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시크릿 가든에서 순금, 란제리 캘린더까지

드라마 <시크릿 가든> 달력
'하루로부터 시작하여 그보다 더 큰 시간 단위들을 배열하고 파악하기 위해서, 우리는 달력을 사용한다. 우선 그 '고전적' 형태에 있어 낱장을 찢어내는 일력으로 표상되는 통상적 달력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그 달력에서는 하루마다 한 장이 배당되고, 평일은 검은 색, 일요일과 공휴일은 붉은 색으로 인쇄되어 있다. 지나간 날의 종이는 찢겨 나가고 버려진다. 특별한 사건이나 문학적인 달력 제작자의 격언 때문에 보관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그렇게 된다.' - <시간 추적자들> 하랄트 바인리히

지나간 날은 찢겨 나간다. 허무하게 찢겨 나가는 나날들을 보며 가슴도 덩달아 찢어질 것 같다면 방법은 두 가지다. 매일을 잊을 수 없는 사건들로 채워 가슴 속에 꼭꼭 담아두든지, 아니면 너무 아까워서 도저히 버릴 수 없는 달력을 사든지.

최근 소장 가치 100%의 달력들이 출시돼 우리를 기쁘게 만들고 있다. 한 해가 지나면 미련 없이 버리는 은행 달력 대신 의미로 가득 채운 달력을 사보는 것은 어떨까?

달력이 버려지지 않는 한 달력에 새겨진 날들은 여전히 당신의 것이다. 또 다시 한 해를 정리하고 다음해를 맞이하며 비애에 젖는 누군가에게 잘 만든 달력은 속삭여줄 것이다.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어요."

오바드의 2011년 달력
달력계의 미친 존재감,

올해만큼 달력이 1년 내내 주목받은 해가 있을까? MBC 오락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만든 은 12월 초를 기준으로 70만 부의 판매를 돌파했다.

이번까지 합해 총 네 번째 앨범을 만든 무한도전 제작진은, 이번에는 모델 장윤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우종완, 사진작가 보리 등 패션계 사람들과 접촉해 지금까지의 달력 중 최고의 퀄리티를 완성했다.

달력 제작 과정이 전파를 탄 것만 해도 무려 6회 이상으로, 매번 참신한 주제를 들고 오면서도 웬만하면 3회를 넘기지 않았던 전례를 고려하면 올해 달력에 쏟은 애정과 관심은 특별한 것이었다.

이번 달력에는 '다시 태어난다면', '파파라치' 같은 흥미로운 주제를 비롯해 '출산 장려', '반전' 등 사회적으로 관심이 필요한 부분까지 골고루 조명했다.

일본 주얼리 다나카의 순금 달력
마지막 장은 멤버들의 누드 사진으로 장식해 2011년을 웃으며 보낼 수 있도록 했다 (물론 소비자 취향을 존중해 누드 컷 위에 절취 선을 그려 놓았다). 달력 판매로 인한 수익은 전액 불우이웃 돕기에 쓴다고 하니 무한도전 팬이 아니더라도 의미 있는 구매가 될 것이다.

드라마 폐인을 위하여 - 시크릿 가든, 성균관 스캔들 달력

반짝거리는 트레이닝복이 트레이드 마크가 된 주원(현빈 분)과 터프한 스턴트 우먼 길라임(하지원 분)의 모습을 간직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시크릿 가든 달력'이 출시됐다.

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명 장면들과 촬영 현장 스케치 등 총 30장의 사진으로 구성된 이 달력은, 한 쪽은 '주원 달력', 한 쪽은 '길라임 달력'으로 나누어져 있어 좋아하는 캐릭터를 골라 볼 수 있다. 현재 온라인에서 예약 판매 중이다.

문근영과 장근석이 열연 중인 KBS 드라마 <매리는 외박 중>의 달력도 출시됐다. 책상 달력과 벽걸이 달력 두 종류로 출시되며 극 중 무결(장근석 분)과 매리(문근영 분)가 만들어낸 기억에 남는 장면들을 두고두고 볼 수 있게 했다.

스페인 디자이너 오스카 디아즈의 달력
'잘금 4인방', '걸오 앓이' 등의 신조어를 만들어 내며 화제가 되었던 KBS 드라마 <성균과 스캔들>도 종방 이후 후유증에 시달리는 팬들을 위해 2011년 달력을 판매한다. 걸오, 여림, 선준, 가랑의 멋진 모습을 내년까지 즐길 수 있다.

시간의 흐름을 눈으로 보세요, 아이디어 달력

달력처럼 의미 있는 오브제에 작가들이 개입하지 않을 리 없다. 온갖 아이디어로 무장한 유쾌한 달력들은 한 해를 즐겁게 시작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준다. 은 잉크가 종이를 흡수하는 속도를 시간이 흘러가는 속도에 비유한 작품이다.

하얀 종이 위에 역시 하얀 색의 숫자가 1부터 31까지 놓여 있다. 숫자의 한쪽 끝을 잉크에 담그면 1부터 천천히 물들기 시작해 다음날엔 2, 그 다음날엔 3이 채색되며 하얀 종이 위에 비로소 숫자들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월력이므로 잉크 색깔을 12가지로 바꿔가며 다양하게 시도해볼 수 있다.

달력 하나에 7억 6천만원? 순금 달력

무한도전 달력
이 달력이야말로 '소장하고 싶은'이 아닌 '소장해야만 하는' 달력이다. 일본의 주얼리 브랜드 다나카는 6kg 상당의 순금을 들여 만든 2011년도 달력을 5500만 엔(약 7억 6000만 원)에 판매한다고 밝혔다.

이 달력은 2006년부터 만들어졌지만 올해 부쩍 오른 금 시세 때문에 판매 이래 최고 가격을 기록하게 됐다. 가로 40cm, 세로 64cm 크기에 토끼의 해를 암시하는 캐릭터 미피가 그려져 있다.

7억짜리 순금판 위에 미피 캐릭터라니, 과연 살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회사 측에서는 판매 결과에 대해 철저하게 함구한다고 한다.

섹시 후끈, 란제리 달력

남자들에게 있어 섹시해서 나쁠 것은 이 세상에 하나도 없다. 섹시한 여자들이 허물어질 듯한 표정으로 포즈를 취한 달력은 예로부터 싸구려 맥주 집 벽에 걸려 외로운 남자들을 위로해 왔다.

프랑스 란제리 브랜드 오바드가 섹시한 화보를 담은 2011년 달력을 출시했다. 오바드는 세계 최초로 어깨 끈이 없는 브라를 개발하고 이어서 G-스트링 팬티와 미니 스트링 팬티를 출시하는 등 어쨌든 남자들에게 공덕이 큰 브랜드다.

전통의 란제리 브랜드답게 마냥 야하기보다 고급스러움과 패셔너블함을 강조한 오바드의 란제리 화보는 남자들에게는 시각적 행복을, 여자들에게는 쇼핑 욕구를 불러 일으킨다. 한 해가 지나고 나서 아내가 쓰레기 통에 버린 달력을 남편이 다시 가져와 책상 서랍에 고이 모셔두는 일이 일어날지도.



황수현 기자 soo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