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유임시역 개방에 시간 단축 주변 연계관광 활성화 기대주말마다 김포공항역 매시 정각 출발… 정규 운행 계획도

용유임시역에 정착한 공항철도 바다열차. 우측 뒷편으로 거잠포와 바다로 연결된다.
기차는 바다 위에 놓인 다리를 건너 섬으로 향한다. 그리고 섬을 횡단한 기차는 또 다른 섬으로 달린다.

기차가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은 또 하나의 섬 끝자락, 그리고 바닷가. 하지만 기차가 섬과 섬을 지나 바닷가 종착역으로 향하는 줄은 아무도 쉽게 알아채지 못한다.

코레일 공항철도의 직통열차가 향하는 그 곳. 인천국제공항역, 아니 용유임시역이다. 많은 사람들은 인천공항이 공항철도의 종착역으로 생각하곤 다 내려 버린다. 실제 기차 안내 방송에도 그렇게 나온다. 하지만 하차하라는 유혹을 이기고 꿋꿋하게 버틴 이들은 결국 바다에 다다를 수 있다.

코레일 공항철도가 바다열차로 변신하고 있다. 해외 여행에 나서기 위해,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에 가기 위해서만 공항철도를 탄다면 오산이다. 이제 공항 철도는 바다에 가기 위해서도 탄다. 인천공항역에서 또 한번 더 이어지는 용유임시역이 새로운 종착역이 되면서부터다.

용유임시역이 자리한 위치는 영종도 옆의 섬인 용유도 끝자락. 역에서 내리면 바로 옆으로 거잠포구가 보이고 그 앞으로는 시원한 바다가 펼쳐진다. 포구까지 불과 100여m 거리로 걸어서 5분 정도는 가야 하지만 역이 바닷가 해안 안쪽에 들어서 있는 모양새 그대로다.

때문에 기차는 직전 역인 인천공항역에서부터 섬을 건너 달려온 셈이다. 그럼에도 승객들은 기차를 타고 섬을 건너왔다는 느낌을 갖기 어렵다. 인천공항역이 위치한 영종도와 용유임시역이 들어선 용유도가 사실상 하나의 섬이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용유도와 영종도가 연도교로 연결돼 있었으나 현재는 두 섬 사이의 바다공간이 매립돼 한 섬처럼 붙어있다. 주민들은 여전히 용유도라는 호칭을 따로 사용하고 있는데 행정구역명으로는 용유동, 영종동으로 나뉘어 있다.

용유임시역이 처음 일반에 개방된 것은 지난 4월부터. 원래 차량정비기지로만 쓰였다가 편의시설들을 정비, 주말 바다열차 운행역으로 재탄생하면서다. 초기에는 주말에만 달리다가 지난 여름 휴가철에는 매일 상설 운행했다. 지금은 10월 31일까지 시한으로 매 주말 한 시간 간격으로만 운행 중이다.

코레일공항철도가 바다열차, 용유임시역을 바다종착역으로 부를 만한 이유는 충분하다. 국내 철도 노선 중 바다를 가로질러 달리고 바닷가 종착역에 멈추는 기차 노선으로는 유일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 서울과 수도권에서 가장 빨리 바다에 다다를 수 있는 기차(역)이기도 하다.

바닷가 해안선을 따라 달리는 강원도의 바다열차나, 내리자마자 해변이 펼쳐지는 정동진역 등과도 비교는 된다. 물론 비슷한 콘셉트이지만 공항철도 바다열차가 일단 섬과 섬을 거쳐 달리고 육지가 아닌 섬의 바닷가 종착역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만큼은 불세출이다. 더불어 바다를 테마로 한 다른 열차들보다 서울을 기준, 더 가까워 접근성이 좋다는 점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공항철도 직통 바다열차 실내
용유임시역을 기점으로 한 바다 관광 코스 또한 다채롭다. 우선 바로 앞 거잠포로 향하기 전부터 벌써 바다 내음이 불어 온다. 거잠포에서 바닷바람을 먼저 쐬곤 다음 길은 크게 2가지. 용유도 해안선을 따라 가는 코스와 잠진도 선착장을 통해 무의도와 실미도로 건너가는 코스다. 모두 걸어서 즐기는 여행으로 꾸며지기에 충분하다.

어느 코스든 도보 여행이 가능하고 또 편리하다. 거잠포에서 무의도행 배를 타는 잠진도 선착장과 용유도 최대 갯벌 체험장인 마시안 해변까지도 10여분 거리에 불과하다. 식사할 만한 곳도 거잠포 먹거리 타운을 비롯, 해안을 끼고 곳곳에 횟집과 조개, 새우구이, 바지락칼국수집 등이 즐비하다.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건너편 섬 무의도로 향하는 코스는 기차와 배, 두 가지 운송 수단을 활용한 여행이란 점에서 재미를 더해준다. 배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은 불과 5분여. 배에 오르고선 배가 방향을 돌리려고 선수를 회전하는 엔진 소리에 잠깐 시끄럽다 보면 벌써 무의도에 와 있다.

