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설계 제품 효용가치까지 높여… 주방세제, 음료, 화장품 등 적용

최근 패션 정보 관련 프로그램을 보면 습관적으로 나오는 단어가 있다. 애티튜드(attitude). 패션을 대할 때는 마치 존경심이라도 표해야 하는 말처럼 들린다. 이제 패션은 특별한 태도와 마음가짐, 자세가 필요할 만큼 오감을 자극하고 만족시키는 문화 트렌드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알게 모르게 우리의 생활에 자리 잡은 게 있다. 바로 과학이다. 과학은 의식주에 속속 들이 파고들어 이제 우리가 느끼지 못할 경지에 이르렀다. 특히 생활용품에 적용된 '기능성 프리미엄'은 트렌드로까지 번졌다.

생활용품, 진화는 계속된다

항아리의 과학을 아는가? 항아리는 '숨 쉬는 용기'로 불리며 음식물을 저장하는 데 탁월한 기능을 발휘한다. 항아리는 흙으로 만들어 물은 안 새지만 공기는 통과해 음식물의 부패를 막고 발효를 잘 되게 하는 용기이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고구려인들은 잘 저장된 발효식품을 만들어 먹기를 즐겼다고 한다. 항아리는 오랜 시간 동안 우리 선조들의 과학이 담긴 용기였다.

용기의 발달은 음식 저장이라는 기능을 넘어 최근에는 생활용품 전반에 그 영향이 미치고 있다. 과학적인 용기 설계는 제품의 효용가치까지 높인다. 단순히 물건이나 내용물을 담는 그릇에서 '기능성 프리미엄'이라는 첨단 기능을 가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능성 프리미엄을 단 용기들의 부작용도 나타난다. 10월 20일 소비자시민모임은 시중에서 판매하는 생활용품 용기로 인해 내용물의 낭비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소비자시민모임은 샴푸 6종, 바디워시 5종, 치약 5종, 클렌징폼 5종, 바디로션 4종, 파운데이션 1종, 소스류 5종 등 생활용품 37종을 대상으로 제품 사용 후 더 이상 내용물이 나오지 않았을 때 남은 양이 얼마나 되는지를 측정했다.

그 결과 조사대상 37종, 총 125개 펌프형 용기의 펌프를 눌러도 더 이상 나오지 않는 양은 실제용량의 6~20%에 이렀다. 용기에 남는 내용물의 낭비가 엄청나다는 얘기다. 펌프형 용기가 과학적으로 발전하긴 했지만 더 진화해야 하는 과제가 남은 셈이다.

이에 도전이라도 하듯 펌핑을 하면 바로 거품이 생기는 주방세제 용기가 국내 최초로 개발됐다. 애경의 순샘 버블은 세제가 용기에서 나올 때에 독자적인 메쉬 구조를 통해 세제 원액과 공기의 접촉비율을 조절해 최적의 기포를 생성해낸다. 세제 원액이 물이 아닌 공기와 섞여 수분이 포함돼 있지 않은 거품이 발생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1회 설거지 시에 일반 액상세제는 6~7g이 필요하지만 이 제품은 2.4g만으로도 충분하다. 적은 사용량은 경제적일 뿐만 아니라 세제로 인한 하수 오염과 물의 낭비까지 내다보며 친환경적인 제품을 만들었다. 특히 미니멀한 디자인은 세계적인 디자이너 카림 라시드의 작품.

웅진식품의 '자연은'도 인체공학기술이 숨어 있다. 생수 페트병과 달리 주스는 살균을 위해 80~90도의 고온 상태로 병에 주입되기 때문에 내열성이 중요하다. 또한 소비자가 잡았을 때의 그립감을 높이기 위해 '자연은'의 용기는 물결이 뒤틀려 올라가는 형상으로 허리 부분이 길게 디자인됐다.

그립감이 안정돼 집었을 때 놓치거나 떨어뜨리는 일이 적어진다. 이렇듯 용기는 제품 자체의 기능을 강화시키거나 소비자의 사용편의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주는 것은 물론 제품의 효용가치를 좌우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

애경에스티 마케팅팀 박근서 팀장은 "용기 디자인에 첨단과학이 접목되면서 용기가 제품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단계로 진화했다"며 "용기가 제품의 사용방법을 디자인하는 등 내용물이 아닌 용기로 제품력을 차별화하는 것까지 등장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화장품 용기도 과학적으로

화장품에 대한 몇 가지 비밀을 밝혀야겠다. 여성들이 아침, 저녁으로 세안을 한 이후 손에 드는 스킨과 로션에도 과학이 숨어 있다. 지금이야 물 같은 텍스처인 스킨 용기의 크기가 더 크게 나오는 제품도 있지만, 같은 크기의 스킨과 로션 용기는 실제 용량이 다르다.

스킨은 로션보다 사용량이 많기 때문에 두 제품을 한꺼번에 다 사용하도록 로션의 용기를 더 두껍게 만든다.

얼굴을 작게 보이게 하는 콤팩트 거울은 일반 거울에 비해 2배 이상 선명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바로 은을 입혔기 때문이다. 얇은 유리에 은을 입힌 기술로 멀리서 봐도 얼굴이 뚜렷하게 보이는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

최근 화장품 브랜드 한국콜마는 국내 최초로 FI(Front Injection: 접시 위에서 슬러리 타입의 내용물을 충진) 방식을 적용한 습식 타입의 파우더팩트 양산시스템을 도입했다. 습식타입 파우더팩트는 다년간 BI(Back Injection: 접시 아래에 구멍을 뚫어 내용물을 끌어올려 충진) 방식의 제품을 생산해 오던 것을 포인트 BI 제품에 비해 작은 사이즈의 입자들이 많이 첨가되어 적절한 사용감 조정은 물론 충진성, 건조 후 내용물의 갈라짐 등의 조건을 맞췄다.

생산하기 어려운 파우더 베이스메이크업 제품의 FI방식과 자체 개발한 L.F.D(Liquid Fluidized Deposition: 액체 유동층 흡착)공법을 도입한 것.

L.F.D공법을 이용한 FI 습식타입 파우더팩트는 소프트한 사용감과 함께 피부에 도포시 균일하게 밀착된다. 분체입자 표면에 균일하게 코팅된 보습에센스 성분들이 하루 종일 촉촉하게 유지시켜주는 마블 타입의 디자이닝 팩트로 출시됐다.

한국콜마 피부과학연구소 측은 "파우더 제형에서 부족했던 촉촉함(건조감 방지)으로 품질이 진일보 됐다"며 "충진 기법에 의한 다양한 디자인이 가능해짐으로써 소비자에게 급속하게 확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