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복합문화공간 삼청각·한국의 집·락고재… 전통 예술과 음식, 숙박 체험

삼청각 전경
도시에서 문화유산은 파괴되고, 식생활부터 의상, 가옥, 의식구조까지 모든 것이 서구화된 지 오래다. 편리함이라는 구호 아래 전통과 단절된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그래도 가끔 옛 것이 그리울 때가 있다.

궁궐이나 한정식 전문점, 한옥마을 등에 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러나 전통가옥과 음식, 다도, 공연과 공예, 혼례식 등 옛 삶을 온전히 체험해보고 싶다면 전통복합문화공간이 제격이다.

삼청각, 한국의집, 락고재 등 도심 속 전통복합문화공간을 찾아가 본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 대중적 인기 높은 삼청각

북악산 한가운데 위치한 삼청각은 자연과 함께 전통문화를 즐길 수 있고, 전통과 현대적인 문화요소가 조화를 이뤄 대중적으로 인기가 높다.

삼청각 천추당
공연장과 한식당, 다원이 있는 일화당,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세미나를 할 수 있는 정자 유하정과 천추당, 동백헌 등의 한옥건물이 있다. 외국인보다 주로 내국인이 비즈니스나 가족모임 장소로 많이 찾는다. 최근에는 삼청각만의 고유한 느낌을 한층 강조하기 위해 일화당 한식당, 라운지 다원, 공연장을 비롯해 별채 등 전체 건물의 부분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됐다. 주변엔 경복궁과 국립민속박물관, 북촌 한옥마을, 인사동 등 전통문화 명소들도 산재해 있어 한국의 전통문화를 체험하기에 좋은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다.

도심의 전통복합문화공간 중 한옥건물 한 채를 통째로 빌려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곳은 삼청각이 유일하다. 삼청각 관계자는 "가족모임이나 기업 연회 행사, 결혼식 피로연을 위해 별채를 단독으로 빌리는 고객들이 매우 만족해 한다"고 전했다.

경영상의 이유로 전통공연은 현재 많이 하지 않고 있다. 연중 1번의 상설공연과 추석, 어버이날, 어린이날 등 기념일에 특별공연이 열린다. 또, 매주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정오마다 일화당 공연장에서 런치콘서트 '자미(滋味)'가 열린다. 공연은 20대의 여성 연주자들로 구성된 '청아랑'이 퓨전국악을 연주하고, 국악작곡가 유은선 씨의 해설이 곁들여진다. 공연에 이어지는 점심식사는 불고기 정식, 산채비빔밥 정식, 전복 해물 된장찌개 정식이 요일 별로 제공된다. 식사 후에는 전통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눌 수 있다. 가격은 공연과 식사를 포함해 5만 원(부가세 포함)이다.

한식당에선 궁중상차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한식을 맛볼 수 있다. 메뉴로는 해물냉채를 비롯해 특수부위인 꾸리살을 이용해 소고기의 쫄깃한 육질을 살린 꾸리살 냉채, 전복 요리, 전유어 등이 삼청각에서 개발한 퓨전 소스와 함께 제공된다. 또, 100% 국산콩으로 직접 담근 자연 재래식 장류와 매월 다르게 나오는 계절죽도 이곳 한식당이 자랑하는 점이다. 이외에도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채식상과 상견례 코스메뉴 등 다양한 메뉴를 갖춰놓고 있다.

식사가 부담스럽다면 차만 마셔도 된다. 일화당 2층에 마련된 '라운지 다원'에선 전통차를 비롯해 가래떡구이, 와인 등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맛을 즐길 수 있다. 다례와 단소, 판소리, 한복체험, 규방공예 등 다양한 문화강좌와 체험프로그램도 있다.

삼청각 유하정
추석에 가족과 함께 전통문화 체험하고 싶다면

삼청각이 추석을 맞아 국악공연과 한정식 코스, 무료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프리미엄 콘서트 '추석 자미'는 삼청각의 상설공연 및 특별공연을 전담하고 있는 퓨전 국악 앙상블 '청아랑'의 연주를 비롯해 25현 독주와 판소리, 무용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밖에 사물놀이와 정악, 가야금 독주도 이어진다. 또, 공연관람 시 전통놀이인 '다 함께 강강술래'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한정식 코스 '추석 자미 정식'은 관자구이 및 계절요리를 비롯해 메인 요리인 갈비찜 등으로 구성돼 있다. 추석자미 콘서트는 삼청각 일화당 2층 공연장 및 놀이마당에서 9월 22~23일 양일간 총 2회 개최되며, 공연, 식사, 강강술래의 순서로 진행된다.

입장권은 공연과 식사, 전통체험을 포함해 8만 원이다. 삼청각 관계자는 "가을 저녁을 물들이는 국악 선율과 동심으로 돌아가는 전통문화 체험으로 온 가족이 우리 명절의 의미를 되새기며 하나가 됐으면 바람에서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퓨전보다 전통 그대로… 한국의 집

서울 필동에 자리 잡은 한국의집은 조선시대 집현전 학자인 박팽년의 사저로 중요무형문화재(제74호) 대목장 신응수가 경복궁의 자경전을 본떠 건축한 곳이다.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 관리하고 있으며, 조선시대 상류 민가양식에서 궁중음식과 전통 수공예품, 민속음악과 전통무용, 전통혼례 등을 모두 체험할 수 있다.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삼청각 취한당
주요시설은 주 건물인 해린관과 문향루, 녹음정, 청우정 등이다. 본채인 해린관은 사랑채 격인 소화당, 안채 격인 가락당으로 구성돼 있다. 문향루는 '향기를 맡는 누각'이란 뜻으로 정면 6칸, 측면 2칸의 팔작집이다. 녹음정은 한옥의 별당 같은 건물이며, 청우정은 높은 초석 위에 지어진 누각 같은 집으로, 건물 바깥은 툇마루와 계자난간으로 이루어져 있어 남다른 운치가 있다.

