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여행] 전북 장수군 장안산
장수는 논개의 고향으로도 유명하다. 의암 주논개(義巖 朱論介)는 훈장이던 아버지 주달문과 어머니 밀양 박씨 사이에서 태어났다. 지금은 수몰된 장계면 대곡리가 논개의 고향이다. 장수현감 최경회의 후실이 된 논개는 2차 진주성 전투 때 낭군이 순국하자 복수를 위해 기생으로 가장해 촉석루에서 열린 왜군의 승전연회에 참석한다. 이윽고 논개는 왜장 게야무라 로쿠스케를 의암으로 유인해 남강에 함께 투신, 순절한다.
장수를 대표하는 명산인 장안산(1237미터)은 백두대간 산줄기에서 뻗어 내린 우리나라 8대 종산 중에 호남 종산으로 꼽히기도 한다. 쾌청한 날 장안산 정상에 오르면 북으로는 덕유산을 비롯한 백두대간의 큰 산줄기, 멀리 남으로는 지리산의 웅장한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장안산의 명물 가운데 하나는 정상 부근에서 동쪽 능선으로 펼쳐진 드넓은 억새밭이다. 햇살을 받으면 은억새, 석양에 물들면 금억새, 달빛에 젖으면 솜억새라 했든가. 더욱이 흐드러지게 핀 억새밭에 바람이 불면 하얀 억새 이삭들이 파도치듯이 춤추는 장관을 연출해 등산객들을 경탄케 한다. 흔히 억새꽃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꽃이 아니라 이삭이 피는 것이다. 이곳 억새 이삭은 11월 중순부터 하순 사이에 핀다.
가족끼리 가볍게 억새밭의 절경을 맛보려면 무령(무룡)고개에서 오르는 게 좋다. 무령고개의 높이가 해발 1000미터를 넘으므로 정상까지 약 200미터의 고도 차이만 극복하면 되기 때문이다. 무령고개에서 장안산 정상을 왕복하는 데는 3시간 정도가 걸리지만 억새밭만 보고 온다면 2시간이면 충분하다.
장안산은 1986년 8월 장수 군립(郡立)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장안산 군립공원은 덕산용소, 방화동, 지지계곡 지구로 나누어진다.
장안산에서 발원하여 사두봉 기슭을 스쳐 용림천으로 흘러드는 풍치 절경의 골짜기가 덕산계곡이다. 장장 16km에 이르는 덕산계곡의 핵심은 덕산용소로서 인근 주민들은 덕산용쏘라고 발음한다.
깊은 협곡을 이루며 굽이치는 덕산용소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큰용소와 작은용소다. 상류 쪽의 큰용소는 울창한 숲과 기암괴석을 휘감아 도는 맑은 계류 위로 넓은 암반이 펼쳐진다. 작은용소는 큰용소보다 규모는 작지만 웅덩이도 더 깊고 주변 암벽과 암반도 한결 웅장하여 절묘한 점에서는 앞선다.
덕산용소 하류 지역인 방화동은 진입로가 말끔히 포장되어 접근하기가 수월하며 자연휴양림과 가족휴가촌이 조성되어 일가족이 쉬기에 좋다.
촛불을 켜고 소원을 비는 지지계곡 청심폭포
방화동에서 북쪽으로 이어지는 계곡을 더듬어보는 것도 좋다. 처음에는 평범한 시냇물일 뿐이지만 상류로 오를수록 계곡미가 두드러진다. 3km 남짓 계곡을 거슬러 오르면 덕산용소와 연결된다.
영취산에서 백운산으로 뻗은 백두대간과 장안산 쪽으로 갈라진 금남호남정맥 사이를 굽이치다가 동화댐으로 흘러드는 하천이 백운천이다. 백운천 상류는 제법 깊은 골짜기를 이루며 흐르는데 이를 지지계곡이라고 한다. 여기서 지지(知止)는 '그칠(머무를) 줄 안다'는 뜻의 지명이다.
무령고개 남쪽의 지지계곡은 곳곳에 승경을 연출하면서 깊은 못들도 거느리고 있는데 그 가운데 가장 빼어난 비경은 청심폭포다. 이 일원은 지지계곡의 상류로서 삼거리골이라고 일컫기도 한다. 그래서 청심폭포를 삼거리폭포라고도 부른다.
찾아가는 길
무령고개는 대전통영고속도로 장수 분기점-장수 나들목-장계-거창 방면 26번 국도-삼봉 3거리-논개생가를 거친다. 덕산용소는 장수 나들목-19번 국도-장수읍-교촌교를 거치고, 방화동은 장수읍에서 번암 방면 19번 국도를 타고 남하하다가 수분재를 넘어 좌회전한다. 맛있는 집 삼봉 3거리 근처에 있는 궁실농원(063-352-3624)은 소갈비를 배, 양파, 마늘 등 갖은 양념으로 매콤하게 재워 찐 매운소갈비찜으로 유명하다. 한방 참옻닭과 생옻닭, 청둥오리 한방 백숙, 토끼탕, 꿩탕 등도 잘한다. 장계의 지은장(063-352-0142)은 정갈하고 맛깔스러운 백반정식과 얼큰하고 시원한 대구탕으로 이름났다. 주인(박지은)이 자신의 이름을 옥호로 내세울 만큼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
글ㆍ사진=신성순 여행작가 sinsatgat@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