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U의 건강은 선택이다

제 진료실을 찾아 온 50대 중반의 성공한 사장님이 있었습니다. 키는 약간 작은 편이지만 그야말로 건장하고 당당한 중년 남자이었지요. 외모로 보나 말씀하는 톤으로 보나 자신만만하고 성공한 중견기업의 소유주이었습니다.

제 진료실에 건강검진을 위해 방문하였는데, 술의 양이나 체력으로 자신을 능가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분을 척 보자마자 바로 불길한 예감이 들었지요.

30년 가까운 의사 경력에 이제는 거의 얼굴만 봐도 무슨 문제인지를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저는 이분에게 말기 간암을 진단하였고, 하필이면 이를 통보하는 날이 이 분 장녀의 결혼식을 하루 앞 둔 날이었지요.

이제 저 자신 얘기를 하겠습니다. 저는 대학병원의 교수로서 90명의 의사와 직원을 지휘하고 교육시키는 자리에 있었지요. 이들을 지휘하고 단합시키기 위해 제가 주로 썼던 방법이 다른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바로 술자리이었습니다.

술자리를 통해 친해지기도 하고, 낮에는 못할 이야기도 나누는 그 방법이었지요. 그 술자리에서는 가장 센 사람은 항상 저였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제 부하들도 저 못지 않게 세지는 것이 아니겠어요?

40대 중반에 했던 마지막 술자리가 기억이 납니다. 그 날은 다들 작정을 했나 봅니다. 거의 새벽 4시까지 마시고 놀고 하였지요. 그래도 마지막 승자가 된 저는 다들 택시 태워 보내고, 집으로 가서 한 잠도 안자고 샤워만 한 후 바로 정시에 출근하였습니다. 뻗었던 부하들은 11시, 12시에나 가까스로 출근을 하였지요. 다들 저에게 하는 말, "선생님, 참 대단하세요!"

제가 얼마나 우쭐했겠습니까? 그런데, 바로 그날 또 다른 놀라움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병원에 누워있는 환자들 중에 바로 저와 똑같은 사람이 많이 있는 것이었지요. 간이 나빠서 황달로 누워있는 환자, 위와 식도가 헐어서 피를 토하고 누워있는 환자 등등. 과거에도 내 눈 앞에 항상 있었던 환자들이었는데, 그 날 처음으로 내가 그 분들하고 같다는 것을 깨달은 것입니다.

술 세고 체력 좋음에는 당연히 좋은 점이 있습니다. 술을 먼저 이야기하면, 즐거움을 주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가장 쉽고도 효과적인 방법이지요. 사람들과의 관계 형성에도 유리하며, 술이 세면 남의 부러움을 사는 것도 자존심을 높이는 방법이 됩니다. 체력이 좋으면, 당연히 업무수행력이 뛰어나고 리더십도 발휘하기가 쉽지요. 경쟁력에서도 당연히 앞섭니다.

그런데, 그 술 세고 체력 좋음이 사실은 체력 소모라는 사실을 아시나요? 정신력으로만 버텼지, 몸은 이미 그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증거를 보면 가장 흔히 나타나는 것이 뒷목이 늘 뻣뻣하고, 주말에는 거의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쉬어야만 한다는 사실이지요.

그 다음에 나타나는 것이 뱃살이 느는 비만입니다. 체력이 소모되어 몸이 힘들면, 몸은 당연히 더 많은 칼로리를 요구하게 되지요. 흔히들 음식이 맛있고 식욕이 넘쳐서라고 생각하지만, 진짜 이유는 몸이 힘들어서입니다.

배가 나오고 비만이 되면 고혈압, 당뇨, 콜레스테롤 등의 만성질환이 따라오고 간암, 식도암, 대장암 등의 암의 위험성이 높아지지요.

술 세고 체력 좋음을 자랑하는 것은 거의 자신의 무덤을 파는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술자리에서는 '깨갱'하는 것이 자신을 위해서나 상대방을 위해서도 가장 좋은 선택이지요. 독자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합니까?



유태우 신건강인 센터 원장 tyoo@unh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