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스 파티 론칭…'여인의 영혼 담는 그릇' 가치와 사치의 그 미묘함

국내 핸드백 브랜드 '브라스 파티'
"여인의 영혼을 담는 그릇."

당신은 핸드백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여성들의 자질구레한 필수품과 비밀스러운 물건까지도 꼭꼭 숨겨 넣어둘 수 있는 공간이자, 여성들의 어깨, 손, 허리 등에 감겨 어디든 동행하는 동반자. 핸드백의 정의는 무궁무진하다. 이에 세계장신구박물관의 이강원 관장은 핸드백을 '여인의 영혼을 담는 그릇'으로 정의하며 여성의 슬픔과 허무까지 받아주는 버팀목이라고 칭했다.

패션을 논할 때도 핸드백은 빠지지 않는다. 패션이 완성되는 단계에는 항상 핸드백이 존재하곤 한다. 핸드백이 갖는 의미도 정의만큼이나 다양해졌다. 그런데 현 시점에서 핸드백은 트렌드를 반영하는 거울 역할도 한다.

심지어 이제는 그 개인을 드러내는 기능도 맡고 있다. 그러니 함부로 아무 거나, 되는대로, 눈에 띄는 가방을 선택해서는 안 된다. 그래도 여성들은 고민한다. 진짜 내가 들기 편한 실용적인 가방을 선택해야 하는가, 나를 드러내기 위한 명품 가방을 선택해야 하는가 등이다. 답은 없다. 다만 그 미묘한 이중적 잣대만이 존재할 뿐.

스타일과 실용성을 담아드립니다

핸드백 브랜드 '브라스 파티' 론칭 프레젠테이션 사진
숙련된 파티셰가 쿠키나 케이크를 만드는 것처럼 멋들어진 가방을 만든다면 어떨까. 실용주의에 입각해 새롭게 브랜드를 론칭한 '브라스 파티(bras pati)'에는 이런 의미가 담겨있다. 파티셰가 정성스럽게 음식을 만들듯 스타일과 실용성을 모두 담아 동시대의 감성을 표현하는 브랜드라는 의미다. 거창하지만, 어떤 의미로 소비자를 공략할지 짐작이 간다.

19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호림아트센터에선 브라스 파티의 론칭 기념 프레젠테이션이 열렸다. 행사장을 들어서자마자 발광하는 컬러풀한 색채에 일단 눈이 부셨다. 파스텔 톤의 아기한 색감은 젊은 여성들의 감각에 상상력을 불어넣어줄 만큼 강렬했다.

타깃층이 확실한 데에서 오는 강렬함이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브라스 파티는 일단 어떤 핸드백 브랜드에서도 실천에 옮기지 못한 10대 후반을 타깃으로 잡았다. 18~27세까지의 트렌드에 가장 민감한 여성들이 타깃이다.

(주)성창인터패션 핸드백사업부 오미순 차장도 "너무 트렌드에 민감해 엄두도 못 낸 계층"이라며 스타일 면에서 그들의 감성에 다가갔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회사에서 론칭해 판매하는 앤클라인뉴욕 핸드백의 디자이너 팀장이 미국에서 다시 공부를 하고 돌아왔을 정도로 디자인에 공을 들였다. "국내 브랜드의 감성을 배제하자"는 기본 취지로 브라스 파티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심플하고 재기발랄한 디자인은 실용성이라는 부수적 산물을 도출해냈다. 한 번에 접고, 매고, 붙이는 디자인의 핸드백, 클러치 백, 지갑 등은 소소한 실용주의를 발산하며 젊은 감성을 유지한다.

에르메스 버킨백
18세기 벨트나 스커트 허리띠 고리에 걸려있는 긴 체인, 새털레인(chatelaine)만큼이나 실용주의를 내세웠다. 새털레인은 부인들이 지갑, 성경, 열쇠, 부채 등을 주렁주렁 매달았던 실용적인 물건이었다. 물론 20세기 초 핸드백이 나오면서 패션계에서 사라졌지만. 이 시대의 실용주의가 지금까지 내려오는 걸 보면 여성들의 생활원칙은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나 보다.

일단 브라스 파티는 이 실용주의 노선에 합리적인 가격대(15만~20만 원대)와 유니섹스를 겨냥한 디자인, 편안한 무게감과 착용감을 더했다. 특히 가볍고 고급스러운, 해외 브랜드 코치(coach)와 같은 소재(소가죽)를 사용하지만 가격은 한결 저렴하다.

