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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과 예술의 신나는 화학 반응

한국패션문화페스티벌
임선옥, 장광효, 박윤수 등 타 분야 작가들과 콜라보레이션
햇볕이 사그라들고 서늘한 공기가 그대로 드러난 9월의 마지막 날, 국립중앙박물관 열린 광장에서는 10명의 패션 디자이너와 그래픽, 미디어,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 8인의 합작 의상 60벌이 패션쇼 무대에 올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구광역시가 주최하고 한국패션협회, 아시아패션연합회한국협회,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이 주관하는 '한국패션문화페스티벌'의 메인쇼가 시작된 것이다.

9월 30일부터 10월 1일, 2일까지 이어진 이번 행사에는 박동준, 박윤수, 스티브제이&요니피, 이도이, 이석태, 이진윤, 임선옥, 장광효, 최복호, 하상백 등 10명의 패션 디자이너와 캘리그라퍼 강병인, 공간 디자이너 김백선, 미디어 아티스트 그룹 뮌, 건축가 김영재, 동양화가 김호득, 파인 아티스트 차영석, 동양화가 홍지윤 등 8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했다.

전통에 투영된 한국의 색을 주제로 한 '패션 리와인드(fashion rewind)', '패션으로 문화를 색칠하다'라는 주제의 '패션 플레잉(fashion playing)', '패션, 빛으로 꿈을 말하다'라는 주제의 '패션 포워드(fashion forward)' 등 3개의 테마로 나뉘어진 전시회를 위해 패션 디자이너와 작가들은 각자 짝을 이뤄 총 120여벌의 옷을 디자인했다. 이중 60벌이 전시되고, 나머지 60벌은 패션쇼에 올랐다.

미디어 아트, 3D, 동양화와 만난 패션

  • 임선옥과 김백선
'한국적이고 독창적인 패션 문화 정착과 국격 제고'라는 다소 거창하고 딱딱한 취지 아래 열린 이번 행사는 패션 한류 장기 프로젝트인 '패션 코리아 2015'의 일환이다. 문화관광체육부는 한국의 패션을 세계에 알린다는 목표로 지난해부터 한국 디자이너들의 해외 진출과 국내 브랜드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한국패션문화페스티벌'은 한국적 패션에 대해 정의하는 것뿐 아니라 다른 분야와의 접목에 집중했다. 특히 주목받고 있는 미디어 아트와 패션을 접목시키거나 쇼에 3D 영상을 적극 도입하는 등 첨단 테크놀로지를 통한 패션의 새로운 프레젠테이션 방식이 다양하게 시도됐다.

아리랑이 울려 퍼지고 어김없이 색동 옷이 등장하는 모습은 잠시 관계자들의 우려를 낳기도 했지만, 패션과 기타 예술 분야의 콜라보레이션은 기존의 말뿐인 합작에서 질적으로 한 발자국 더 나갔다는 평이었다.

관록의 디자이너 임선옥은 공간 디자이너 김백선과 함께 했다. 생략과 자연이라는 공통 분모를 가진 두 아티스트의 만남은 그 닮음새만큼 흥미로운 결과를 낳았다. 칼로 자른 듯이 깨끗한 레몬 색깔 재킷과 건축적으로 드레이프를 잡은 회색 시폰 톱은 일본의 젠과도, 캘빈 클라인식 미니멀리즘과도 다른 한국적 미니멀리즘의 정의를 좀 더 명확하게 만드는 데 기여했다.

그들의 설명처럼 '풍파에 반질하게 다듬어진 백령도의 돌 같기도 하고, 매끈한 미루나무 같기도 한' 옷들은 개념적 디자인을 생략하고 기본 골조만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상업적이라 더욱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 스티브제이 & 요니피와 뮌
영국에서 온 젊은 디자이너 스티브제이 & 요니피와 미디어 아티스트 뮌의 만남도 성공적이었다. 부부 디자이너인 스티브제이 & 요니피는 여성스럽고 실용적이면서도 특유의 펑키하고 SF적인 감각을 드러내며 최근 가장 떠오르는 디자이너 중 한 명으로 꼽히고 있다.

이들과 함께 작업한 미디어 아티스트 뮌 역시 김문선, 최문선 2명으로 이루어진 부부 디자인 팀이다. 뮌은 반짝거리는 소재로 경쾌하게 만들어진 스티브와 요니의 옷 속에 박쥐를 가득 숨겨 놓았다. 전시장 내 프로젝터를 비추면 옷과 벽에 박쥐 떼의 그림자가 나타난다.

몰려 있는 박쥐들은 사람들의 움직임에 반응하며 따라 다니다가 결국 다른 곳으로 떠나면서 그 자리에 하트를 남겨 놓는다. 스티브제이 & 요니피 11 S/S 컬렉션의 주요 오브제인 박쥐를 외롭게 소통하는 현대인들에 빗대 표현한 뮌은, 지금까지 물리적인 합체에 그쳐온 국내 콜라보레이션 작업에 새로운 화학적 합작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 밖에도 캘리그라퍼 강병인의 남성적이고 고색창연한 글씨가 이도이의 반짝이는 드레스에 입혀져 화려하고 섹시하게 변신했고, 동양화가 홍지윤의 원색적이고 화려한 한국 전통색들은 디자이너 최복호에 의해 현대적으로 재해석됐다.

  • 행사에 참여한 19인의 디자이너와 작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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