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방법과 코스, 운동량 달라 개인 건강따라 선택해야 효과

혼란스럽다. 두 발로 걷는 운동을 하려는데 그 용어의 해석이 만만치 않다. 산을 오르는 것을 등산이라고 하는 건 알겠는데 트레킹이니, 트레일 워킹이니, 스포츠 워킹이니 하는 말들이 어렵기 짝이 없다. 등산의 인기와 함께 떠오른 워킹의 다양한 방법들은 온갖 신문과 잡지, 인터넷을 뒤덮으며 연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도대체 어떤 운동을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트레일 워킹 < 트레킹 < 등산, 걷는 법부터 다르다

“아스팔트를 걷는 것은 미친 짓이다!”

트레일 워킹(trail walking)이라는 운동법이 최근 세간의 화제다. 걷는 방법이긴 한데 그 무게감이 다르다. ‘트레일’은 오솔길, 시골길을 뜻하는 만큼 자연의 길을 걷는 가벼운 워킹을 말한다.

도보 여행에 앞장 서는 ‘로드 플래너’ 손성일 씨는 트레일 워킹을 두고 “자연적으로 생긴 경사지를 걷는 평화적인 워킹”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해남 땅 끝에서 서울까지 600km의 조선시대 삼남대로를 바탕으로 ‘삼남길’을 개발해 사람들에게 알리고 있다. 그는 이 길이 트레일 워킹을 위한 최적의 코스로 여긴다.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제주 올레길과 지리산 둘레길, 북한산 둘레길이 엄밀히 말하면 바로 트레일 워킹의 주요 코스다. 즉 일반 도로와 달리 비포장 된 흙길이나 돌길, 언덕길 등 자연적으로 생긴 경사지를 오랜 시간 걷는 도보여행이다.

르까프 '닥터세로톤'
트레일 워킹은 산길을 걷는 ‘트레킹(trekking)’보다는 가볍고, 수직으로 오르는 등산과는 다르다. 오르막 내리막길을 걸으며 평지보다 훨씬 더 많은 운동량을 요구하는 걷기 운동이다. 수평으로 걷는 운동이기 때문에 여성이나 중·고령층, 어린이들에게 권할 만하다.

트레일 워킹이 수평적 걷기를 추구한다면 트레킹은 산길을 걸으며 자연 풍광을 감상하는 산행이다. 트레킹은 트레일 워킹보다 걷는 강도가 더 묵직하지만 정상을 향해 걷는 등산과 달리 목적지가 없이 산과 들을 따라 걷는 것으로, 위험요소를 배제하고 안전하고 여유 있게 자연을 즐기는 운동이다.

한국트레킹학교에 따르면 트레킹은 남아프리카 원주민들이 ‘달구지를 타고 수렵지를 찾아 집단이주하다’라는 의미로, 무리 없는 산길걷기를 통해 자연과 어우러지는 보다 여유롭고 안전한 방식의 산행이다. 등반과 하이킹의 중간 형태로 기본적인 장비만 갖추고 산길을 하루 15~20km 정도의 거리를 걷는 방법이다.

트레킹은 1990년대 이후부터 국내에서도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만 해도 네팔이나 인도 등 히말라야 지역이나 유럽 알프스, 뉴질랜드 등 외국의 산을 대상으로 한 장거리, 장기간의 산행으로 여겨져 왔다. 국내에선 모험적인 트레킹이 아닌 문화 유적지 답사, 밤줍기, 야생화 관찰 등 다양한 주제로 트레킹이 대중화됐다.

트레킹을 어느 정도 즐겼다면 등산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등산은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뚜렷한 목표 의식이 있는 운동이다. 등산은 악천후와 조난 등에 대비하고 전문적인 기술과 장비 등을 갖춰 각종 역경에 대해 도전하고, 극복을 통해 성취감을 얻는 형태의 산행이다. 트레일 워킹이나 트레킹에 비해 수직으로 올라가며 높이를 추구한다.

아이더 '주크 워킹화'
건강 상태에 따라 효과도 달라진다

트레일 워킹, 트레킹, 등산은 그 용어만큼이나 목적과 운동 효과도 다르다. 먼저 트레일 워킹은 수평이지만 자연적으로 형성된 경사지를 걸으며 신체의 근육을 다양하게 사용한다는 특징이 있다. 로드 플래너 손성일 씨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큰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일단 트레일 워킹의 효과적인 방법은 코스의 길이, 기온, 계절, 상태 등을 정확히 알고 걷는 것이다. 자신에게 알맞은 코스를 선정해 걷는다면 면역기능과 체내 에너지 활용이 높아지고, 산소 섭취량이 늘어 혈압을 정상적으로 유지시켜준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오래 걷기 때문에 근력이 증대되고 관절의 노화를 늦추어 준다.

손 씨는 트레일 워킹을 할 때 스틱을 사용할 것도 권했다. 스틱을 이용한 보행은 두 발로만 걷는 것보다 체중이 분산돼 더 자연스럽고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어 효과적이라는 것. 스틱을 이용한 걷기는 팔의 근육은 물론, 신체 근육의 95%를 동원하기 때문에 더 많은 칼로리를 동원해 안정감 있는 워킹을 도와준다. 반면에 트레일 워킹은 누구나 안전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뛰어나나 단조로워 싫증이 나기 쉽다는 단점이 있기도 하다.