지난 1년간 유명 백화점들의 편집숍에서 꾸준히 판매해 시장조사를 한 결과 젊은 여성들의 실용주의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캐주얼 시크', '하이브리드 무드', '펀 앤 디지털'이라는 디자인 테마로 새로운 디자인을 완성했다.

그런데 그 스타일과 실용주의가 새털레인만큼 상징적일 수 있느냐가 문제다. 새털레인은 중세 영주부인들의 힘의 과시였다. 칼집, 바느질 도구, 시계, 심지어 우산까지 달고 다녔지만 그것은 부와 권력의 상징이었다. 실용성과 과시용을 새털레인이 모두 충족해 주었던 것이다.

한 관계자는 "최근 젊은 층의 감성을 자극하는 브랜드들이 많지만 그들의 변덕은 알 수 없는 노릇"이라며 "더 나아가 소장의 가치까지 충족시켜줄 수 있는 브랜드가 나와야 한다"고 언급했다.

드러내는 게 미덕?

"정우성보다 매력적이고, 브래드 피트보다 듬직하고, 조니 뎁보다 섹시하다."

유명 스타일리스트 서은영은 자신의 책 <스타일북2>에서 노골적으로 명품 브랜드 핸드백을 찬양했다. 그녀가 갖고 싶어 안달을 한 이 가방은 에르메스의 벌킨 백이다.

가격만 천 만 원대가 넘는, 소형 자동차 값과 맞먹는, 그런 백이다. 국내의 웬만한 '능력자' 커리어우먼도 에르메스 벌킨 백을 들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패션 좀 안다'하는 사람들이 군침을 흘리는 백. 과연 이 백에 매달리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일까.

사실 벌킨 백은 빈 가방 그 자체로 꽤 무겁다. 최고급 소가죽을 사용한다고 해도 무거운 게 흠이라는 건 누구나 공감하는 단점이다. 자고로 핸드백이란 들고 다니기에 편해야 하는데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여성들은 이 단점을 벌킨 백만의 고유함으로 여겨버린다.

천 만 원대로, 아무나 들 수 없는, 그 특유의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만약 이 백을 들기라도 한다면 그 도도함은 하늘을 찌를 게 분명하다. 목에 깁스를 한 것처럼 눈알만 굴리며 거리를 활보할 여성들이 많을 것이다. 은연중에 "나 벌킨 백 든 여자야!"라는 말이 절로 나올 터.

명품백의 가치는 나를 표현함에 있어서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드러내 놓고, 노골적으로 "나 이런 사람이야"라고 대변해주는 역할도 한다. 18~19세기 핸드백을 보고 럭셔리를 과시하거나 계급을 알 수 있었던, 그 시대의 정신을 반영했던 건 200년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많은 물건을 넣거나, 들고 다니기 간편한 가방들을 선호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모임이나 회의, 격식을 갖춘 자리에서만큼은 그에 맞는 가방을 들기 원한다. 나를 드러내며 나의 값어치를 대변하는 그 무언가를 들기 원하는 것이기도 하다.

"트레이닝 복 대신 핏이 좋은 진을 입는다. 너무 조이지도 않고 헐렁하지도 않게 적당히 여유가 있는 것으로 골라 입고, 제발 늘어지는 보트넥 스웨터 대신 티셔츠로 바꿔 입어라. 여기에 운동화 대신 플랫슈즈로 마무리. 이제 저차원이었던 연출법이 조금 고차원적인 수준으로 올라갔으므로, 루이비통 스피디 백이 더 이상 어색해 보이지 않을 것이다."

명품 백을 들기 위해서는 할리우드의 유명 패션인사 팀 건의 말처럼 '고차원적'인 옷 스타일링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놀랍게도 20대 이상의 젊고 트렌드에 민감한 여성들도 명품 백에는 금방 싫증을 내지 않는다. 심지어 그녀의 엄마들이 들었던, 20~30년이나 묵혀있던 샤넬, 루이비통, 프라다 등의 핸드백을 받으면 기쁨의 미소를 얼굴 가득 그린다. 20대가 정작 실용적인 핸드백을 선호한다고 해도 명품백의 희소성과 그 가치에는 두 손 들고 항복한다.

정작 국내에서 이들을 위해 많은 브랜드가 생겨났지만 합리적인 가격과 디자인에도 불구하고 그 연속 주기가 짧다는 한계가 있다. 변덕이 심한 20대들을 충족시켜줄 만한 그 무엇이 빠져 있어서일 게다. 하지만 가장 멋을 내는 시기의 이들을 타깃으로 한 가방들은 쏟아진다. 이제부터 생각해야 한다. 당신의 영혼을 담을 만한 그릇은 어떤 것인지를.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