 울리는 감동의 공명과 심신의 온전한 휴식과 평화, 그리고 천국의 한 조각을 보았노라고.



글‧사진 양지혜 여행작가 himei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