무의도 해변에서 실미도로 건너가는 10여m 돌다리길 또한 필수 코스. 무의도와 실미도 해변 모래사장을 따라 한참 걷다 숲 속 길을 거쳐 또 다다르는 곳은 영화 '실미도'와 드라마 '천국의 계단' 촬영장. 갖가지 바위가 늘어선 바다 저 편에 요트를 몰고 와 물놀이를 즐기는 커플도 종종 눈에 띈다. 정신없이 놀다 깜빡 물때를 맞춰 실미도를 빠져 나오지 못하는 것은 주의해야 할 일이다. 무의도 섬 주변을 걷거나 탁 트인 섬전망이 압권인 호룡곡산, 국사봉 산행도 추천할 만한 코스다.

용유도 안에서 바다 여행을 즐기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우선 마시안 해변으로 향하는 것. 가족들에게 인기 높은 갯벌체험장을 지나 선녀바위, 을왕리, 왕산 해수욕장까지 해변길이 이어진다. 걸어서 트레킹하는 데 걸리는 시간만 족히 5~6시간. 휴가 시즌 막바지에 이른 을왕리 해변은 아직도 젊은이들로 넘쳐난다.

무의도와 실미도를 잇는 돌다리 구간. 물때에 맞춰서만 건너 오갈 수 있다.
이들 관광 코스를 둘러 보는 원래 교통편은 공항철도를 비롯, 자가용이나 리무진, 공항 버스 등. 서울 일부에서 용유도나 무의도로 오는 버스 노선이 있긴 하지만 대다수는 인천공항까지 버스나 기차를 타고 와서 다시 시내 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이 때 가장 큰 불편 사항은 환승 부분. 특히 기차를 타고 온 경우 인천공항역에 내려 버스로 갈아 타려면 제법 품이 든다. 보통 지하 4층 승강장에서 내려 지상3층 버스 정류장까지 움직여야 하는데 층도 다르지만 여간 긴 여정이 아니다.

공항이 워낙 길고 크다 보니 일반 시내 버스 정류장이 구석에 자리해 있어 한참 찾아가야만 한다. 자칫 정류장 위치를 잘 몰라 허둥대다 보면 30분을 넘기기 다반사이다. 때문에 용유임시역까지 운행은 바다여행길로 가는 길을 무척이나 단축시켜주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용유임시역이 개통되면서 '공항철도=바다열차'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아챈 이들은 적극적이다. 가장 활발한 바다열차 애호가들은 무의도를 찾는 등산객들. 굳이 승용차를 몰고 오지 않는 이들은 전에는 버스를 이용했지만 지금은 기꺼이 공항철도를 애용한다. 공항으로 향하는 공항철도에 주말이면 배낭을 맨 이들의 모습이 자주 보인다. 그래도 아쉬운 점이라면 아직도 많은 이들은 '공항철도가 공항만 간다'고 생각한다.

공항철도 바다열차는 김포공항역을 매주 주말이면 매시 정각에 출발한다. 매주 주말 오전 8시 38분부터 오후 7시 38분까지 하루 12편 운항하고 용유임시역에서는 오전 8시 48분부터 오후 7시 48분까지 역시 한 시간 간격으로 김포공항으로 향한다. 단 일반열차가 아닌 직통열차만 해당되는데 좌석이 지하철처럼 길다랗게 배치돼 있지 않은 모습에 놀라는 이들도 더러 있다.

무의도와 실미도행 잠진도 선착장
직통열차를 타고 오지 않는다고 걱정할 일도 없다. 용유임시역행 직통열차는 매시 6분 인천국제공항역에 정차한 뒤 용유임시역으로 향하기 때문에 공항철도 일반열차 이용 승객도 직통열차 정차 시간에 맞춰 승차하면 된다. 오는 길도 마찬가지다.

용유임시역에 내려서는 맨 앞칸 출입구만으로 타고 내려야만 된다는 점도 이채롭다. 정식 역이 아니기 때문에 승강장이 완비되지 않아 첫 칸 객차에만 계단을 설치, 승강장으로 활용한다.

10월 31일까지로 예정된 공항철도 바다열차가 시한부이지만은 않다. 코레일공항철도는 당장 연말 공항철도의 서울역 구간까지 확장개통이 완료되면 다시 정규 운행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마시안 갯벌체험장
선녀바위(오른쪽)

글·사진 인천 영종도=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