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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당분을 섭취해라

하지현 건국대 교수 '밥상머리 토크'서 상식 뒤엎는 건강 정보 제안
  • 연잎으로 감싸 쪄낸 돼지 수육과 꼴도르치아 로쏘 디 몬탈치노
"단 것 좀 먹어 주세요. 콜레스테롤도 높여 줘야 됩니다." 요즘 건강 상식에는 정면 배치되는 얘기이다. 그런데 건국대 정신과 하지현 교수는 과감하게도 그런 주장을 고수한다. 그가 내세우는 '음식에도 반전이 있다'는 논리이다.

"설탕이 충분히 들어간 레모네이드를 마신 그룹과 설탕을 넣지 않은 레모네이드가 주어진 두 그룹으로 나누었습니다. 각각 15분씩 흡수할 수 있는 시간을 준 뒤 게이 사진을 보여주고 자유롭게 상상하고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적어내도록 했는데"

결과는 뜻밖이었다. 설탕을 넣지 않은 그룹의 실험자들이 훨씬 더 거칠고 험한 얘기들을 쏟아냈다. 하지만 설탕이 들어 있는 레모네이드를 마신 그룹 사람들의 표현은 상대적으로 '온건'했다. 일단 당분이 사람들의 편견이나 공격성과 어느 정도 연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증거이다.

"설탕이 없는 레모네이드를 마신 이들은 게이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이 강하게 드러났습니다. 단어의 선택에서도 그렇고 뉘앙스에도 마찬가지였죠. 반면 다른 그룹은 다소 조심스럽고 신중한 표현을 기했다는 인상이 강했습니다."

우리 몸에서 뇌는 에너지원 역할을 하는 포도당의 무려 20%를 가져다 쓴다. 인체의 가장 고급 장기라 할 수 있는 뇌가 그만큼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는 얘기이다. 특히 뇌의 앞부분에 있는 전두엽은 사물을 보고 판단하는 역할을 하면서 많은 에너지, 즉 포도당을 사용한다.

  • 토영 멍게 비빔밥과 실레니 에스테이트 소비뇽블랑
즉 설탕이 들어간 레모네이드 그룹은 뇌의 판단에 필요한 충분한 에너지가 공급된 그룹이고 그렇지 않은 그룹은 뇌 활동의 에너지 없이 판단한 그룹으로 해석된다.

"역으로 따져 보면 당분이 가미된 레모네이드를 마신 그룹은 한 번 더 생각하고 검토해 볼 만한 에너지와 여유를 더 가진 셈입니다. 그래서 이렇게도 생각해 보고 저렇게도 따져 보며 상대방 입장도 한편으론 고려해 볼 수 있는 것이지요. 이들이 적어낸 보고서의 문장이나 표현의 씀씀이에서 그런 배려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그러나 반대 그룹의 보고서에는 브레이크가 없다. 편견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편향성이 강하고 무엇 보다 '한 번 더 생각해 보았다'는 흔적이 나타나지 않는다. 풍부한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에너지인 포도당, 즉 당분이 부족했다는 반증이다.

"설탕 속의 당분은 우리 뇌의 가용 자원으로도 쓰입니다. 가끔은 편견이 덜 작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죠." 사실 설탕과 당분만 그런 도움을 주는 건 아니다. 탄수화물이 그렇고 많은 음식물이 그렇다. 탄수화물의 녹말도 몸 안에 들어가 화학과정을 거친 뒤 포도당으로 변환, 에너지로 쓰인다. 다만 당분이 몸 안에서 곧바로 에너지로 사용되는 반면 탄수화물은 에너지원 전환에 30분~1시간 정도는 소요된다.

그래서 하 교수는 장시간 회의를 하거나 면접을 볼 때, 또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심사숙고할 때 당분을 섭취하라고 권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나중에 후회하는 실수를 범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배가 고프다거나 다이어트 중인 상태에서는 뇌가 제대로 활동하기 어렵다고 한다. 사실 그가 말하는 충분한 당분 섭취도 제때 적당히 배가 부른 상태라는 의미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비즈니스 성공의 요건 중 하나로 적당한 당분 조절을 꼽는다.

  • 하지현 교수와 윤정진 셰프, 허영만 화백(오른쪽부터)
당분은 한편 편견과 선입견을 예방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설탕이 뇌의 가용자원 역할을 하는데 자원이 풍부해짐으로써 뇌가 좀 더 자세히 검토하고 숙고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기 때문이다. 그냥 설렁설렁 보고 판단한다면 포도당이 부족한 경우이기 쉽다.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직관을 믿고 의지합니다. 자기 경험 속에 농축된 데이터들을 사용해 판단하는 것이지요. 이게 맞으면 괜찮은데 틀리면 선입견이 됩니다. 되도록 편견이 작용하지 않도록 당분이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것이지요." 물론 자원(당분)을 넉넉히 가졌다고 항상 제대로 쓰일 수 있다는 것은 별개 문제이다.

콜레스테롤에 대한 접근법도 그는 남다르다. 사실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성분 중 하나인 콜레스테롤은 과다섭취가 문제이지 그 자체가 문제는 전혀 아닌 것. 어쨌든 콜레스테롤 과다섭취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은 콜레스테롤 줄이는 데만 안간힘을 쓴다.

"콜레스테롤은 충동적인 행동이나 공격성을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당연히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면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이 높아지죠. 그런데 콜레스테롤을 인위적으로 급격하게 낮추려는데서 발생하는 문제들도 적잖이 생깁니다."

우리 몸에서 콜레스테롤이 결핍되거나 급격하게 떨어지면 뇌에서 생성되는 중요 물질인 세로토닌 또한 줄어듭니다. 이 때 나타나는 부작용으로 공격성이나 충동성이 강해지게 된다. 가끔 자살을 시도한 이들도 급격한 세로토닌 감소를 보인 경우가 있다. "전에는 그런 공격성이나 충동적 행동들을 의사들도 심리적인 이유로 생각했습니다. 그저 짜증을 낼 수도 있다는 정도로 말이죠."

특히 중장년층 이상 연령대나 여성들 중에 고지혈증 약을 먹고 있거나 짧은 시간 다이어트 중인 이들에게는 가볍게 듣고 흘려 넘길 사안이 아니다. 가끔 이들 중에 짜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는데 고지혈증 약이나 심한 다이어트가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는 작용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지나치게 높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급격하게 낮추는 것은 콜레스테롤 수치 그 자체 보다 더 위험한 경우를 부를 수 있습니다." 물론 과도한 콜레스테롤 섭취가 뇌졸중이나 심장경색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은 잊지 말아야 할 기본 사항이다.

하 교수는 최근 LG상사 트윈와인이 마련한 와인&건강 프로젝트 '밥상머리 토크'에서 적정량의 당분과 콜레스테롤을 포함한 밥상을 허영만 화백과 함께 제안했다. 그를 위해 선뜻 음식을 만든 이는 방송 출연으로도 얼굴이 널리 알려진 뷰앤키친의 윤정진 셰프. 청국장과 마 소스의 참치 샐러드, 여수 피문어로 끓여낸 문어죽, 고기를 넣은 고소한 녹두전, 민어 만두, 연잎으로 감싸 쪄낸 돼지 수육, 통영 멍게 비빔밥 등이다.

"이미 하나의 문화코드로 인식된 와인은 글로벌 시대 국제적인 비즈니스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자리매김하고 있죠. 원활한 비즈니스를 위해 와인에 관한 기본 정보는 물론 비즈니스와 관련된 심리를 속속들이 알아볼 수 있는 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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