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권 50% 할인해 주는 소셜 커머스, 불신 눈속임 등 허점

"투데이 핫이슈! 칼국수, 찐만두, 보쌈으로 구성된 2~3인 세트. 3만 9000원에서 53% 할인한 파격가 1만 8,000원에 맛 보세요."

"꽃살 화로구이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일식 다이닝 바 00에서 꽃삼 세트와 아사히 맥주 2잔을 50% 할인된 가격에!"

20대 후반의 남자 A씨는 요즘 자정 무렵 티켓 몬스터, 데일리픽, 지금샵, 위메이크프라이스 등의 사이트들을 순례하는 것이 습관이 됐다. 애인과 함께 가려고 점 찍어 둔 레스토랑들 중 언제 위 사이트들에서 반 값 쿠폰을 풀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반값 할인 쿠폰 사이트, 소셜 커머스가 뜨고 있다. 소셜 커머스란 전자상거래에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가미된 것으로, 하루에 1개의 상품을 특정 인원수 이상이 구매할 경우 50%에서 많게는 70%까지 할인을 해주는 사이트다.

정해진 시간까지 인원이 채워지지 않으면 결제가 자동으로 취소되기 때문에 SNS를 이용해 주위 사람들에게 알려 머릿수를 채운다는 점에서 소셜 커머스라 불린다. 그러나 폭발적인 인기로 인해 거래가 무산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현재 소셜 커머스 사이트는 80여 개. 지난 5월경 시장이 형성된 후 매달 규모가 2배씩 불어나 올해를 마감할 때쯤에는 약 600억대 시장이 될 것으로 내다 보인다. 서비스 제공업체는 짧은 시간에 많은 손님을 유치해 홍보 효과를 누려서 좋고, 소셜 커머스 업체는 수수료를 챙겨서 좋고, 고객은 반 값에 음식을 먹어서 좋고. 소셜 커머스는 과연 꿩 먹고 알 먹고 둥지 털어 불 때는, 마법의 시스템일까?

서래마을에서 프렌치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오너 셰프 B씨는 얼마 전부터 소셜 커머스 사이트들로부터 걸려오는 전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루만 50% 할인 가격에 음식을 팔면 음식 사진을 찍고 레스토랑 홍보 글을 작성해 하루에 수십만 명이 볼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그게 불가능하다는 걸 다 알아요. 절대로 그 가격으로는 제대로 된 음식을 만들 수가 없어요. 좁은 주방에서 청춘을 바치며 일하는 셰프들의 노력이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것 같아서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무섭도록 빠르게 성장하는 소셜 커머스 시장은 그 비정상적인 속도만큼 허점을 내보이고 있다. 첫째 눈속임 세일이다. 한 소셜 커머스 사이트에는 최근 강남역 한 이탈리아 레스토랑의 7만 원짜리 코스 요리를 3만 5000원에 파는 쿠폰이 올라왔다.

그러나 그 레스토랑의 평소 가격이 5만 원대 초반이라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두 번째는 불신이다. 반 값에 음식을 먹는다는 생각에 처음에는 신이 난 고객들은, 그 다음부터는 제 값 주고 먹으려니 어쩐지 억울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 이제까지 2배나 되는 가격을 주고 먹었다는 말인가?' 최악의 경우는 재료를 속이는 것이다.

제대로 된 재료를 써서 정당하게(?) 손해를 볼 것이냐, 아니면 재료를 살짝 다운그레이드 해서 실속을 챙길 것이냐는 순전히 레스토랑 업주의 양심에 달려 있다. 이 기로에서 원칙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 대한민국에 몇 명이나 될 것인가.

물론 업주가 홍보 비용 셈치고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고 고객들은 새로운 레스토랑에 눈을 떠 단골 고객이 되는 선순환 구조가 성립될 수도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것은 불문의 진리다.

파리가 굴지의 예술 도시로 성장한 이유 중 하나는 고객들이 아티스트의 작품을 살 때 높은 값을 주고 산 것을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기는 전통에서 기인한다. 한 산업의 발달은 늘 제대로 된 가치 지불에서 시작하게 마련이다.

웅진, 싸이더스, 인터파크, 다음, 신세계 등 대기업들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소셜 커머스는 과연 모두를 만족시키는 이상적인 시스템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황수현 기자 soo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