트레킹은 원정산행이 아니기 때문에 간편한 장비를 갖추고도 근교 산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기본적인 걷기에 대해 ‘올바른 걷기’가 가능해진다는 것. 좁은 보폭으로 낮은 곳을 디디며 걷기 때문에 바른 자세를 가다듬을 수 있다. 트레일 워킹과 달리 산 속에서 산림욕과 함께 자연 풍광을 즐길 수 있어서 장시간 동안 지루하지 않은 산행을 할 수 있다.

산을 올라야 하는 등산과 달리 무릎이나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아 중·장년층이 즐기는 방법 중 하나다. 경치를 보거나 동식물을 관찰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나홀로 트레킹 족’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케이스위스 '키호우'
등산은 일반적으로 만병통치약이라고 할 정도로 국민적인 건강지킴이 운동이다. 일본의 운동생리학자이자 <똑똑한 등산이 내 몸을 살린다>의 저자 야마모토 마사요시는 등산을 “마라톤의 약 3배에 달하는 칼로리를 소비하고, 조깅보다 2배 이상 지방을 감량할 수 있다. 지키지 않고 오래 지속하는 이상적인 유산소 운동”이라고 칭송했다. 그는 이어 “콜레스테롤, 동백경화 지수, 혈압 등의 수치를 개선해 주는 장수 운동”이라며 막대한 에너지를 소비한다고 설명했다.

즉 수직으로 오르는 운동이어서 심폐 기능이 강화돼 심장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2~3시간 장기간 운동을 하기 때문에 체지방이 오래 연소돼 체지방 감량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하지정맥류나 관절염 환자라면 등산을 피하는 것이 좋다.

관동의대 명지병원 정형외과 차승도 교수는 “산행은 길이 미끄럽고 불규칙한 길을 걷는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하지관절에 이상이 있는 경우는 무리한 산행은 위험할 수 있다”며 “발목 주위의 인대가 약한 사람은 가급적 등산보다는 평지를 걷는 게 적당하다”고 말했다.

기능성 운동화의 무한변신

포괄적인 의미의 ‘운동화’는 이제 사라질지도 모른다. 여러 기능이 추가된 운동화들이 등산화, 트레킹화, 트레일 워킹화, 러닝화라는 이름으로 분류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기능화들은 점점 더 가벼워지고 우수한 접지력을 보인다. 걷고, 뛰는 것에 따라 충격을 이겨내는 흡수력이 매우 뛰어나다.

코오롱 '트레일 워킹화 둘레'
“한국의 산은 다른 나라 산과 달리 매끄럽고 입자가 단단한 화강암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접지력이 뛰어난 등산화를 갖추는 것이 좋다.”

아웃도어 브랜드 아이더의 김연희 팀장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등산화는 산행에 있어서 가볍고 통기성이 뛰어나 쾌적하고 편안해야 한다. 미끄럼 방지를 위해 접지력과 충격 흡수력도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 아웃도어 브랜드 블랙야크 슬로프(13만 6000원)는 단기산행 및 바위 릿지 등에 적합한 전문 릿지화이다. 일반 릿지화보다 안정감이 있고 바위에서의 접지력이 향상돼 산악 가이드, 클라이머 등 아웃도어 활동을 하는 산악인들에게 최상의 제품이다.

트레킹화나 트레일 워킹화는 장시간 걸어야 하기 때문에 등산화보다 가벼우면서도 충격 흡수력이 높아야 한다. 르까프 신발기획팀 박상준 대리는 “워킹은 러닝과 달리 뒤꿈치 중앙에서 발바닥 중앙, 가운데 발가락 순서로 직선 형태의 수직운동을 한다”며 “그 충격이 발을 통해 뇌까지 전달되기 때문에 전용 워킹화를 신어야 한다”고 밝혔다.

르까프 닥터세로톤(10~12만 원대)은 사용자 아치(발아래의 움푹 패인 부분)에 꼭 맞게 높이 조절이 가능해 맨발로 걷는 듯 편안한 착화감이 특징이다. 아이더 주크 워킹화(21만 원)는 하이브리드 트레킹 라인의 워킹화로, 한국 지형에 특화된 접지력과 파일론 중창을 사용해 가벼운 산행용으로 좋다.

프로스펙스 올레길 워킹화(14만 9000원)도 일반 등산화에 비해 가볍고, 내마모 고무를 적용한 미끄럼 방지 바닥으로 비포장 지형에서도 쉽게 걸을 수 있다. 코오롱스포츠의 트레일 워킹화인 올레(18만 5000원), 둘레(18만 5000원)는 고어텍스를 이용해 접지력과 내구성이 뛰어나다.

러닝화는 러닝 시 발의 운동 부위와 활동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쿠셔닝 기능이 중요하다. 케이스위스 키호우(12만 9000원)는 반발력 및 탄성력이 우수한 슈퍼폼이 삽입돼 뛰는 사람의 운동 능력을 향상시킨다. 특히 발 뒤틀림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와이빔(Y-Beam)이 장착됐다. 헤드 파워로드 러닝화(11만 7000원)도 발의 뒤꿈치 부분에 쿠셔닝을 강화해 발목, 무릎, 허리에 오는 충격을 흡수해 주는 기능을 강화했다.

르까프 측은 “트레킹을 즐기는 사람들이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발에 무리가 가지 않고 가벼운 워킹화들이 출시되고 있다며 “다양한 연령대를 공략하는 기능성 첨단 워킹화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은영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