삼청각이 현대와 전통성이 어우러진 퓨전이라면 한국의집은 전통성을 고집한다. 봉산탈춤, 부채춤, 판소리, 사물놀이 등 다양한 공연을 상시 관람할 수 있다. 또, 삼청각에선 전통혼례와 현대식 웨딩이 모두 가능한 반면, 이곳은 전통혼례만이 가능하다. 혼례식은 안마당 중정에서 이루어지며, 전안례, 교배례, 합근례와 폐백 등 조선시대 혼례의식을 그대로 재현해 실시한다.

한식 역시 전통성을 보다 충실하게 재현하는 게 특징이다. 한국의집 관계자는 "조선시대의 경우 궁중음식은 진찬의궤, 진연의궤, 궁중음식발기, 조선왕조실록 등의 문헌에 식사의례와 조리기법, 상차림 구성법과 음식의 이름과 재료가 기록돼 있는데, 한국의집은 그 기록을 토대로 음식을 조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절판, 대하잣즙 냉채, 궁중신선로, 너비아니 구이, 사태찜 등의 궁중요리를 내놓고 있다. 9월 8일부터는 '명품 한정식 대장금' 메뉴를 판매한다. 드라마 <대장금>에서 음식자문을 맡았던 중요무형문화재 제38호 '조선왕조 궁중음식' 기능보유자 한복려 씨가 직접 조리사들을 지도하고, 푸드스타일리스트들의 조언을 받아 개발한 고급 궁중한정식이다.

오절판, 구절판, 오자죽과 민어구이, 약선연저육, 생야채, 궁중신선로 등 12가지 코스가 나오며, 진지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음식인 약식비빔밥인 골동반, 후식은 전통한과와 오미자차가 제공된다. 차림 상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 고급 백자에 담겨 나오며, 가격은 1인당 25만 원(부가세 포함)이다.

삼청각 전통혼례장
뿐만 아니라, 한국의집 궁중수라간에서 대장금 출연진이 입었던 전통의상을 입고 궁중요리를 직접 만드는 것도 이곳에서 체험하는 전통문화의 묘미다. 이 밖에도 전통문화 체험관에서 김치 만들기와 태껸, 다도 및 사물놀이, 한지공예 만들기 등 다양한 전통문화를 체험해볼 수 있다.

전통문화 상품관에서는 전통문양과 한국적 조형미를 살려 전통공예기법에 따라 한국의집에서 직접 제작한 상품을 구매할 수도 있다.

한국문화의 본류 소박한 풍류가 흐르는 락고재

북촌 한옥마을에 위치한 락고재는 아담하고 고즈넉한 한옥의 정취가 느껴진다. 그것이 삼청각이나 한국의집처럼 큰 규모의 복합문화공간과 또 다른 이곳만의 매력이다.

130년 전 한국 최초의 진단학회가 쓰던 건물이며, 10년 전 인간문화재 대목장 정영진 옹이 한옥의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일부 시설을 현대식으로 개조했다. 마당을 중심으로 한옥 건물 네 채가 둘러 선 이곳은 정자와 연못, 대청마루 등에서 조선시대 양반들의 풍류가 면면히 흐른다.

삼청각 한식당 요리
락고재는 숙박이 가능하다. 이용객 대부분이 외국인이지만 도심에서 제대로 옛 문화를 경험해보고 싶다면 숙박시설을 이용해보는 것도 좋겠다. 2인 1실이 25만 원이다. 천연 옥이 깔린 온돌방에서 잠을 자지만 방마다 현대식 화장실과 목욕탕, 에어컨과 냉장고가 갖춰져 있어 불편함이 없다. 식사로 정갈한 한정식을 먹을 수 있다. 저녁식사로 나오는 한정식 코스는 주로 일본인 관광객 입맛에 맞게 개발한 게 특징이며, 메뉴 중 간장게장이 유명하다.

숙박시설 이용객은 무료로 황토 찜질방을 이용할 수 있고, 전통 다도체험도 할 수 있다. 정기공연은 없지만 손님이 요청하면 가야금이나 판소리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 가야금의 경우 30분 공연에 20만원, 판소리는 50만 원이다. 또, 3만 원을 내면 김치 담그기를 체험할 수 있고, 1만 원을 내면 조선시대 궁중에서 입었던 곤룡포와 중전당의를 입고,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다. 6인 이상이면 수강료를 내고 도자기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고, 5인 이상이면 선무(禪舞)를 배울 수 있다.

숙박체험이 아니라면 예약제로 저녁식사가 가능하다. 방이 비어 있을 경우에만 가능하며, 한정식코스를 7만 원에 맛볼 수 있다. 상류층 인사들에게 인기가 높다. 상견례 장소로 찾는 고객도 차츰 늘고 있다. 앞마당에선 소규모의 전통혼례도 열린다. 숙박이나 저녁식사를 하지 않고 한옥집에서 조상의 숨결을 느껴보고 싶다면 그냥 구경을 가도 된다. 대문은 항상 잠겨 있지만 초인종을 누르면 종업원이 안으로 들여보내준다.


한국의 집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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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고재 한옥 실내
락고재 한정식
락고재 전경

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