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옷, 이영희 한국 복식] 전이브닝 드레스풍, 한산 모시 오트 쿠튀르 작품 등 대표작 선보여

사진=김중만 작가
고운 빛깔의 한복이 바람에 나부낀다. 저고리가 사라지고 치마만 남은 한복은 가슴이 보일 듯 관능미를 강조한 이브닝 드레스풍이다.

'바람의 옷'이란 별칭을 가진 이 드레스 한복은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의 트레이드 마크. 전통 한복과 달리 심플함을 강조하는 디자이너는 그러나 풍부한 색감과 유려한 선만은 고스란히 살려냈다.

해외에서 '기모노 코레앙'이라 불리며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던 한복은 '바람의 옷'을 통해 내재한 아름다움을 해외 패션계에 강렬하게 각인시켰다. 1993년, 한국 최초로 프랑스 파리 프레타 포르테 쇼에 참가한 이듬해의 일이다.

6년 전,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의 두루마기 역시 그녀의 손을 거쳤다. 한국의 하늘, 흙, 바다, 기와 등의 자연색으로 빚어졌다. 이들 두루마기는 미니 사이즈로 제작되어 이듬해 서울에서 열린 세계인형대축제에서 테디베어에 입혀졌다. 또 한번 화제가 됐음은 물론이다.

지난해 7월에는 한산 모시로 만든 한복으로 파리에서 오트 쿠튀르 행사도 열었다.

송·죽·매·란(松·竹·梅·蘭)을 테마로, 충남의 특산물인 한산 모시로 제작된 36벌의 한복엔 자수와 그림이 그려졌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11월에 열린 G20 패션쇼를 통해, 당시 방한한 각국의 영부인들에게만 공개된 바 있다.

디자이너 이영희의 대표작이 롯데갤러리 일산점에서 전시 중이다. '바람의 옷'을 비롯해 테디베어가 입었던 두루마기, '한산 모시 오트 쿠튀르' 작품 등 그녀의 대표작과 소장품 80여 점이 모였다.

패션쇼가 아닌 갤러리에서, 이영희가 디자인한 멋스러운 한복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드문 기회다. 작품 전시 외에도 전시기간 동안 이영희의 한복과 드레스, 조각보, 주머니 등의 판매도 이루어진다. <바람의 옷, 이영희 한국 복식> 전은 1월 30일까지 이어진다.

1993년 파리 데뷔 이후, 20여 회의 파리 프레타 포르테 쇼를 해온 디자이너 이영희는 그동안 400여 회의 해외 패션쇼를 열어왔다. 2004년에는 뉴욕 맨해튼에 한복을 전시하는 '이영희 한국박물관'을 개관해 한복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