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동조현상 보이며 '파워 소비층'으로 떠올라

노스페이스 영업점
3일 서울 명동의 한복판.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 매장에는 10대 청소년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명동이 10~20대 젊은 층이 주로 찾는 장소라는 점도 있지만, 이곳은 주변의 스포츠웨어 브랜드 매장보다도 유독 10대들에게 인기가 높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김모(18)군은 "학교에서 노스페이스 점퍼를 입지 않은 친구들을 찾기 힘들 정도다. 겨울방학 중이라 친구들과 명동에 온 김에 다른 디자인이 있는지 둘러봤다"며 노스페이스 매장을 나서는 참이었다.

김군은 이날도 노스페이스의 블랙 패딩 점퍼를 입고 있었다. 그와 대동한 2명의 친구도 역시 노스페이스 점퍼 차림이었다. "옷 취향이 서로 비슷한 것 같다"고 하자, 이들은 동시에 점퍼를 가리키며 "진짜 학교에서 이 옷 안 입은 애들이 없다"고 외쳤다.

이들 세 친구가 입고 있던 건 노스페이스의 눕시 다운 점퍼. 지난 겨울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대유행을 일으켰던 제품이다. 하지만 이런 결과는 우연이 아니다. 4년 전부터 노스페이스가 10~20대를 공략해 얻어낸 성과다. 무엇보다 10대 소비층을 간과하지 않았다는 점이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파워 소비층' 10대를 위한 세분화 전략

스포츠브랜드 푸마의 발랄한 스타일링
"10대 고객층을 잡아라!"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는 2011년 새해부터 젊은 층 공략에 나선다. 특히 10대 청소년 고객들을 잡기 위해 팔을 걷어 붙였다. 네파는 캐주얼 라인의 스타일 확장뿐만 아니라 사이즈에도 변화를 줘 청소년의 소비 경향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을 펴기로 했다. 이를 위해 네파는 브랜드 전속모델로 아이돌 그룹 2PM을 앞세워 적극적인 마케팅을 전개해 나갈 방침이다.

네파의 이 같은 변화에는 노스페이스의 성공신화가 자극을 준 것으로 보인다. 디자인 및 스타일의 변화 주기를 빠르게 하고, 폭넓은 사이즈의 확보 등이 그렇다.

네파는 그간 청소년이나 젊은 여성층이 소화할 만한 디자인과 사이즈에서 고객 만족도를 높이지 못했다. 30대 이상 남성을 타깃으로 한 제품들이 대부분이었던 게 사실.

노스페이스는 지난해 연간 매출 5000억 원을 돌파하며 아웃도어 브랜드의 국민적 인기를 증명했다. '기능성을 더한 일상복'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결국 캐주얼 영역까지 파고들어 새로운 활로를 개척했다. 1997년 국내에 처음 소개된 노스페이스가 2003년 연간 매출 800억 원에서 7년 만에 6배에 달하는 성공신화를 이룬 것은 그 타깃 층을 넓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노스페이스는 지난 2007년 서울 명동에 '콘셉트 스토어'를 마련해 젊은 층을 끌어들이는 데 힘을 쏟았다. 당시만 해도 '아웃도어 브랜드=등산 웨어'라는 공식이 업계를 뒤덮고 있었지만 이를 박차고 10~20대 소비층에 관심을 기울인 것이다.

이 콘셉트 스토어는 단순히 판매가 목적이 아닌 미래의 노스페이스를 보여주며 10대 고객층에게 브랜드 정신까지 홍보하는 1석2조의 공간이다. 또한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춰 매장 1층은 10만 원대부터 재킷을 비롯해 티셔츠, 모자, 가방 등으로 구성했다.

고객을 세분화하는 새로운 시도를 선보인 셈이다. "노스페이스가 젊은 층에게 최첨단 테크니컬과 패션 브랜드로 인식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그들의 예상은 적중했다.

명동에는 이런 10대 소비층을 위한 스포츠멀티숍들이 즐비하다. 그중 ABC마트는 지난 2009년 연간 매출 1600여 억 원을 올리며 화제가 됐다. 당시 한국패션협회는 '2009년 패션산업 10대 뉴스'를 발표했는데, 그중 스포츠멀티숍의 고속 성장을 들었다.

특히 ABC마트는 원스톱 쇼핑 트렌드와 더불어 10~20대 초반의 고객들이 '파워 소비층'으로 부각하면서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 트렌드에 민감한 10들의 입맛에 맞게 다양한 브랜드와 함께 컨셉트와 디자인을 고려한 판매는 이들을 끌어들이기에 충분했다.

10대 소비층에 주목하라

"13~18세 청소년들은 인터넷, 휴대폰 등을 이용한 가상세계에서의 의사소통이 생활화되어 있어 이들을 가리켜 M(Mobile)세대나 C(Cyber or Computer)세대로 불리기도 한다. 다른 어떤 세대와 비교해도 청소년만큼 급격히 변화된 환경에서 성장한 세대는 없을 것이다. 실제 시장에서 입증되고 있는 것과 같이 이들의 실질 구매력과 가족 구성원에 미치는 구매 영향력이 엄청나다."

<한국인의 미디어와 소비 트렌드>(박은아 저)에는 소비자로서의 청소년에 대해 "'나'를 찾아가는 자아정체(self identity)의 확립시기이며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 정보를 지속적으로 빨아들이고 내재화한다"고 설명했다.

즉 현재 이들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환경은 정보통신기술과 온라인 네트워크 환경이라는 것. 노스페이스도 10대 고객이 가장 영향력을 미친 곳이 바로 온라인 쇼핑몰이다. 전체 고객 중 30~40%가 이들 청소년들이다. 이 때문에 패션업계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을 이용한 소셜 네트워크 영역에 발 빠르게 움직이며 10대들을 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청소년의 소비생활은 크게 브랜드와 동조(conformity)현상으로 볼 수 있다. 최근 패션계는 '브랜드'와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브랜드는 자체가 표현이고 상징이다.

현대사회에서 소비자들은 제품을 구입하는 게 아니라 브랜드를 구입하는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기 때문이다. 특히 유명브랜드에 가장 민감하고 열광하는 집단이 청소년이라는 것은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자아를 확립해 가는 시기의 청소년들이 브랜드로 나를 표현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다. 이처럼 브랜드는 청소년들의 소비생활에 지대한 영향력을 지닌다.

또한 집단문화나 소속감을 중시하는 청소년들에게 동조현상은 극히 자연스러운 광경이다. 전문가들은 "현재에 와서 이 동조현상을 잘 나타내는 활동이 바로 제품이나 브랜드의 구매와 소비행위일 것"이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과 광고 전략을 위해서는 "이질성에 주목하면서 차별화 전략에 집중하라"는 이론이 대부분이다. 이동통신업계가 10대를 위한 제품과 서비스에 공을 들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들을 위한 세분화 전략이 필수인 시대가 된 것이다. 노스페이스가 청소년들 사이에서 하나의 붐을 조성한 것도 이들을 위한 세분화 마케팅 전략의 성공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말한다. "청소년들에게 있어 브랜드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고. 브랜드는 청소년들에게 표현의 방식을 넘어 동조현상을 이끄는 상징적인 수단이 됐다.

참고자료: <한국인의 미디어와 소비 트렌드>(박은아 저·커뮤니케이션북스)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