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초콜릿서 화장품, 축구공까지 다양해져

"발렌타인데이에는 공정무역 초콜릿으로 착한 소비를.."

최근 만 16세에서 39세까지 10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트렌드모니터)에 따르면 '발렌타인데이에 공정무역 초콜릿을 구매하겠다'는 응답이 23.7%로 나타났다. 지난해 20%보다 상승한 수치다.

실제로 발렌타인데이를 지나면서 '아름다운 가게'에서 판매된 공정무역 초콜릿의 매출액은 상승했다. 지난해 1월에 출시된 초콜릿의 지난해 1~2월 동안의 매출은 1억 7천여만 원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그보다 짧은 1월 말부터 발렌타인데이까지 2억 3천여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설이 껴 있어 마케팅이 쉽지 않았음에도 공정무역 초콜릿이 이슈로 떠오르면서, 지난해보다 판매량은 상승했다.

공정무역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늘었고, 지자체를 비롯한 기업의 참여가 활기를 띠면서 홍보와 유통 채널이 다양해졌다. 덕분에 기존 시민단체 위주로 이뤄지던 공정무역 상품 판매는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시즌을 타는 초콜릿을 제외하면 한국에서의 공정무역 상품의 소비는 대부분 커피에 치우쳐 있다. 커피를 즐기는 인구가 많은 데다가, 산지별 커피에 대한 호기심이 더해지면서 다양한 원산지의 커피를 찾는 이들도 많아졌다. 때문에 국내의 공정무역 단체는 커피를 중심으로 성장해가고 있다.

공정무역 상품, 초콜릿 커피만 있나?

굳이 무역에 '공정(fair)'이란 단어가 붙은 이유는, 그동안 무역의 가치가 공정함에 있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기존의 자유무역은 생산자에게 돌아가는 이윤을 최소화하고 최대의 이윤을 자본가가 획득하는 구조였다.

이윤의 70% 이상을 거대 유통망을 가진 무역조직이 가져가고 저개발국의 커피나 카카오 등의 생산자에게는 5% 미만의 이윤만이 허용됐다. 생산자들이 죽도록 일해도 가난에서 쳇바퀴 돌 수밖에 없던 이유다.

이런 문제를 인식한 이들이 생겨나면서 1960년대 대안무역이 생겨났다. 공정무역이라는 용어는 1985년 2월, 런던에서 개최된 '무역과 기술회의'에서 마이클 배럿 브라운이 처음 사용했다. "우리는 불공정한 무역에 지쳤습니다. 이제는 공정무역을 할 때입니다."(<공정무역의 힘>, 시대의 창)

기부나 원조가 공정무역과 같은 의미가 아니라는 말이다. 공정무역을 통해 그동안 노동력을 착취당했던 생산자는 정당한 대가를 받으며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됐고, 소비자는 거품 내린 가격으로 물건을 살 수 있게 됐다.

더욱이 공정무역 상품이 더욱 바람직한 이유는, 생산자와 공정무역 단체가 직거래하면서 농산물에 화학비료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인증을 받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라는 데 있다.

국내에는 2003년 아름다운 가게가 처음으로 공정무역 커피인 '히말라야의 선물'을 팔면서 시작됐다. 이후 YMCA, 두레생협, 아이쿱생협, 한국공정무역연합 울림, 페어트레이드 코리아 등이 합류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에서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커피가 기본이 되기는 하지만 설탕이나 올리브유, 북한산 된장과 같은 식료품, 유기농 재료로 만든 오가닉 화장품, 천연 소재로 만든 패션 의류와 가방, 다양한 수공예품, 지난해 월드컵 시즌에 맞춰 판매하는 곳이 늘어난 축구공까지 그 종류가 다양하다. 하지만 이들 품목의 판매가 활발한 편은 아니다.

이슈가 되지 않는 이상 상품의 판매 여부를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개인의 취향이 반영되는 부분이어서 쉽사리 구매 결정을 하지 못하는 이유도 있다.

"종종 상품 확대에 대한 요구도 있고, 단체 내에서 고민도 한다. 그러나 파키스탄의 아이들이 축구공을 꿰매고 있다는 뉴스 보도와 같이 노동력 착취의 심각성이 환기되지 않는 이상 관심을 갖는 분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 아름다운 가게 공정무역사업부의 엄소희 간사의 설명이다. 하지만 공정무역의 의미를 되새겨보면 우리가 끊임없이 공정무역 상품에 관심을 가질 이유는 충분하다.

인천시, 아시아 최초 공정무역도시 될까.

아시아에서 지자체로는 처음으로 인천시가 공정무역을 추진 중이다. 인천에 있는 비영리 단체의 신청을 받아 이들 중 공정무역단체를 선정할 예정으로, 지난해 각계 전문가들과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지금까지 구체적으로 정해진 사항은 없지만 대략적으로 북한, 네팔, 페루, 우간다 등이 공정무역 대상국으로 지목됐다.

북한의 경우 주로 임산물, 수공예품, 된장, 고추장 등을 구입해서 판매한 이익금을 북한 어린이를 위한 빵, 분유, 의약품 등의 형태로 지원할 계획이다. 네팔, 페루, 우간다, 동티모르 등 제3세계의 경우에는 커피, 카카오, 수공예품 등 위주로 유통될 예정이다. 무엇보다 북한과의 공정무역은 민감한 부분이어서 조심스럽게 준비 중이라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인천시의 주관으로 판매하는 공정무역 상품은 시청에서 시범적으로 구매하고 공사·공단이나 종교단체, 학교 등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내달부터 공무원과 주민, 대형할인점들을 대상으로 교육과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공정무역단체는 서울에 밀집해있지만 인천 지역에 있는 (사)인천미래광장은 네팔산 원두커피를 공정무역을 통해 판매 중이다.

공정무역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온라인 쇼핑몰

이로운 몰 - 다양한 상품 판매
http://www.erounmall.com

공정무역가게 울림 - 초콜릿, 커피, 축구공, 설탕
http://www.fairtradekorea.com

기아대책 행복한 나눔 - 멕시코 커피
http://www.sharinghappiness.or.kr (홈페이지 복구중)

두레생협 - 필리핀 설탕, 팔레스타인 올리브유, 커피 등
http://www.dure.coop

아름다운 가게 - 네팔 커피, 홍차, 페루 커피, 초콜릿
http://www.beautifulcoffee.com

아이쿱(iCOOP) 한국생협연대 - 콜롬비아 설탕, 초콜릿 등
http://www.icoop.or.kr/coopmall

㈜페어트레이드코리아 - 아시아 의류 및 수공예품 등
http://www.fairtradekorea.co.kr

한국YMCA전국연맹 - 동티모르 커피
http://www.peacecoffee.co.kr

제공=한국공정무역연합



이인선 기자 kelly@hk.co.kr