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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온 조리와 분자 요리가 만나다

부르노 구소 박사와 상훈 드장브르의 요리 교실
식자재따라 최적 온도로 조리 '수비드 삼겹살' 새로운 미식 경험 선사
  • 브루노 구소 박사와 상훈 드장브르의 셰프
이번 서울 고메 2010 행사에는 6명의 셰프 외에 1명의 과학자가 초대됐다. 경제학 박사 출신인 브루노 구소는 수비드(soss-vide), 일명 저온 조리법의 대가다.

지금 세계 최고의 셰프들이 사용하고 있는 이 조리법을 그는 70년대에 개발했으며, 현재는 '요리의 과학자'로 불리며 미국, 프랑스, 노르웨이, 브라질 등 각국의 3스타 셰프들에게 수비드를 포함한 요리의 과학적 부분에 대해 도움을 주고 있다.

수비드는 쉽게 말해 적절한 온도를 통한 쿠킹이다. 각 식자재에 최고로 적합한 온도를 찾아내 적절하게 요리하는 것을 뜻하는 말로, 의외로 대단히 많은 요리사들이 이 부분에 대해 간과하고 있다.

주방은 활활 타오르는 불길과 뜨겁게 달궈진 오븐으로 늘 후텁지근하지만 그에 따르면 모든 음식을 펄펄 끓이고 바싹 구워서는 안 된다. 온도만 적절히 조절한다면 퍽퍽한 닭가슴살도 계란찜처럼 야들야들하게 조리할 수 있다.

저온 조리의 선구자인 브루노 구소 박사와 분자 요리의 명수 상훈 드장브르가 전문 요리인들을 위한 심화 요리 교실을 마련했다. 모든 재료를 저온 조리법을 통해 익히고 여기에 셰프의 감성을 더해 완성도 있는 식탁을 차리는 것이 취지다.

  • 저온조리 중인 음식
"여러분, 익힌다는 것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주방이라기보다는 과학실에 가까운 풍경. 특수 비닐 팩에 진공 포장된 닭고기와 쇠고기, 깻잎, 감자가 심전도 검사에 등장할 법한 선들을 잔뜩 늘어뜨린 채 철제통 안의 든 물 속에 잠겨 있다. 모든 통 위에는 온도를 표시하는 계기판이 불을 깜빡인다. 요리가 한창이지만 냄새도 열기도 없다.

"제 생각에 익힌다는 것은 가열 과정을 통해 재료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특질이 변하는 것입니다. 익힌 흰자로는 더 이상 거품을 낼 수 없고, 익힌 노른자 역시 걸죽한 질감이 사라지죠. 열은 식재료의 맛과 향과 질감을 바꿉니다. 셰프의 역할이 재료의 맛과 향과 질감을 높이는 것이라면 온도는 가장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 중 하나입니다."

그가 말하는 동안 드장브르 셰프가 펜네와 당근, 깻잎을 83도가 표시된 철제통에 넣었다. 채소의 아삭아삭한 느낌을 내는 프로토펙틴이 분해되는 온도는 85도. 펙틴이 분해되기 직전 온도에 맞춘 것이다.

"흔히 채소를 익힐 때 아삭한 식감은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온도만 제대로 맞춘다면 아삭하게 익힌 채소를 먹을 수 있습니다. 대신 시간은 8배에서 10배 정도 더 걸립니다. 그래서 채소를 먼저 요리하는 거죠."

다음에는 진공포장 된 쇠고기가 83도 통에 들어갔다. 붉은 고기가 생고기에서 익은 고기로 넘어가는 온도는 56도다. 62도부터는 알부민이 변형되면서 응고가 시작되고 68도부터 육즙이 마르기 시작한다.

"먼저 83도에서 3분간 익혀 표면을 단단하게 만든 뒤 붉은 고기는 56도, 흰살 고기는 66도 통으로 옮깁니다. 이렇게 하면 육즙과 형태가 완벽하게 보존된 고기 요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설명이 이어지는 가운데 모든 재료가 익고 드장브르 셰프의 조합이 시작됐다. 시간관계 상 상훈 셰프의 특기인 분자 요리가 제대로 펼쳐지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과학자와 셰프의 합작으로 탄생한 '수비드 삼겹살'은 불판에 지져 기름을 쪽 뺀 회식용 삼겹살이 아닌 완벽하게 새로운 미식 경험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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