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보다 심한 일교차로 설악산 등 더 아름다운 오색의 향연 기대

내장산 국립공원 내장사의 단풍
"다~다다다~. 다다 다다다 다~다 다~다…"

쇼스타코비치의 <왈츠>가 웅장하게 흘러나온다. 두 남녀가 발갛게 피어오르는 노을을 배경으로 로맨틱한 왈츠를 추고 있다. 태희(이은주 분)와 인우(이병헌 분)는 MT에서 친구들 몰래 빠져나와 단풍으로 물든 나무 사이를 왈츠를 추며 누빈다.

빨간 단풍잎과 하얀 백사장, 노란 빛 노을이 어울리는 절경은 가히 환상적이다.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에 비친 울긋불긋한 단풍들은 쇼스타코비치의 <왈츠>와 묘한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움을 뽐냈다.

겨울로 가는 짧은 정거장인 가을. 그 가을이 10월 속에서 발갛게 물든 단풍잎으로 하늘을 덮고 있다.

열차에 가을 추억을 담아서

북한산 단풍
9월이면 한반도의 산들은 노랗고 붉은 옷으로 갈아입는다. 올해는 9월이 아닌 10월부터 형형색색의 단풍을 볼 수 있다. 지구의 온난화의 영향으로 단풍의 시기가 다소 늦어지는 것. 기상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평년(1971년~2000년) 기준으로 설악산에서 첫 단풍이 관측되는 시기는 9월 27일이다. 2005년 이후 평년보다 더 빨리 첫 단풍이 든 건 2006년이 유일하다. 기상청은 산 전체의 약 20%가 단풍으로 물들면 '첫 단풍'으로 기록하는데, 올해도 설악산에서 작년에 비해 6일, 평년보다는 8일 늦은 지난 5일 첫 단풍이 관측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단풍을 비롯해 서리, 얼음 등이 관측되는 시기는 기온의 높낮음에 좌우되는데 지구 온난화로 인해 기온이 점점 올라가 그 관측 시기가 늦어지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 통상 하루 최저기온이 5도 이하로 떨어지면 단풍이 시작되며, 산 전체의 80% 정도는 절정기로 본다. 이 절정을 보기 위해 사람들은 산을 오른다.

이들이 산을 찾는 이유 중에 하나는 붉은 색이 의학적으로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아드레날린의 방출을 자극해 우울증 등을 예방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빼놓을 수 없다. 올해 금강산이 1일 첫 단풍을 보인 가운데 올 가을 이런 단풍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기 위해 관광객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이에 발맞추듯 코레일도 단풍의 절정을 전하기 위해 단풍 관광열차를 운행한다. 코레일 전북본부와 전북산악연맹은 8일부터 한 달간 매주 금요일 오전 9시 30분에 전주역과 오전 10시 익산역을 출발, 다음날 오전 강릉역에 도착한 뒤 을 구경하고 주문진항을 거쳐 10일 토요일 오후 11시 전주역(익산역 10시30분 도착)으로 되돌아오는 코스를 운행한다. 올해 은 20일께 절정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예년보다 심한 일교차 때문에 더욱 선명한 붉은 빛의 단풍을 감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코레일 대전·충남본부 청주관리역도 이달 22일과 23일 '설악산 등산 기차여행'(무박2일) 임시 관광열차를 운행한다. 전날 밤 10시 39분 청주역을 출발해 다음날 새벽 4시 강릉역에 도착하는 코스로 이뤄졌다. 설악산(비선대)을 등반하고, 속초 어시장을 둘러보는 등 가족 단위의 여행으로도 손색이 없다. 특히 새롭게 복원된 새벽녘 낙산사의 가을 풍경은 은근한 감동을 줄 것이다.

익산역 여행센터 측은 "올해는 설악선의 절정이 아름다울 것으로 예상돼 한 달에 네 번, 매주 단풍 관광열차를 운행한다"며 "자연을 감상하는 수단으로 열차를 이용한다면 더욱 뜻 깊은 여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단풍여행 대란이 예상되는 가운데 강원도는 단풍실황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강원지방기상청은 1일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설악산을 포함해 유명산인 오대산, 치악산, 계족산, 가리봉산, 점봉산, 가리산, 발왕산, 가리왕산, 두타산, 태백산 등 11곳의 단풍실황정보를 전하고 있다. 단풍실황정보는 단풍이 산 정상에서 아래로 물든 정도에 따라 단풍시작과 절정의 단계별로 매일 오전 10시에 서비스된다. 10월 한 달간 기상정보와 함께 주요 고속도로의 교통상황 정보도 제공한다.

문의 전주역(063)243-7788, 익산역 여행센터(063)855-7715 청주역카페와 (043-236-8315)


설악산 단풍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