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김치, SUPEX 등 김치의 창의성, 웰빙트렌드로 세계화에 앞장

올 초 열렸던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 마련된 한국의 밤 만찬행사장. '앙증맞고 예쁘게 치장한' 김치 한 가지가 테이블에 올랐다.

OECD 사무총장과 부인, 또 필립 벨기에 왕세자 등 각국 정상을 포함한 외국인 800여명이 참석해 김치를 맛볼 기회를 가졌다. 그리고 이들이 한결같이 던진 말, "이것이 정말 김치 맞냐?" 이들은 '뷰티풀' '원더풀'을 계속 연발했다.

세계 정상급 인사들의 테이블에 올랐던 이 김치는 김치 명인이 만든 '황제김치'. 최고의 가치와 예술적 아름다움을 지닌, 황제만을 위해 담궈진 김치라는 이름으로 '김치 중의 최고봉'으로 일컬어진다.

우리 전통의 식품 김치가 명품화에 본격 나서고 있다. 그저 배추에 양념 속을 넣고, 또 깍두기를 양념에 묻혀 절인 평범한 식품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 보다 고급화되고 세련된 모습으로 태어나고 있는 것. 김치의 세계화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변신이기도 하다.

서울 롯데백화점 명동점의 지하식품코너. 이 곳을 찾는 일본인 등 외국인 관광객들은 '특별한 김치'를 주로 찾는다. 다름 아닌 명품 김치. 김치 명인이 만든 김치라든가, 유명 특급호텔에서 직접 담근 김치 등에 이들은 더욱 신뢰감을 보낸다.

롯데백화점 황제김치특별전
일반 김치와 차별화되는 명품김치라면 그 전신(前身) 격은 소위 고급김치. 호텔 레스토랑이나 웨딩숍, 고급 레스토랑 등에서만 비싼 가격으로 식탁에 올려졌다. 주로 브랜드 김치들.

하지만 지금의 명품김치는 지금까지의 '고급 김치' 이상의 품격과 의미를 지닌다. 단순히 좀 더 고급스럽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김치에 관한 한 하나부터 열까지 '최고의 가치'를 추구한다는 이유 때문. 재료의 선별과 등급에서부터 조리과정, 관리, 그리고 장인의 권위, 또 브랜드의 파워까지 더해진다.

'김치의 일상'을 탈피, 김치의 명품화를 위한 노력과 시도는 전방위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국내 대기업 그룹사 중에서 가장 명품 김치에 열의를 보이고 있는 곳은 SK그룹의 쉐라톤워커힐 호텔. 일찌감치 조선 후기 서울, 경기 지역의 상류계층에 전래되어온 김치 맛을 재현한다는 명품 김치 브랜드 '수펙스(SUPEX)'를 선보이며 김치의 업그레이드에 앞장서고 있다.

수펙스가 지향하는 명품 김치의 가치는 최고의 위생과 과학적인 제조공정. 전세계적으로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식품안전관리체계로 인정 받고 있는 HACCP인증시스템을 통해 가장 맛 좋고 안전한 김치를 생산한다는 것이다.

국내산 식재료 100%는 기본, 김치 전용숙성실에서 알맞은 온도의 발효와 숙성 기간을 거쳐 만들어지는 김치는 일반 숙성 발효시장에서 생길 수 있는 불순물을 제거해 준다고. 항아리의 기공을 통해 불순물을 밀어낸 김치가 장기간 신선하게 저장된다는 과학적 원리를 채용했다.

다보스세계경제포럼에 전시된 명품 황제김치
명품김치를 위해 워커힐 김치연구실은 한국식품개발연구원과 공동으로 프로젝트 연구도 진행했다. 수펙스만의 명품 김치 맛을 위해 얻은 결론은 KFS(Key factor for success). 김치의 명품 맛을 뜻하는 약어로 젖산균의 수와 생육을 조정, pH, 산도, 염도 등을 조절, 최고의 김치 맛을 낸다. 숙성온도 4도, ph 4.3, 산도 0.65%, 염도 2.0이라는 김치 '맛'의 과학적인 수치를 정립해냈다.

명품 김치에 워낙 관심이 높은 워커힐과 SK그룹과 김치와의 인연은 사실 역사가 깊다. 학부 졸업 시 김치에 관한 논문을 쓸 정도로 김치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남달랐던 SK그룹 최종현 전 회장이 호텔 최초로 1989년 호텔 내에 김치 연구실을 개설토록 지시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김치 브랜드 'SUPEX(수펙스)' 또한 SK그룹이 추구하는 가치 척도 기준의 하나로 'Super Excellent'의 줄임말로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을 의미한다.

국내1호 김치명인인 김순자 한성식품 사장은 김치의 창의성과 세계화, 웰빙 트렌드란 측면에서 김치의 명품화를 이뤄내고 있다. 다보스포럼 만찬에서 국내외적으로 '최고의 김치' 타이틀을 인증받은 황제김치가 바로 그의 작품.

김순자 김치명인이 선보이는 명품김치는 일단 색다르다. 깻잎양배추말이김치, 미니롤보쌈김치, 미역김치, 치자미역말이김치, 브로콜리 김치 등. 종류와 이름부터 낯설지만 모두 새롭고 참신한 맛으로 김치의 새로운 영역을 이끌어간다는 평가다.

입맛을 타고 번지는 명품김치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명품김치의 유통 경로도 보다 다변화되고 있다. 신세계, 롯데, 현대백화점 등 웬만한 고급 백화점가와 김포, 인천, 김해공항 등 주요 면세점, 호텔 매장 등에까지 명품김치가 벌써 필수 인기 품목으로 부상했다. 외국인 관광객은 물론, 해외 여행에 나서는 비즈니스용 선물로 각광받고 있는 것.

워커힐 SUPEX 명품 김치
쉐라톤워커힐호텔 유용종 사장은 "이윤 추구라는 단순한 기업 논리를 떠나 김치의 계승 발전과 세계화를 위해 우리의 것을 발굴하고 지켜 나가고자 하는 의지에서 김치를 세계에 알리는 또 하나의 이정표로 삼으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글로벌 김치문화를 선도하는 전도사로서의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