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리본 캠페인' 10주년-에스티 로터, 아모레퍼시픽 등 유방암으로부터 여성 지키기 앞장

유방암 없는 세상을 위해 '핑크워킹'
핑크리본. 보기에는 평범해 보이는 끈 매듭이지만 그 의미를 들여다보면 너무도 아름답다. 어린 소녀의 가슴에 수줍게 피어오른 첫 브래지어의 설렘과 내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생애 가장 충만한 기쁨이자, 늙고 주름졌지만 여전히 따뜻하고 아름다운 어머니의 가슴.

핑크리본은 여성의 아름답고 따뜻한 가슴을 뜻하는 고유명사로 자리잡았다. ‘핑크리본 캠페인’은 국내에서 10년 동안 이어온 여성들의 유방건강과 유방암에 대한 의식을 향상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운동이다. 여성들을 위한 이 아름다운 캠페인을 화장품 업계가 시작했다면 믿어지는가. 여성들을 누구보다 잘 아는 화장품 업계에서 여성들을 지키기 위해 앞장선 것이다.

여성의 가슴을 지켜라

10월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일대가 핑크빛으로 물들었다. 올해 ‘핑크리본 캠페인’ 론칭 10주년을 맞아 핑크빛 의상을 입은 200여 명의 여성들이 청계광장을 거쳐 서울광장에서 광화문 광장까지 걸으며 ‘핑크워킹’이 한창이었다. 이들은 유방암 환우들과 모델, 학생들로 구성됐으며 유방암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을 높이기 위해 핑크 퍼레이드를 감행했다.

거리의 사람들은 핑크빛 옷과 함께 핑크 우산을 쓰고 퍼레이드를 벌이는 이들에게 한시도 눈을 떼지 않았다. ‘왜 핑크빛으로 물들였을까?’를 궁금해 하는 눈빛이었다.

어둑해진 청계천에는 ‘핑크리본 캠페인’ 10주년을 기념해 핑크색 천과 조명으로 뒤덮는 초대형 랜드마크와 일루미네이션쇼 등이 펼쳐졌다.

케이크 모양의 대형 오브제는 빛을 환하게 비치며 여성들에게 자신감을 불어 넣어 주는 듯했다. 그 옆에는 여성들이 자신 있게 가슴을 드러낸 사진들이 전시돼 시민들의 관심을 샀다. 부끄럽게 두 손으로 가슴을 감싼 여인과 허리에 두 손을 얹고 가슴을 내민 자신 있는 포즈 등 여성에게 가슴이 갖는 의미를 새롭게 전달하는 전시회다.

“대체 이게 뭐하는 겁니까?”라고 묻는 50대 직장인 남성에게조차 핑크빛은 낯설면서도 설레는 마음을 가져다 준다. 그는 청계천에 환하게 불 밝혀진 대형 오브제 앞에서 사진 촬영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청계천을 뒤덮은 핑크빛 물결 속에 젊은 여성들도 가슴에 핑크리본을 하나씩 달았다. 남자친구에게 달아주는 핑크리본의 의미는 더 새로울 터. 20대의 한 여성 직장인은 “지난해 10월에도 ‘핑크리본 캠페인’ 행사에 참여했다”며 “아직 젊어서 유방암에 대한 위험성을 느끼지 못했다가 캠페인을 계기로 건강에 대해 더 관심을 갖게 됐다”고 캠페인의 의미를 되새겼다.

‘핑크리본 캠페인’은 에스티로더 컴퍼니즈와 존슨앤드존슨메디칼이 후원하고 대한암협회와 한국유방암학회가 공동주최해 진행됐다. 사실 ‘핑크리본 캠페인’은 유방암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조기검사를 통해 예방하자는 의미에서 매년 10월 한 달 동안 전 세계에서 진행되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핑크리본 캠페인(에스티 로더 컴퍼니즈)
이 캠페인은 에스티로더 컴퍼니즈의 수석 부사장인 에블린 로더(Evelyn Lauder)가 1992년 에스티로더 판매점에서 150만 개의 핑크리본과 유방암 자가 진단카드를 나눠준 것을 계기로 시작돼 지금은 전 세계로 확장됐다. 18년의 ‘핑크리본’ 역사는 이날 세계 전역 200여 개의 랜드마크를 핑크 불빛으로 장식했다.

에스티 로더 컴퍼니즈는 이에 앞서 13일과 14일 양일간 ‘핑크리본 자선 바자회’를 개최했다. 에스티 로더 컴퍼니즈의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했으며, 에스티 로더 컴퍼니즈의 브랜드인 아베다, 바비 브라운, 크리니크, 달팡, 에스티 로더, 굿스킨랩스, 랩시리즈, 맥, 오리진스 등 9개 브랜드 화장품을 비롯해 어린이와 성인을 위한 옷, 신발 등 의류용품 등 모두 2만여 점이 선보였다.

에스티 로더 컴퍼니즈는 “이날 판매수익금은 유방암 의식 향상 캠페인을 위해 사용되며 일부는 대한암협회와 유방암연구재단에 기부해 유방암 예방 및 의료지원사업에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에스티 로더 컴퍼니즈의 브랜드는 10월 한 달간 핑크리본 리미티드 에디션 제품들을 판매하며, 판매 수익금의 일부는 유방암 연구 재단에 기부할 예정이다.

온 가족이 함께하는 유방암 의식고취

유방암은 우리나라 여성암 발병률 1~2위를 차지하는 질병이다. 40대에 가장 많이 발병되고 30대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유방암은 조기에 발견할 경우 98%의 치료가 가능하다. 유방암에 대한 의식만 있다면 언제든지 예방할 수 있는 질병이기도 하다.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공원에선 유방암에 대한 의식을 향상시키고자 ‘핑크리본 사랑 마라톤’ 대회가 열렸다. 이번 마라톤에는 어린 아이에서부터 노인까지 1만 2000여 명의 참가자들이 핑크색 티셔츠를 입고 여의도 공원을 물들였다. 또한 행사장에선 유방질환 무료상담소 및 유방암 무료검진 버스인 ‘맘모버스’가 운영돼 유방암 검진 기회를 제공하고 유방자가검진 교육도 실시했다.

국내에선 지난 2000년 아모레퍼시픽의 설립기금 전액출연을 통해 한국 최초의 비영리 유방건강재단인 한국유방건강재단이 설립됐다. 이후 10년을 이어온 ‘핑크리본 캠페인’은 건강강좌, 예방검진교육 등을 통해 여성의 몸에 대한 관심과 건강을 돌보는 습관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또한 저소득층 유방암 수술비 지원 등을 통해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파하고 있다.

2001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10회를 맞은 ‘핑크리본 사랑 마라톤’ 대회는 서울을 시작으로, 2005년부터는 매년 전국 5대 도시에서, 4월부터 10월까지 열린다. 이제는 온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축제로 자리매김 했을 정도. 지난 10년간 총 16만 명이 참가했으며, 참가기부금 15억 원이 한국유방건강재단에 전달됐다.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